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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박세일 ‘광폭 행보’가 눈에 띄는 이유?

포럼과 단체 잇따라 창립 대중운동 선언 … 보수세력 결집 큰 꿈 꾸나

박세일 ‘광폭 행보’가 눈에 띄는 이유?

박세일 ‘광폭 행보’가 눈에 띄는 이유?

11월 23일 선진통일연합 발기인 대회에서 박세일 이사장(오른쪽에서 네 번째)과 발기인들이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여의도식 정치와는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그를 보는 여의도의 눈은 심상찮다. 최근 잇따라 포럼과 단체를 설립하며 대중운동을 선언한 박세일(62)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말이다.

박 이사장은 서울대 법대 교수 시절 김영삼(YS) 전 대통령에 의해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과 사회복지수석에 발탁됐고, 한나라당 17대 총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17대 국회의원(비례대표)을 지낸 인물. 박근혜 대표 시절인 2005년 행복도시건설 특별법(세종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비판하며 여의도를 떠났다.

이후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통일을 연구하는 ‘보수 싱크탱크’ 한반도선진화재단을 만들어 정책 연구 및 건의를 해왔다. 5년여간의 ‘재야 생활’이었지만,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선진화 통일’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등 범(凡)보수 세력이 차용하면서 여전히 현실정치인의 입에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던 그가, 공교롭게도 2012년 대통령 선거의 막이 오르는 이 시점에서 대중시민운동을 선언하며 자신의 세(勢)를 드러냈다. 또 12월 9일 북한민주화위원회가 주최한 ‘김씨 왕조 타도를 위한 2만 탈북자 총궐기대회’에서는 “탈북자들이 한반도 통일 선봉장이 돼야 한다”고 했고, 언론 기고를 통해서는 “(연평도 포격에 대한) 강력한 응징이 확전되더라도 그 기회를 통일의 기회로 만들겠다는 전략이 있어야 제대로 된 응징이 가능하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등 광폭 행보를 본격화했다.

2011년은 유력 대선주자들이 이합집산을 통해 세를 모으는 해다. 박 이사장의 ‘적극 행보’를 현실정치와 연결 짓는 시각이 많은 이유다. 박 이사장은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선진화와 통일이 정치운동으로 해결된다면 벌써 했겠지. 정치로는 안 되니까 신민(新民)운동을 하는 것”이라며 정치권과 거리를 뒀지만 “진보든 보수든 모든 기득권을 내놓고 국민통합에 앞장서고 이 문제(선진화와 통일)를 풀겠다는 움직임이 있다면 좋은 일”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최근 잇따른 포럼 창립식과 통일운동 단체의 발기인대회는 이런 여운을 구체화하는 자리로 비치기에 충분했다.



자신의 세와 인맥 과시

10월 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선국가전략포럼’ 창립식에는 YS를 비롯해 이홍구 전 국무총리, 박관용 전 국회의장, 김덕룡 대통령 특보,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여전한 ‘박세일 인맥’을 과시했다. 포럼의 창립 취지는 정책 책임자와 학자, 산업 및 직종 대표, 언론, 시민사회 대표 등 각계 인사들로 구성해 국가적 과제를 고민하고, 토론으로 국가전략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포럼을 통해 정치권과 ‘박세일 공식 루트’를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럼 창립 이후 지금까지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이 강사로 초청돼 박 이사장과 의견을 나눴다. 박 이사장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이던 1995년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이던 안 대표에게 입당(당시 민주자유당)을 권한 인연이, 이재오 장관과는 YS계라는 공통점이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2011년 상반기 중 강사로 초청하기로 했다.

11월 23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선진통일연합’(이하 선통련) 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공동체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 운동과 선진화, 통일, 정치개혁 등을 국민과 함께 이뤄나가겠다는 대중운동이 발기 취지였지만, 행사장은 창당 발기인대회를 방불케 했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등은 축사에서 한결같이 “박세일이 하면 다 믿는다”고 했고, 한 여성 발기인은 연단에 올라 “국가지도자 박세일 위원장을 모시고 이 자리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행사장에는 사전에 준비한 600여 장의 안내 책자가 동이 나 긴급 공수하는 등 주최 측도 예상치 못한 인원이 모여들었다. 300여 석의 좌석을 차지하지 못한 참가자 500여 명은 행사장 뒤편과 복도에 서서 끝까지 대회를 지켜보는 ‘열의’를 드러냈다. 일반적인 포럼과 단체 창립식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 행사장에서 만난 이모(65·서울 용두동) 씨의 말에서 그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었다.

