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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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가맹점·사회와 상생 성공이 저절로 따라왔죠”

역지사지 경영 GN푸드 홍경호 대표

  • 최호열 출판국 전략기획팀 기자 honeypapa@donga.com

    입력2011-11-28 11: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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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가맹점·사회와 상생 성공이 저절로 따라왔죠”
    ‘2011 프랜차이즈·라이센싱 아시아(FLA) 어워드’ 인터내셔널 프랜차이즈상,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판매·유통 부문 대상…. 굽네치킨으로 유명한 프랜차이즈 기업 ㈜GN푸드의 최근 수상 이력이다. 전 직원이 100명도 안 되는 작은 기업이 국내외 유수한 기업을 제치고 아시아 최고의 프랜차이즈 기업, 대한민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꼽힌 이유가 뭘까. 그 궁금증을 풀고자 홍경호 대표를 만났다.

    “기업은 단순히 이익창출만을 목표로 하는 곳이 아니라, 직원들의 삶의 원천이자 개인 행복의 근원입니다. 앞으로도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홍 대표의 말이 허언이 아닌 게 GN푸드의 사원 복지는 웬만한 대기업 수준 이상이다. 업무 관련 교육과 개인 역량개발에 드는 교육비를 100% 지원하고 회사 안에 체력단련실, 어학실, 구내식당까지 운영하고 있다.

    사원 교육과 출산 파격적인 지원

    특히 출산장려 제도는 파격적이다. 2009년부터 직원이 첫째 자녀를 출산하면 50만 원, 둘째는 1000만 원, 셋째는 2000만 원을 지원금으로 지급한다. 넷째부터는 1000만 원씩 지원한다. 또한 자녀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인당 20만 원씩을 매달 양육비로 지급하고, 고등학교 이상 학교를 다닐 때는 수업료와 등록금을 전액 지원한다.



    “저출산 문제는 출산과 육아 문제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때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 금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사내 분위기가 더 중요하죠.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학부모 상담이라든가 이런저런 일로 근무시간에 외출해야 할 때가 생기거든요. 이럴 때 회사나 상사의 눈치 안 보고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자녀 양육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어야 업무 능률도 더 높아질 수 있거든요.”

    GN푸드는 가맹점과의 상생경영으로도 유명하다. 다른 프랜차이즈 기업과 달리 가맹비, 로열티, 교육비, 보증금을 받지 않는다. 인테리어 시공이나 주방설비 구입도 점주가 직접 맡아 할 수 있다. 점주로서는 창업비용이 대폭 주는 셈이다.

    “처음부터 그렇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본사 수익은 오로지 닭 같은 재료의 물류공급을 통해 창출합니다. 가맹점이 장사가 잘돼야 본사 수익이 늘어나는, 철저하게 본사와 가맹점이 상생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거죠.”

    다른 업체들이 주 3회 물류배송을 할 때 GN푸드는 주 5일 배송을 고집했다. 그만큼 신선한 재료를 공급함으로써 제품 질을 높였다. 또한 본사에서 직접 물류를 관리해 유통비용을 줄였다. 여기에 자신이 관리하는 매장을 자기 점포처럼 신경 쓰는 슈퍼바이저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더해져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2010년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점포당 매출액’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굽네치킨이 처음 문을 연 것은 2005년. 사실 치킨프랜차이즈 시장은 훨씬 전부터 대표적인 레드오션(시장 포화 상태인 업종)으로 꼽혔다. 그런데도 홍 대표가 치킨프랜차이즈 시장에 뛰어든 것은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경영을 꿈꿨어요. 그래서 대학에 다닐 때 다양한 경험을 하며 리더십을 키웠고, 졸업 후 세무사 사무소에 들어가 1년 동안 회계를 배우기도 했어요. 그리고 들어간 게 외국계 치킨체인점이었습니다. 매장 업무부터 시작해 점포개발팀, 신규사업팀 등에서 10년 동안 일하면서 사업 노하우를 익혔죠.”

    “직원·가맹점·사회와 상생 성공이 저절로 따라왔죠”

    FLA 어워드 인터내셔널 프랜차이즈상(왼쪽)과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판매·유통 부문 대상을 수상한 홍경호 대표(모두 오른쪽).

    당시 치킨시장은 페리카나, 처갓집 같은 양념치킨에 이어 숯불로 구운 BBQ 치킨이 유행했다. 여기에 간장양념을 내세운 교촌치킨이 급부상하고 있었다. 다음 트렌드는 ‘웰빙’이라고 생각한 그는 트랜스지방을 쏙 뺀 오븐구이 치킨을 떠올렸다.

    “아, 이거다 싶었죠. 그때부터 메뉴를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오븐에 구우니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이걸 극복하려고 무수히 많은 시험을 했어요. 손에 동상이 걸릴 정도였습니다.”

    2005년 3월 치킨집을 운영하던 친구를 설득한 뒤 자신의 퇴직금 1900만 원을 털어 가게 간판을 바꾸고 오븐을 들여놓으며 굽네치킨 1호점을 탄생시켰다. 물론 돈이 없으니 가맹점 모집 광고도 낼 수 없었다. 그런데 입소문만으로 가맹점을 내겠다는 사람이 늘어나 1년 만에 100호점이 들어섰다. 이후 해마다 가맹점이 평균 200개씩 늘어났다. 매출도 2007년 134억 원에서 2008년 360억 원, 2009년 680억 원, 2010년 840억 원으로 급증했다. 현재 가맹점 수는 860여 개에 달한다.

    베트남에도 나눔의 손길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첫 타깃을 싱가포르로 잡았어요. 싱가포르에서 성공하면 아시아와 유럽에 빠르게 진출할 수 있거든요.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에서 KFC와 경쟁하는 게 목표입니다.”

    최근 ‘두원아 한판하자’라는 새로운 철판요리전문점 체인사업도 시작했다. 2년간의 메뉴 개발을 마치고 10월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 첫선을 보였다. 연말에 체인점 2곳이 오픈할 예정이다.

    GN푸드는 직원과의 상생, 가맹점과의 상생에서 더 나아가 사회와의 상생에도 노력하고 있다. 2007년부터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매달 장학금을 지원하고, 베트남에도 나눔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회사 규모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흔히들 그래요. 얼마를 벌면 그때 기부하겠다고. 그런데 100만 원을 모으면 1000만 원을 만들고 싶은 게 사람 심리입니다. 처음 기회가 닿았을 때 도와야지 다음에는 더 힘들어요. 기부는 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기부와 상생에 천착하는 이유에 대해 홍 대표는 ‘역지사지’라는 표현을 썼다.

    “사업이든 뭐든 내가 아니라 상대 처지에서 생각하면 다 풀리게 돼 있습니다. 돈은 오너가 잘나서 버는 게 아닙니다. 국민이 우리 제품을 많이 사줘서, 가맹점주들이 많이 팔아줘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줘서 가능한 것입니다. 당연히 그분들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경영해야죠.”

    이런 상생,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그는 올해 2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인터넷 영어교육사이트 정앤피플잉글리시(www. jnpenglish.com)를 오픈한 것. 치킨과 영어교육사업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고 하자 “맥은 같다”고 말했다.

    “치킨가게는 돈 없는 사람이 많이 하는 사업입니다. 굽네치킨이 그분들에게 도움이 됐던 것처럼, 돈은 없지만 영어를 잘해 경쟁력을 갖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서 저도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월 1만 원으로 들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강좌를 들은 사람이 잘되면 수강생이 더 늘어 이 사업도 수익이 나지 않겠어요?”

    그의 얼굴엔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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