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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이지은의 아트야 놀자

전시회야? 역사교실이야?

‘코리안 랩소디 - 역사와 기억의 몽타주’전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전시회야? 역사교실이야?

전시회야? 역사교실이야?

1. 일본 우키요에 ‘조선사건 왕성 후궁도’. 2. 이상현 ‘조선의 낙조’. 3. 서도호 ‘유니폼/ 들…’.

형식과 내용이 자유로운 기악곡을 뜻하는 랩소디(Rhapsody)처럼 이 전시도 지난 100여 년간 한국 근현대사가 뒤죽박죽 섞여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우국지사의 충정을 강렬한 원색으로 표현한 그림 옆에 구한말 조선을 한껏 ‘조롱’한 일본의 우키요에가 등장하는 식이죠. 또 한국사에 길이 남을 굵직굵직한 사건을 그려낸 작품과 한 개인의 평범한 삶을 잔잔히 옮긴 작품이 날줄과 씨줄처럼 얽혀 있습니다. 과연 역사와 기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6월 5일까지 삼성미술관 리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코리안 랩소디 - 역사와 기억의 몽타주’전은 격동과 고난의 20세기를 시각예술은 어떻게 반영하고 기억하는지 살펴보는 전시입니다. 회화뿐 아니라 사진, 다큐멘터리, 우키요에 등 80여 점이 선보입니다.

개항 이후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를 다룬 1부 ‘근대의 표상’에서는 당대 제작한 작품과 이 시기를 재해석한 현대 작가의 작품이 함께 전시됩니다. 특히 발길을 잡는 건 일본 메이지시대(1868~1912년)에 만들어진 조선 관련 우키요에 6점입니다. 일본 전통의상을 입은 채 우스꽝스럽게 묘사된 대원군(‘조선사건 왕성 후궁도’)을 보는 순간, 당시 일본이 우리나라를 얼마나 무시했는지 알 수 있죠. 한때 서양화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던 우키요에는 이 시절 작품성을 잃고 체제 선전물로 전락했다고 합니다.

또 조선 황실의 비극적 가족사를 다룬 2시간 분량의 영상물 ‘조선의 낙조’도 꼭 보길 권합니다. 의친왕의 차녀 이해원 여사의 증언을 통해 마지막 왕족이 겪어야 했던 역사의 모순적인 단면을 보여줍니다. 고갱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이인성의 ‘경주의 산곡에서’, 당시 파격적으로 나체를 그린 나혜석의 ‘나부’와 오지호의 ‘누드’, 1920년대 조선일보 만평을 팝아트로 재현한 이동기의 ‘모던 보이’ ‘모던 걸’도 눈길을 끕니다.

해방 이후부터 현재까지를 다룬 2부 ‘낯선 희망’은 거대 담론의 표현과 미시사적 접근이 묘하게 섞여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학철의 작품 ‘한국 근대사 종합’은 해방부터 6·25전쟁과 4·19혁명, 이산가족 만남, 남북 화해 모드를 하나의 탑으로 그려냈습니다. 이 작품 바로 옆에 설치된 서도호의 ‘유니폼/ 들 : 자화상/ 들 : 나의 39년 인생’은 유치원,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교복과 교련복, 군복, 민방위복 등 작가가 39년간 입었던 제복을 선보이죠. 누구나 지나온 한 개인의 평범한 경험이지만, 그 안에서 숨 막히는 한국사회가 느껴집니다.



전시회야? 역사교실이야?
전시 작품을 찬찬히 다 살펴보려면 반나절 이상이 걸립니다. 마치 시청각 역사수업을 받은 듯합니다. 실제로 리움 측은 “초중고생 방문이 무척 늘었다”며 “청소년을 위한 감상용 워크북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주말에 자녀와 함께 이 전시를 찾으면 어떨까요. 지루한 역사책, 평범한 위인전보다 재미있는 역사교육이 될 것입니다. 일반 7000원, 초중고생 4000원. 전시 설명 오전 11시, 오후 1시, 오후 3시. 문의 02-2014-6900.



주간동아 2011.04.18 783호 (p79~79)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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