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5

2011.09.26

시원한 가을밤 ‘재즈 샤워’ 어때요?

‘제8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 김유림 rim@donga.com

    입력2011-09-26 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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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원한 가을밤 ‘재즈 샤워’ 어때요?
    지산밸리록페스티벌부터 그랜드민트페스티벌(GMF)까지. 1년 내내 이어지는 야외 음악 페스티벌을 통해 새삼 ‘한국 음악의 발전’을 실감한다. 야외 음악 페스티벌은 음악 감상이 가장 진화한 형태다. 그 이전 음악은 듣거나 관람하는 ‘대상’이었다면, 지금의 음악은 즐기는 행위 그 자체다. 익숙한 사람과 야외에서 무릎을 벤 채 음악을 벗하거나, 낯선 사람끼리 몸을 맞대며 음악에 취한다. 그러다 보면 음악이 내 몸통을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하면서 나도 악기가 된 듯한 순간이 온다. 음악과 나, 그리고 자연이 하나가 되는 ‘합일(合一)의 경지’에 다다라본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음악의 연인’이다.

    여름의 열정과 겨울의 냉정 사이에서 가을은 숨을 고른다. 폭발하는 록도, 자로 잰 듯한 클래식도 가을 휴식과 어울리지 않는다. 사람을 느슨하게 만드는 재즈가 가을밤과 딱 어울리는 음악이다. 재즈를 듣다 보면 자주 놀란다. 한없이 어긋나는 줄 알았는데 다시 보면 그럴싸한 ‘얼개’가 그려진다. 관객 호응과 표정에 따라 연주가 바뀌다 보니, 연주자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같다. 재즈는 대화 또는 위로의 음악이다. 가을밤에 꼭 필요한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가을 초입에 열리는 재즈 야외 페스티벌인 ‘제8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을 열렬히 환영할 수밖에 없다. 10월 1일부터 사흘간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 21개국에서 온 81개 뮤지션팀이 자라섬과 가평읍 일대에서 공연을 펼친다. 감성적이면서도 열정적인 라틴재즈를 대변하는 프로젝트 그룹 ‘쿠바노비·쿠바노밥’, 북부 노르웨이의 서정적 피아노 재즈를 선보이는 ‘케틸 비외른스타드’ 등 세계적인 음악가가 무대에 선다.

    시원한 가을밤 ‘재즈 샤워’ 어때요?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 매해 개최하는 국제재즈콩쿨대회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올해도 행사 마지막 날 메인무대에서 결선을 진행한다. 대상 수상자는 상금 1000만 원과 이듬해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개막 공연에 설 수 있는 영예를 얻는다. 게다가 가평역 앞, 자라섬 내 수목원, 가평읍내 일대에 설치된 보조 무대에서는 실력 있는 아마추어 밴드들이 저마다 실력을 뽐낸다. 발길 닿는 대로 가다 보면 그곳에 바로 재즈가 있다.

    여기서 재즈를 듣는 자세를 고민하자. 기자가 추천하고 싶은 자세는 이것이다. 먼저 긴장을 내려놓는다. 그 달콤하고 날카로운 어긋남 앞에서 조금은 풀어져도 괜찮다. 그리고 턱까지 빈틈없이 채웠던 셔츠 단추를 슬쩍 하나쯤 푼다. 누운 듯이 의자에 기댄 채 눈은 살포시 감고 팔다리를 축 늘어뜨린다. 그러면 재즈는 갑작스레 차가워진 바람에 몸도 마음도 추운 이들에게 살며시 위로를 건넨다. 공식 홈페이지 www.jarasumjazz.com.



    시원한 가을밤 ‘재즈 샤워’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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