“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서던 차에 박 이사장이 선통련 발기인을 모집한다고 해서 왔다. 우리 나이 또래는 박 이사장을 진지하고 합리적인 정통 보수로 본다. 10년 만에 들어선 보수정권이 ‘중도개혁 보수’ 운운하는 게 영 마뜩잖은 마당에, 우리처럼 조용한 보수세력이 박 이사장과 함께 모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당분간 선통련은 선진국 진입을 위해 정부에 정책 제언을 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정치세력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길거리에서 태극기 흔들고 몸싸움하는 할아버지들이 아니라, 연구 분석을 통해 국가과제를 설정하고 여론을 이끄는 그런 보수세력이 생겨야 한다. 우리가 나서는 것도 보수 대안세력으로서 정치세력화하는 거 아니겠나.”

기자와 이씨의 대화를 듣던 참가자들 역시 연방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박 이사장의 적극 행보는 ‘답답해하던 보수세력의 청량제’라는 의견이 주류였다. 선진화재단 관계자는 “이미 1600여 명의 발기인이 참여했고 내년 3월 정식 창립식까지 발기인을 모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대안세력으로 정치세력화할 것”

선진화와 통일 같은 대형 국가전략은 보수정권의 재집권을 위한 필수 의제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중조직까지 갖춰 보수층 인사를 결집하고 정치세력화를 이룬다면, 현실정치 역시 ‘박세일 세력’과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그 방식은 예단하기 힘들지만, 박 이사장이 ‘세련된 방식’으로 선진화를 홍보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보수세력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실정치 개입 방식은 ‘보수 후보와의 연대’를 예측하는 시각이 많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릴 경우 ‘보수 대안’으로 박 이사장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 박 이사장을 잘 아는 한나라당 한 중진의원의 말이다.

“2012년 대선에서 박 이사장이 주인공으로 무대(대통령선거 출마)에 오른다는 관측은 무리다. 본인도 여러 차례 ‘NO’라고 했고, 치열한 선거전을 펼칠 성격과 상황도 아니다. 하지만 대선에서 보수 후보들이 난립하거나 본선 경쟁력이 떨어지면 ‘세련되고 합리적인 이미지’의 그를 영입하려 할 것이다. 보수 결집과 중도층 흡수라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가정이지만 선통련이 선거운동 조직이 될 수도 있다. 그가 YS계와 뉴라이트 등 보수단체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점도 그의 ‘상품성’을 더한다.”

박 이사장은 ‘선진통일연합 발기인대회를 준비하면서’라는 글에서 “과거 행적에 과오가 있다고 해도 묻지 말자. 대의를 같이하면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뜻 높은 동지들인, 천하의 의인과 현인들이 구름처럼 몰려올 것이다”라고 썼다. ‘천하의 의인과 현인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정치세력화를 이룬다면, 본인의 부인에도 분명 2012년 대선에서 그 영향력을 과시할 수밖에 없다는 게 세인들의 관측이다. 박 이사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인터뷰 /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좌파는 평화 얘기하지만 분단 고착화, 우파는 현상타파에 소극적”


박세일 ‘광폭 행보’가 눈에 띄는 이유?
박세일 이사장은 “그동안 대북정책만 있었고 통일정책은 없었다”며 북한 개혁개방을 위해 북한 내에 친남한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행보가 빠르다.

“그동안 강연을 다니다 보니 국민들이 무척 불안해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중국이 부상하고, 북한이 (연평도) 포격하고, 교육비나 양극화 때문에 불안해한다. 개인이나 국가의 운명 모두에 대한 불안이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다. 이러다간 후진국으로 다시 떨어진다. 이 시점에서 국민 재탄생, 국가 재창조가 필요하다. 21세기 신국민운동을 펼치는 이유다.”

신국민운동이란?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면서 통일이 급박하게 다가오고 있는데 선진화와 통일을 위한 국가의 움직임이 없다. 선진화와 통일은 시간이 지나면 절로 되는 게 아니다. 국민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직접 호소하고 토론하고 소통해 공론화를 통해 국민운동으로 발전해야 가능하다.”

정부의 통일 노력은 없었다고 보나.

