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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박희숙의 미술관

남자는 왜 값비싼 굴만 먹었을까?

굴과 스태미나와 사치의 상관

남자는 왜 값비싼 굴만 먹었을까?

남자는 왜 값비싼 굴만 먹었을까?

‘굴이 있는 점심식사’, 트루아, 1735년, 캔버스에 유채, 180×126, 프랑스 상티에 미술관 소장.

굴이 제철이다. 굴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겨 먹는 음식으로 바다의 우유라고 부를 만큼 영양이 풍부하다.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고의 스태미나 식품으로 꼽혔다. 스태미나를 위해 굴을 먹는 남자들을 그린 작품이 ‘굴이 있는 점심식사’다.

푸른색 옷을 입은 하인이 굴이 담긴 쟁반을 원형 식탁 중앙에 올려놓고 있다. 화면 왼쪽의 하인은 무릎을 꿇고 굴 껍질을 깐다. 의자에 앉은 붉은색 옷을 입은 남자가 하인을 향해 손을 벌리고 있다. 화면 오른쪽의 하인은 한쪽 발로 쓰레기통을 밟고 서서 굴 껍질을 깐다. 식탁에 앉은 남자들이나 주변에 서 있는 남자들 모두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굴을 집어 먹느라 정신없다. 식탁에 놓인 빵은 아무도 먹지 않아 그대로 있으며, 얼음 통에 담긴 와인도 뚜껑을 아직 따지 않았다. 화면 앞쪽에 수북이 쌓인 굴 껍질은 남자들이 점심식사 때 먹은 굴의 양을 의미한다.

장프랑수아 드 트루아(1679~1752)의 이 작품에서 황금빛 조각상으로 장식한 식당은 굴을 먹는 남자들이 귀족이라는 사실을 나타낸다. 화면 오른쪽 위에서 남자들을 내려다보는 비너스와 큐피드 조각상은 사랑을 암시한다. 남자들이 게걸스럽게 먹는 굴이 스태미나에 좋은 음식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장치다. 이 작품은 루이 15세가 베르사유 궁전 식당을 장식하고자 의뢰한 것이다. 화가는 루이 15세의 요청대로 식사 장면을 밝고 경쾌하게 표현했다.

카사노바가 연인과 뜨거운 밤을 보내려고 하루에 생굴 50개를 먹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남자가 굴을 즐기는 이유 중 하나는 밤을 뜨겁게 보내기 위해서다. 연인과 알콩달콩한 밤을 보내고자 굴을 먹는 남자를 그린 작품이 헨리 스트레조의 ‘굴을 먹고 있는 사람’이다.

와인과 빵 그리고 굴을 담은 쟁반이 놓인 식탁에서 젊은 남자는 손으로 굴을 맛있게 먹고 있다. 식탁 위 은색 주전자는 남자의 집안이 부유하다는 것을 상징하며 붉은색 식탁보를 덮은 흰색의 식탁보는 격식을 갖춘 상차림임을 암시한다. 회색 재킷 안 흰색 블라우스는 남자가 귀족이라는 것을 나타내며 남자의 옷차림과 식탁의 음식은 남자가 굴을 먹는 이유를 설명한다. 당시엔 굴이 비싸서 서민은 자주 먹지 못했다.



작가는 격식 있는 상차림과 달리 손으로 굴을 집어 먹는 장면을 그려 육체적 쾌락을 암시했다. 식탁에 홀로 앉은 모습은 비밀스러운 연애를 나타내는 것이며, 값비싼 굴만 게걸스럽게 집어삼키는 모습은 남자가 굴을 먹는 이유를 강조한다.

예전에는 굴이 스태미나에 좋은 줄은 알지만 비싼 탓에 보통 남자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양식 덕분에 굴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누구나 먹을 수 있게 됐다. 기술의 발달이 밤의 황제가 되겠다는 남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남자는 왜 값비싼 굴만 먹었을까?

‘굴을 먹고 있는 사람’, 스트레조, 1640~1650년경, 캔버스에 유채, 소장 장소 불명(왼쪽). ‘부자와 라사로가 함께 있는 굴 정물’, 비어르트, 1605~1610년, 캔버스에 유채, 49×61, 개인 소장.

굴을 소재로 부자를 비판한 작품이 오시아스 비어르트(1580~1623)의 ‘부자와 라사로가 함께 있는 굴 정물’이다. 이 작품은 성서의 한 장면을 묘사했다.

누가복음의 일화 한 토막. 먹는 즐거움을 인생 최대의 행복이라고 여겨 매일 같이 잔칫집처럼 호사스러운 음식을 먹는 부자가 있었다. 그의 집앞에서 가난한 라사로는 먹다 버린 음식으로 배고픔을 해결하다 결국 병들어 죽었다. 한편 라사로와 달리 매일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던 부자는 너무 먹어 죽었다. 죽은 후 라사로는 아브라함의 잔치에 초대돼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지만 부자는 지옥으로 떨어져 생전에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배고픔의 고통을 느낀다.

식탁에는 굴과 빵이 가득 담긴 접시와 와인, 밤, 그리고 사탕과 과자가 있는데 식탁 앞 부분에는 십자가 형태의 과자가 놓여 있다. 십자가 과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은 달다’는 것을 의미한다. 밤은 삼위일체를 상징하는데 껍질과 알맹이는 구약과 신약을 각각 나타낸다. 와인은 성찬을 뜻하는 것이다. 화면 오른쪽에는 많은 사람이 식사 중인 식탁 앞에 벌거벗은 남자가 누워 있는데, 벌거벗은 남자는 라사로를 나타내며 화면 앞의 식탁은 아브라함의 잔치를 상징한다.

이 작품에서 벌거벗은 라사로와 대조적으로 풍요로운 식탁은 부자를 나타내는 것으로 부자는 가난한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비어르트의 생애에 대해 알려진 것은 별로 없다. 안트프로펜 출신의 여성 정물화가로 사치를 경고하고자 굴을 주제로 정물화를 다수 제작했다는 정도. 비어르트는 세부묘사가 특히 뛰어나 이 작품에서도 반짝이는 유리잔, 먹음직스러운 굴, 바삭거리는 빵 등 사물의 다양한 질감을 능란하게 표현했다.

* 박희숙은 서양화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을 9회 열었다. 저서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클림트’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등이 있다.



주간동아 813호 (p7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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