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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30대 캔디들의 속사정 04

나, 통 큰 소비 30대 싱글녀야

‘동안’ 열풍부터 ‘골드앤트’까지 서른 잔치… 기업들도 30대 女心 공략에 포커스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나, 통 큰 소비 30대 싱글녀야

나, 통 큰 소비 30대 싱글녀야
“27세,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

2003년 당시 신생 화장품업체 ‘엔프라니’는 20대 중후반 여성을 겨냥한 제품을 출시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27세를 강조한 카피는 어마어마한 히트를 했다.

하지만 7년여 세월이 지난 지금, 27세는 ‘너무 적지도 많지도’가 아닌 ‘너무 적은’ 나이가 돼버렸다. 엔프라니 마케팅실 정인원 대리는 “당시 27세를 강조한 카피 덕분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봤지만, 이후 그 정도 연령대만 사용하는 화장품이라는 인식이 박혀 구매층을 넓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2~3년 전부터 ‘20대 피부여 영원하라’로 슬로건을 바꾸고 30대, 특히 과감하게 자신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싱글 여성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리는 “27세를 강조했을 때의 주요 고객층이 이제 30대 중반에 이르렀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타깃 및 구매 연령대가 올라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명한 피부와 탄력 강조하며 접근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돌보는 대신, 자신에게 투자하는 30대 싱글 여성(3S)이 ‘황금 소비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경향은 뷰티업계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몇 년 전부터 또렷한 이목구미보다 투명한 피부와 탄력 있는 동안을 강조하게 된 것은 30대가 소비의 주축이 됐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 허웅 소장(광고학 박사)은 “최근 웅진코웨이가 화장품 ‘리엔케이’를 론칭하면서 1971년생인 고현정을 광고 모델로 했다는 건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 과거라면 무조건 20대 초반의 모델을 썼을 것”이라며 “어느 순간부터 화장품, 특히 고가 라인의 모델은 30대 톱스타들이 도맡아 했고, 이는 구매력이 좋은 30대 여성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홍보팀 성유진 과장도 “고기능성 고가 화장품을 구매하는 시발점이자, 가장 많이 사는 연령대가 바로 30대”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에서는 40, 50대를 겨냥해 1개에 60만~100만 원 하는 초고가 라인을 내놓고 구매 고객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의외로 30대 고객의 비율이 굉장히 높았다고 한다. 성 과장은 “물론 데이터만으론 기혼과 미혼의 비율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30대 싱글 여성이 피부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점으로 미뤄보아 미혼 고객이 훨씬 많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화장품을 넘어 성형 시장에서도 3S는 빼놓을 수 없는 주 소비자다. 재미있는 사실은 성형외과를 찾는 환자 수 자체는 20대가 더 많지만 꾸준한 관리와 고가의 시술, 수술을 받는 환자의 비율은 30대가 훨씬 높다는 것이다. 쌍꺼풀을 만들거나 코를 높이는 등 ‘눈에 보이는’ 성형은 20대가 주로 하고, 30대는 보톡스 및 필러 주사, 안면윤곽술, 지방흡입술 등 맑고 탄력 있는 피부와 볼륨 있는 몸매를 만들어주는, 즉 20대의 젊음을 유지하는 성형에 관심이 많다. 그랜드성형외과 유상욱 원장은 “이들이 외모 개선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이유는 단지 경제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좀 더 나은 사회생활을 위한 자기관리 차원에서다. 실제로 직장 내 승진이나 이직을 위해 성형수술이 필요하다고 털어놓는 환자가 적지 않다”고 했다.

‘마흔’을 앞둔 사람들 책 쏟아져

출판업계에서도 언젠가부터 메인 타깃이 20, 30대에서 30, 40대로 변하고 있다. 프리랜서 출판기획자인 김정혜 씨는 “과거에 ‘서른’이라는 나이가 화두였다면, 지금은 ‘마흔’이 화두가 됐다”고 말한다. 2000년대 초반에는 서른을 앞둔, 또는 막 지난 독자를 대상으로 한 책이 많았다. 최영미 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시집으로는 이례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20대에 꼭 해야 할 일’ 등을 담은 자기개발서와 연애상담, 심리학 서적 등이 우후죽순 발간됐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마흔을 앞두거나 막 지난 30, 40대를 대상으로 ‘마흔으로 살아가기’ 등의 내용을 담은 책이 다양하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김씨는 “이는 스물아홉에서 서른아홉이 됐으나 삶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특히 스스로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어른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는 30대 싱글 여성을 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뮤지컬이나 클래식 공연, 전시 역시 3S가 가장 큰 고객이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20대가 명품 가방 등 눈에 보이는 물건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자 한다면, 30대는 공연이나 전시 등 문화 소비로 스스로를 돋보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혼하고 자녀가 있는 30대 여성이 자신만의 문화 소비를 위해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찾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

나, 통 큰 소비 30대 싱글녀야

영·유아용품 업계에서도 3S는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심지어 자녀가 있는 기혼 소비자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영·유아용품 업계에서도 3S는‘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본인은 아이가 없지만 조카를 위해 과감히 지갑을 여는 고모, 이모들을 ‘골드앤트(Gold Aunt)’라 부른다. 미혼인 강모(34) 씨는 최근 신용카드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조카의 돌 선물을 사는 데 무려 50만 원이나 쓴 것. 지난 1년 동안 소소하게 사준 선물도 적지 않다. 강씨는 “예전엔 백화점에 오면 내 물건만 샀는데, 조카가 생긴 뒤로는 아기용품점에 자주 들른다. 하나밖에 없는 조카가 어찌나 예쁜지 베이비로션부터 크림, 샴푸, 옷, 가방, 모자, 신발 등 매달 선물을 한두 개씩 사줬다”고 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 조사에 따르면 골드앤트가 영유아용품 매장을 방문한 횟수가 2005년 평균 2.8회에서 2009년 3.7회로 늘었고, 구매금액 역시 22만5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증가했다. 제일모직 홍보팀 양희준 과장은 “빈폴 키즈의 경우 엄마보다 이모나 고모, 또는 엄마의 친구인 또 다른 ‘이모’가 선물용으로 사는 경우가 많다. 엄마는 가격과 실속을 꼼꼼히 따지는 반면, 이모나 고모는 고가의 브랜드와 세련된 디자인을 중시하는 데다 선물용 세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구매 물품의 가격대도 높은 편”이라고 했다.

한편 은행이나 보험, 증권사 등 금융권에서도 ‘골드미스’로 불리는 30대 고소득 싱글 여성은 매력적인 대상이다. 취재 중 만난 한 PB(Private Banker)는 “최근 PB 사업의 규모를 확장하고 있는데, 가장 먼저 공략하는 대상이 바로 30대 골드미스”라며 “이들은 추후 결혼을 하게 되면 한 가정의 자산을 본인이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 결혼하지 않더라도 그 나름의 방법으로 재테크를 꼼꼼히 할 것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라도 큰 수익을 가져다줄 고객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주간동아 2010.12.20 767호 (p44~45)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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