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5

2012.02.20

비아그라 이젠 물렀거라

실데나필 물질특허 만료 복제약 개발 봇물…녹여먹고 씹어먹고, 다양한 제형으로 출시 예정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12-02-20 13: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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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아그라 이젠 물렀거라

    현재 국내에서 시판 중인 발기부전치료제들.

    난공불락, 비아그라의 아성은 무너질까. 1998년(한국에선 1999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한 이래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확고히 지켜온 비아그라는 세계 최대 제약사인 미국 화이자사의 야심작. 지금도 전 세계에서 연간 19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해당 시장 규모가 약 1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우리나라에서도 40% 점유율을 보이는 발기부전치료제의 대명사다.

    하지만 이런 비아그라가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5월 17일 비아그라 주성분인 ‘실데나필’의 물질특허(화학적 방법으로 제조하는 물질의 발명에 부여되는 특허) 만료를 앞두고 국내외 다수 제약사가 앞다퉈 비아그라 제네릭(Generic·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복제약) 출시에 뛰어들어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의 재편이 불가피해졌기 때문. 물질특허가 만료하면 실데나필이라는 물질을 화이자사가 아닌 다른 제약사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은 비아그라(화이자), 시알리스(릴리), 자이데나(동아제약)가 전체 시장의 90%를 점유하며 3강 구도를 이룬다. 여기에 지난해 후발주자 격인 레비트라 ODT(바이엘헬스케어), 제피드(JW중외제약), 엠빅스·엠빅스 에스(SK케미칼)가 가세하면서 6개 브랜드로 각축을 벌이는 중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10월 국내 17번째 신약으로 출시된 제피드의 경우, 통상 복용 1시간 후에 효과가 나타나는 기존 발기부전치료제와 달리 15분 만에 약효가 나타나고 안면홍조, 두통 등의 부작용이 적은 장점을 앞세워 2015년까지 연매출 3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또한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필름형 구강붕해 제형(ODF)으로 선보인 엠빅스 에스는 정제(알약) 형태의 치료제와 달리 물 없이도 복용 가능한 데다, 얇고 가벼워 손쉽게 휴대할 수 있어 발매 50여 일 만에 월 30억 원의 매출을 돌파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실데나필의 물질특허가 만료된 이후 비아그라 제네릭 제품 출시가 봇물을 이루면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의 재편은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비아그라 이젠 물렀거라
    발기부전치료제 시장 재편 신호탄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 약효동등성과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13일 현재 비아그라 제네릭 제품의 생물학적동등성시험 계획서를 승인받은 국내외 제약사는 2010년 3월 11일 ㈜대웅제약을 시작으로 1월 30일 대화제약㈜에 이르기까지 28곳에 달한다(표 참조).

    제품 명칭도 각양각색이다. 씨제이제일제당㈜의 헤라크라정, 동광제약㈜의 자하자정, 일양약품㈜의 오르맥스정, ㈜비씨월드제약의 스그라정, 경동제약㈜의 그날엔포르테정, 하나제약㈜의 세지그라정 등 독특하고 기발한 이름이 많다.

    게다가 이들 업체는 비아그라 제네릭 제품을 정제는 물론, 복용 편의성과 휴대성을 높이려고 레비트라 ODT처럼 물 없이도 혀 위에서 빠르게 녹여먹을 수 있는 구강붕해정, 엠빅스 에스 같은 필름형, 캐러멜처럼 씹어 먹는 츄정, 물에 타먹는 과립형 등 소비자 기호에 맞는 다양한 제형으로 개발, 출시할 예정이어서 더 주목받는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이란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의 효능 및 효과가 동등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험으로, 이를 실시하려면 생물학적동등성시험 계획서를 식약청에 제출해 승인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화이자사 측은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실데나필의 물질특허는 만료되지만, 실데나필이 발기부전치료를 위해 쓰인다는 ‘용도특허’는 2014년 5월 14일에 만료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아그라 제네릭 제품을 출시하더라도 특허분쟁 여지는 남아 있어 다른 제약사들이 이 일을 추진하기가 순탄치만은 않으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화이자제약 관계자는 “지난해 8월 미국 법원에서 실데나필의 용도특허가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와 현지 제네릭 회사인 테바사가 2019년까지 비아그라 제네릭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게 됐다”며 “국내에서도 실데나필의 용도특허가 유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용도특허가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인정될지는 미지수다. 국내에선 물질특허와 용도특허 중 어느 한 가지가 만료되면 남은 특허도 자동무효로 처리돼온 관례가 있기 때문이다.

    식약청 허가심사조정과 관계자는 “식약청이 제네릭 제품의 품목 허가를 내줄 때 물질특허나 용도특허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특허와 관련한 분쟁이 생길 경우 그 판단은 특허심판원의 몫”이라고 밝혔다.

    비아그라 제네릭 제품명에 대해서도 식약청 측은 “제품명 가운데 민망한 것이 적지 않다. 식약청은 의약품 시판 허가 검토 단계에서 제품명의 적합성도 함께 판단해 결정하기 때문에 제약사가 지은 제품명 그대로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약사법 시행규칙은 ‘의약품의 명칭으로 적합하지 않거나 다른 제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명칭’ ‘의약품의 효능·효과를 그대로 표시하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아그라 제네릭 톡톡 튀는 상품명

    비아그라 제네릭 제품이 쏟아지면 가격 경쟁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비아그라는 고함량(100mg)이 1만4000원, 보통 함량(50mg)이 1만1000원 선에 팔린다. 반면, 엠빅스 에스는 1매당 5000원이다. 따라서 향후 출시될 비아그라 제네릭 제품은 이보다 더 낮은 가격을 내세워 승부를 걸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국내 출시 12년 동안 단 한 번도 선두자리를 빼앗긴 적이 없는 블록버스터 의약품 비아그라. ‘오직 비아그라만이 비아그라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화이자사가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될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어떤 수성(守城) 전략으로 맞설지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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