“지난 30년간 대한민국에 대북정책은 있어도 통일정책은 없었다. 대북정책도 화해 협력, 혹은 강경책 논의는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분단 관리 정책이었다. 우파 정권 땐 강경책으로 분단을 관리하는 정책이어서 적극적으로 북한을 변화시키는 작업은 약했다. 좌파 정권은 통일이 평화로 바뀌었다. 소위 진보 인사라는 사람들은 과거 남한이 북한보다 군사·경제적으로 약할 때는 통일하자고 했다. 남한이 발전하니까 이젠 평화를 들고 나왔다. 분단 상황에서 평화는 허구다. 통일을 해야 평화를 얻을 수 있다. 평화를 얘기하면서, 분단을 고착화하고 북한 변화에 반대한다. 진보는 북한 체제를 긍정하고, 보수는 현상 타파에 소극적이었다는 게 문제였다(박 교수는 ‘한반도 선진화 통일론’이라는 논문에서 “확실한 의지를 담은 전략적 통일정책이 없었다. 그래서 통일이란 목표는 약화되고 정책수단이어야 할 ‘유화냐 압박이냐’에 대한 남남논쟁만 격화됐다. 좌파진보는 ‘무조건 유화’, 우파보수는 ‘무조건 압박’을 주장하는 식이 돼버렸다”고 분석했다).”

통일 방안은.

“북한 경제를 회생시키고 ‘스텝 바이 스텝’으로 가야 한다. 북한 실물경제를 회생시키는 데는 50억~100억 달러면 된다. 그리고 체제변화-경제통합-정치통합의 3단계 통합을 통해 서서히 실행해야 한다. 정치통합은 가장 늦게 해야 한다. 통일 독일은 노동자 생산성이 서독에 비해 30%인 동독 노동자에게 급여는 (서독 노동자의) 80% 이상 줬다. 통일비용 70%를 복지비용으로 썼다. 총선 표를 의식해 포퓰리즘 정책을 썼기 때문이다.”

포퓰리즘? 2005년 행복도시건설 특별법(세종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포퓰리즘’이라며 당직(정책위의장)과 의원직을 사퇴했는데.

“해방 이후 최대 포퓰리즘 정책이 세종시였다. 한국 정치는 허구였다. 합리적 집단의사 결정 과정도 없었다. 무상급식, 부자감세도 마찬가지다. 포퓰리즘 과잉은 선진화의 최대 적이다. 국민이 문제를 깨닫고 푸는 수밖에 없다. 나는 국회에 1년 있었지만(17대 비례대표), 의원 배지를 달지 않았다. 국회의원으로서 제대로 일할 때 달려고 했다. 세종시법이 통과되는 것을 보고 절망했다.”

박세일 ‘광폭 행보’가 눈에 띄는 이유?

2004년 3월 25일 한나라당 17대 총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겸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장에 내정된 박세일 교수가 입당서에 서명하자 박근혜 대표가 박수를 치고 있다. 가운데는 당시 사무총장이던 이상득 의원.

박근혜 전 대표 시절 일인데. 박 전 대표와의 관계는?

“이후 나는 연구만 했고…. 최근에 한선국가전략포럼 강연 초청을 했다. 내년 초쯤 적절한 시점에 강연할 것이다.”

평소 선진화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의 정상국가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북한 집권세력에게 정상국가화하고 개혁개방으로 갈 것인지를 확실하게 선택하라고 추궁해야 한다. 안 된다는 확신이 들면 북한 내 친(親)남한 세력을 본격 육성해야 한다.”

친남한 세력? 체제 변화의 첫 단추인가.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도록 변화시켜야 한다. 북한 내부적으로 친한(親韓)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대(對)동포 정책이 없었다. 북한 동포에게 ‘선진 한반도를 만들고 동북아 시대를 열자’는 꿈을 주고 마음을 사야 했다. 국내에서도 국론통일 작업을 열심히 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에서 ‘일정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모든 기득권을 내놓고 국민통합 앞장서고 이 문제(선진화와 통일)를 풀겠다는 정치권 움직임이 있다면 좋은 일이다. 그게 가능할까? 나는 공부하는 사람이다. 사회적, 국가적 과제를 연구해 정론을 세우고 국민에게 알려주는 게 사명이다. 옛날식의 선비관인지 모르겠다. 노동자가 땀 흘리고, 농민이 농사짓는 동안 나는 책을 읽었다. 나는 이들에게 책 읽은 결과를 알려줘야 한다.”




주간동아 2010.12.20 767호 (p20~22)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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