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좋아하는 사람 치고 고서점이 즐비한 일본의 ‘간다(神田)’ 거리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 거리에도 신간을 파는 대형서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저마다 개성을 지닌 헌책방이 다양한 책을 구비해놓고 있다. 가난한 학생이 돈 없어 책을 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울 만큼 양질의 헌책을 싸게 판다. 일본 대학가에도 이런 헌책방이 즐비하다. 또 10여 년 전부터는 독자들이 구입해 읽은 다음 되판 책을 정가의 반값에 판매하는 대형 체인점 ‘북오프’가 우후죽순 등장해 신간 베스트셀러도 싸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이 탓에 출판 산업이 크게 침체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국내의 대형 온라인서점 중 하나인 알라딘이 최근 종로2가 대로변에 ‘알라딘 중고서점 종로점’을 열었다. 알라딘은 종로점 판매 추이를 지켜보면서 신촌이나 홍대 앞 또는 부산에 2호점을 개점할 계획이라고 한다. 종로점 반응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으니 전국에 속속 체인점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알라딘은 몇 년 전부터 온라인 ‘중고숍’을 운영한다. 누구나 개인 판매자로 등록해 신간마저 중고서적이라며 할인가로 마음대로 팔 수 있다. 지금 사이트에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책을 판매한다는 글이 즐비하다. 신간이 출간된 직후에 곧바로 중고서적으로 올라오기도 하고 스테디셀러도 반값에 할인해 판매하니, 신간서점인지 구간서점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다. ‘벤더’(변칙도매상)들이 개인판매자로 등록한 뒤 신간을 중고로 위장해 할인 판매한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출판 관계자들은 출판사가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에게 마구 뿌린 책이나 언론홍보용으로 돌린 책마저 곧바로 중고서적으로 올라온다고 아우성이었다. 출판사가 벌인 이벤트에 당첨돼 얻은 공짜 책을 헐값에 온라인서점에 되넘겨 중고서적으로 파는 일이 허다해 ‘범죄의 온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알라딘은 중고숍으로 차별화된 회사 이미지를 보여줬다고 자부했는지 이제 오프라인 매장도 열었다. 독자와의 직접적인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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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