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5

2011.09.26

쭉쭉 빵빵 여전사는 사계절 핫팬츠 입는다

은밀한 섹스파워

  • 허행량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image@sejong.ac.kr

    입력2011-09-26 1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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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쭉쭉 빵빵 여전사는 사계절 핫팬츠 입는다

    ‘소울칼리버’의 여성 캐릭터.

    섹스는 인간 행동을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코드 중 하나다. 섹스는 인간을 움직이는 엔진과 같으나 성별에 따라 성욕은 달라진다. 물론 구체적으로 여성은 생리주기와 나이, 남성은 나이에 따라 변화한다. 하지만 남성이 여성보다 성욕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남성을 겨냥한 오락물은 필살기로 섹스를 활용해왔다. 야구, 축구, 농구 등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남성 치어리더를 보기 힘들지만, 여성 치어리더는 이들 경기의 필수 요소다. 여성 치어리더는 남성 관중은 물론 선수마저 유혹하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비디오게임에서 섹스가 노골적으로 표현되지는 않는다. 폭력은 상황에 따라 이타적 행위나 정당방위로 정의할 수 있지만, 섹스는 근본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확산시키기 위한 이기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살인은 그 속성에 따라 ‘정당방위’와 ‘묻지마 살인’등으로 정의를 달리할 수 있지만 섹스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로 보인다.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비디오게임에서 섹스가 맥을 못 추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즉, 섹스를 이타적 섹스 또는 공동체를 위한 섹스라 정의할 수 없는 것이 폭력과의 결정적 차이다.

    남성이 섹스에 민감함 까닭

    만약 게임이 핵심 요소로 폭력뿐 아니라 섹스까지 추가했다면 지금과 같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지 못했을 터다. 청소년층을 주고객으로 하는 게임이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섹스를 멀리하는 대신 폭력, 그것도 이타적 징벌을 가까이 했기 때문이다. 부모나 사회지도층이 비디오게임에 섹스가 난무하는 상황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폭력, 그것도 ‘정당방위형 폭력’에 집중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고 게임 디벨로퍼가 섹스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과거보다 은밀하게 표현할 뿐이다. 여성 캐릭터의 비현실적 묘사, 즉 고무풍선 같은 가슴이나 속옷의 노출 같은 은밀한 방식으로 남성 게이머를 공략한다. 비디오게임은 정부 심의를 통과하거나 사회적 비난을 피하려고 섹스를 배제하지만 게임 개발업체는 섹스파워를 잊지 못해 미니게임 형식으로 섹스를 삽입하기도 한다. ‘GTA: 산안드레스’에 노골적으로 섹스행위를 묘사한 ‘핫 커피(hot coffee)’라는 미니게임을 포함한 것이 이런 사례다. 비디오게임의 주요 주제로 폭력, 신성모독, 마약복용에 더해 섹스가 빠지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인간의 3대 본능은 식욕, 수면욕, 번식욕이다. 그 중 식욕은 생존과 관련된 것으로 사회적 경쟁을 통해 음식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고, 수면욕은 생리의 문제다. 하지만 번식욕은 인간 종족의 번성과 관련됐다. 도파민을 분비해 섹스를 하게 하고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게 한다. 인간이 섹스를 기피한다면 인간은 멸종한다. 인간은 음식이나 섹스 등에 자동적, 무의식적으로 도파민을 분비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골수 게이머는 남성호르몬을 가장 많이 분비하는 10~20대 남성으로, 성욕이 가장 왕성한 세대다. 섹스에 대한 반응은 남녀 및 나이에 따라 다르지만 상대적으로 남성이 강한 편. 남성을 겨냥한 야동(음란물 동영상)은 많아도 여성을 겨냥한 것은 적은 이유도, 20대 연령층을 겨냥한 야동이 특히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인간은 섹스라는 시그널에 자동적, 무의식적인 반응을 보이도록 구조화됐다. 죽음을 앞둔 환자나 곤하게 자는 남성의 성기가 자극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도 이 같은 진화과정과 관련 있다.

    인간은 섹스와 관련된 아름다움, 미소, 응시, 낭만적 사랑, 신체적 매력을 접하는 순간 자동으로 도파민을 분비한다. 물론 아름다움에 대한 반응 역시 남성과 여성이 다르며 보통 남성이 여성에 비해 자동적, 무의식적으로 더 크게 반응한다. 인간의 응시나 미소에 대한 반응도 유사한 결과를 보인다. 아무리 외모가 출중한 여성이 주변에 있더라도 남성의 반응은 자신을 응시하는 것과 자신을 응시하지 않고 시선을 피하는 것에 따라 다르다. 자신을 응시하면 도파민을 분비해 쾌감을 느끼지만, 시선을 피하면 도파민 대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을 분비한다.

    낭만적 사랑에 빠진 인간은 도파민을 분비한다. 낭만적 사랑과 모성애는 뇌의 동일한 부분을 자극해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라는 호르몬을 분비케 하지만, 부정적 감정이나 사회적 평가를 관장하는 뇌 부위는 비활성화시킨다. 낭만적 사랑은 모성애처럼 상호 유대감을 돈독하게 한다. 영화나 드라마 대부분이 ‘낭만적 사랑’이란 주제를 조금이라도 삽입하려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임 디벨로퍼는 로맨스는 포함시키되 섹스는 게이머의 상상에 맡기는 방식으로 게임을 설계한다.

    쭉쭉 빵빵 여전사는 사계절 핫팬츠 입는다

    ‘리니지2’의 누드패치, ‘GTA’ 내 미니게임, ThriXXX가 개발한 키넥트용 3D 성인 게임(왼쪽부터).

    게임 속에 살짝 노출 은밀함 선호

    섹스나 로맨스는 모든 것에 눈멀게 하는 속성이 있다. 일단 섹스에 노출되면 게이머의 행동이나 의사결정은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섹시한 여성의 사진을 본 뒤 남성은 자신이 성병에 걸릴 확률을 크게 낮춰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섹스 신호(sex cue)에의 노출은 섹스와 관련된 자극뿐 아니라 사탕이나 음료수를 소비하고자 하는 충동도 강화한다. 이처럼 섹스 신호에의 노출은 섹스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자극의 소비를 증가시키는 경향이 강하다. 성욕은 인간의 자기 통제력을 약화시키며, 특히 자기 통제력이 강하다고 믿는 사람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유력 인사들이 섹스 스캔들에 무너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임에서 섹스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게이머의 집중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디벨로퍼는 은밀함을 선호한다. 게임 디벨로퍼는 여성 캐릭터의 행동, 외모, 목소리 등을 통해 섹스를 암시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설계한다. 여전사 캐릭터가 계절에 상관없이 핫팬츠에 가까운 의상을 입어도 게이머는 당연하게 생각한다. 남성 캐릭터는 두꺼운 갑옷으로 칭칭 몸을 감싸지만 여성 캐릭터는 거의 벌거벗은 모습이다.

    비디오게임 속 여성 몸매는 불가능할 정도로 날씬하고, 섹시하게 표현된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비디오게임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게임에서 이 같은 경향이 강하다. 또한 전혀 필요 없는 장면에서 여전사의 속옷을 노출시켜 게이머를 은밀하게 유혹한다. 심지어 ‘헤비 레인(Heavy Rain)’은 여성 캐릭터의 심한 노출로 사회적 논란을 야기했는데, 이마저도 흥행을 위한 ‘노이즈마케팅’이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인기게임 캐릭터, 특히 여성 캐릭터를 누드화한 ‘누드패치’가 게임의 인기를 말해주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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