주간동아 825

2012.02.20

케이팝 ‘쥐락펴락’ 빅3가 있다

SM은 일본, JYP·YG는 흑인음악 지향… CEO들 비즈니스 감각 갖춰 세계 시장 공략

  • 장규수 연예산업연구소 소장·문화콘텐츠학 박사 gyusoo@gmail.com

    입력2012-02-20 13: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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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1위는 가수다. 케이팝(K-pop)의 인기몰이로 대한민국이 가수지망생으로 넘쳐난다. TV 프로그램을 통한 공개적인 신인 발굴이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2010년 케이블방송 Mnet의 ‘슈퍼스타K’가 허각, 장재인 같은 스타를 배출하며 흥행에 성공하자 공중파도 앞다퉈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신인발굴과 음악제작 재미있는 차이점

    최근 SBS에서 일요일 황금시간대에 방송하는 ‘일요일이 좋다 - K팝 스타’는 국내 3대 음악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에서 심사를 맡아 화제다. 박진영과 양현석의 의견 차이나 보아의 등장, 독설은 시청자에게 큰 재미를 준다. 게다가 국내 유명 아이돌그룹을 키우고 케이팝을 선도하는 세 회사의 신인발굴 및 음악제작 과정의 특징을 비교하면서 재미있는 차이점도 발견할 수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SM은 귀티 나는 어린 청소년을 위주로 SM 특유의 작곡가그룹을 통한 음악을 선보이며 신비주의를 고수한다. 반면에 JYP는 좀 더 편안한 아이돌을 지향하면서 중독성 있는 반복적인 리듬의 음악을 선보인다. 힙합과 리듬앤드블루스(R·B)를 중심으로 하던 YG는 최근 개성 있고 자유분방한 아이돌 스타를 배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리하면, SM은 일본 대중음악 시장을 모델로 삼고, JYP나 YG는 미국 흑인음악을 따른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들이 선보이는 모든 음악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중반 H.O.T와 S.E.S, 신화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한국 아이돌그룹계 최정상에 올라선 SM은 국내에서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아시아 대중문화 소비 시장 1위인 일본에 진출했다. 일본 대형 음악회사와 손잡고 일본식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보아와 동방신기를 통해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뒤 한국형 아이돌 제작시스템을 구축했다. SM은 2000년 4월 코스닥에 상장해 엔터테인먼트사의 코스닥 상장 붐을 일으킨 바 있다.



    비의 성공에 힘입은 JYP는 아시아무대가 아닌, 팝의 본고장 미국에 진출하겠다고 나섰다. 비가 독립한 이후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원더걸스의 성공에 힘입어 재차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두 회사의 수장인 이수만과 박진영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상반된 전략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2000년대 중반이 지나면서 한류의 지속화 방안이 대두했을 때, 박진영은 미국 진출에 도전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뉴욕에 사옥을 마련하고 신인을 데뷔시키면서 그 자신도 광고에 출연할 만큼 이슈거리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수만은 보아와 동방신기를 일본 및 아시아무대의 스타로 만드는 데 주력했다. 이수만은 박진영과 달리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1위를 굳히면 자연스레 세계 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리라고 계산했던 것이다.

    1인 독점보다 체계적 시스템 절실

    케이팝 ‘쥐락펴락’ 빅3가 있다

    2009년 9월 13일 인기그룹 2PM의 멤버 박재범이 한국비하 발언 논란으로 팀을 탈퇴한 가운데 청담동 JYP사옥를 찾은 팬들이 재범 탈퇴를 반대하는 포스트잇을 건물에 붙이고 있다.

    양현석이 이끄는 YG는 출범 초기부터 국내 시장에 맞춘 힙합음악과 R·B, 즉 미국 흑인음악을 위주로 하는 집단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럽풍 음악과 개성 있는 아이돌그룹을 내세워 세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영턱스, 지누션 등 초기 아이돌스타를 배출하고 세븐을 무기로 미국 시장을 공략했지만, 국내 음악 시장이 새로운 스타일의 아이돌그룹과 케이팝으로 편성되는 과정을 겪으며 지향점을 바꿨다. 그리고 빅뱅과 2NE1이 연이어 성공함으로써 양현석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입증됐다. YG는 지난해 말, SM에 이어 두 번째로 우회상장이 아닌 자력으로 코스닥에 상장하는 기록을 세웠다.

    케이팝을 선도하는 이들 세 회사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일단 세 회사 모두 과거의 스타가 수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이미 국내 최정상 자리에서 한국 연예산업의 면모를 정확히 파악했고, 자신이 가진 스타성을 무기로 스타 메이킹과 음악제작에 뛰어들어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게다가 박진영을 제외한 두 사람은 이미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상당한 경험을 쌓았다. 이수만은 가수에서 DJ, MC, 카페경영자 등으로 다양하게 영역을 넓히며 미국 생활을 경험한 바 있고, 양현석도 클럽경영 등 여러 비즈니스를 해왔다. 특히 이수만이 이끄는 SM은 초창기부터 음악제작 외에도 유통과 영상제작, 온라인사업, 팬시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시도했다. 최근에는 영화제작 관련 소식도 들려 궁금증을 자아낸다.

    하지만 누가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를 떠나 세 회사 모두 특정 1인이 많은 권한을 독점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세계적인 기업 애플이 스티브 잡스의 부재로 휘청하는 모습을 보인 것처럼, 이들 엔터테인먼트사의 미래도 불투명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필자는 최근 케이팝이 해외 시장에서 가져온 성과를 확대 포장한, ‘케이팝이 신한류를 이끈다’라는 식의 보도를 볼 때마다 불안함을 느낀다. 그러기엔 케이팝을 이끄는 우리 엔터테인먼트사가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류에 힘입어 연예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이 분야에 과도한 자본이 유입됐다. 해외 진출에 관한 계획은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사업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악을 판매할 수 있는 유통망도 없이 해외에서 활동하다 보니 현지 대형 회사나 세계적인 다국적 회사에 의존해온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조건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작년에 일명 ‘카라사태’가 발생했을 때, 카라의 일본 활동 수입 가운데 8%만 국내 소속사 수익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현재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빅뱅, 카라는 일본 기업 에이벡스(AVEX)를 통해,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 아이유는 일본 기업 유니버설재팬(Universal Japan)과 이엠아이재팬(EMI Japan)을 통해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야말로 재주는 한국 아이돌 스타가 부리고, 돈은 일본이 챙기는 꼴이다. 이런 점에서 급성장한 대중문화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려는 정책적 관리는 물론, 학계와 협회의 연구 및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언론이나 정부기관에서도 ‘케이팝이 세계를 점령했다’는 식의 자기만족에 빠져 현실에 안주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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