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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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회복 방망이 힘껏 돌려라!

라이언킹 이승엽 사실상 요미우리와 결별 수순 … 요코하마·야쿠르트·라쿠텐 등 이적 거론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0-09-20 09: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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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승엽(34)은 9월 3일 주니치전에 앞서 1군 엔트리에 복귀했다. 6월 21일 2군으로 떨어진 지 무려 74일 만이었다. 복귀전에서 선발 출장,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그는 5일 주니치전에서 대타로 나서 85일 만에 안타(시즌 15호)를 터뜨렸다. 하지만 1군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1군 복귀 3일 만인 6일, 다시 2군으로 강등됐다. 사실상 요미우리와 결별 절차에 들어간 셈. 2010년 그의 성적은 2004년 지바 롯데 유니폼을 입고 일본으로 건너간 후 최악이다. 그의 야구 인생을 통틀어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시구를 위해 잠실구장을 찾은 재일교포 출신 ‘전설의 타자’ 장훈 씨가 이승엽에 대해 “요코하마행 가능성이 높다고 들었다”고 밝히면서 벌써부터 올 시즌 종료 후 이승엽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승엽은 요미우리와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했다. 2008년 이후 2년간 부상과 부진으로 이렇다 하게 보여준 것이 없었던 만큼, 벼랑 끝 심정으로 동계 훈련도 착실히 소화했다. 그는 지난 1월 말,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요미우리에서 마지막 캠프가 될지 모른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열심히 하겠다. 30홈런과 100타점을 목표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출전 기회 박탈 올 시즌 몰락

    그러나 그 각오는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섰지만 개막 전부터 하라 다쓰노리 감독 등 요미우리 코칭스태프는 그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는 게 정설이다. 미야자키 캠프 때 두산 캠프에서 야간 훈련을 한 것이 구단에 밉보인 결정적 계기라는 얘기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그는 스프링 캠프부터 요미우리 ‘미래의 지도자’로 불리는 다카하시 요시노부에게 주전 1루 자리를 내줬고, 개막 이후에도 줄곧 벤치를 지켰다. 주로 대타와 대수비로 나서던 그는 5월에 연달아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명성을 되찾는 듯했지만 대타라는 한계로 상승세는 이내 주춤했다. 6월 2군 강등전까지 그는 48경기에 출전, 고작 타율 0.173에 5홈런 14안타 11타점을 기록했다. 이후 두 달 넘게 1군에서 부름을 받지 못하다 확대 엔트리가 적용된 9월에야 호출을 받았다. 하라 감독이 그를 1군에 다시 불러들일 때 일부 언론은 “이승엽은 하라 감독이 생각하는 키맨”이라 치켜세웠지만 그가 포스트시즌에서 중용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포스트시즌에서 쓸 선수를 엔트리 복귀 3일 만에 다시 내치지는 않는다.



    2001~2002시즌 요미우리에서 뛰었던 넥센 정민태 투수코치는 “이승엽이 실력이 떨어져서 못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아직 방망이가 무뎌질 나이도 아니다. 기회가 없어서 그런 것일 뿐”이라며 요미우리의 특수성을 지적했다. 요미우리 구단은 돈이라면 아쉬울 것이 없다. 이승엽에게 거액을 투자했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투자 금액에 대한 미련을 일찌감치 접었다. 다른 구단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 진출 첫해 지바 롯데 4번 타자로 연착륙에 성공한 김태균. 시즌 초반 극심한 난조를 보일 때도 구단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던 것이 그에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하지만 요미우리는 다르다. 외국인 선수에게 조금 더 엄격할 뿐, 자국 선수에게도 냉정하기는 마찬가지다. 히로시마 4번 타자였던 에토 아키라 등 각 팀의 내로라하는 타자들도 요미우리에서는 2군을 들락날락했다.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기요하라 가즈히로가 “요미우리는 천국이자 지옥”이라고 한 것도 그래서다. 삼성 선동렬 감독은 “이승엽이 요미우리 소속이라 느끼는 중압감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한 적이 있다.

    명예회복 방망이 힘껏 돌려라!
    절치부심 제2의 나카무라 되나

    이승엽의 진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가 다름 아닌 ‘국민 타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때 한국 프로야구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다. 요미우리 첫해였던 2006년 41홈런 101타점으로 일본의 심장 요미우리에서 간판으로 활약했던, ‘한국의 자긍심’이었다. 요미우리에서 5년째를 맞은 그는 올 시즌 6억 엔(약 85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요미우리는 ‘투자한 돈’을 찾기 위해 그에게 기회를 주는 대신, 눈 밖에 난 그를 2군에 방치했다. 현시점에서 요미우리와의 재계약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에게 향후 선택은 한국 무대 복귀냐, 일본에 잔류한 뒤 재도약을 꿈꾸느냐 두 가지로 압축된다. 그러나 첫 번째 카드인 한국 복귀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승엽은 자존심 하나로 뭉친 선수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선뜻 국내로 유턴할 스타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의 원소속구단인 삼성도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젊은 선수 위주로 팀 구성을 완성해가는 선동렬 감독 역시 “와도 자리를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삼성 복귀가 아니라면 프리에이전트(FA) 권리를 행사, 국내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지만 그의 몸값을 고려하면 이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여기서 주목할 게 그와 절친한 롯데 홍성흔의 말이다. 그는 “내가 아는 승엽이는 이 상황에서 절대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덧붙여 “선수는 자신을 알아주는 감독 밑에서 빛을 발하게 마련이다. 대타로 들락날락해서는 아무리 이승엽이라도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꾸준히 출장할 수 있는 팀에 간다면, 이승엽은 반드시 부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렇다면 두 번째 카드, 일본 잔류가 유력하다. 장훈 씨는 요코하마행을 언급했지만, 일본 프로야구에 정통한 국내 또 다른 인사는 야쿠르트행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제3의 관계자는 라쿠텐을 지목한다. 세 구단이든, 아니면 또 다른 구단이든 이승엽의 새 둥지로 꼽히는 일본 구단은 현재 간판 거포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승엽에게 꾸준히 기회를 줄 수 있는 구단이다.

    문제는 몸값이다. 이승엽은 3년 연속 연봉 6억 엔을 받았다. 대폭 삭감되는 굴욕을 감수하고라도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제 이승엽은 연봉 5000만 엔도 각오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에서 일본으로 건너갈 때 ‘100억 원 제의’를 뿌리쳤던 이승엽은 일본 진출 후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명예회복이고, 기회다. 한때 일본 프로야구를 주름잡았던 강타자 나카무라 노리히로는 2004년 리그 최고연봉(5억 엔)을 받았지만 메이저리그 도전 실패와 타격 침체 등으로 은퇴 기로에 몰렸다. 결국 2007년, 전년 대비 97%가 줄어든 연봉(600만 엔)으로 주니치와 계약했다. 하지만 그해 일본시리즈 MVP를 차지하며 이듬해 무려 733%의 연봉상승률로 부활했다.

    이승엽은 제2의 나카무라가 돼야 한다. 이것이 국내 야구인의 공통적인 바람이다. 정민태 투수코치는 “본인을 원하는 팀이 있다면 일본에서 이동하는 게 맞다. 요미우리는 조금만 못해도 기회를 안 주는 팀이다. 다른 팀으로 가면 좀 더 편하게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KIA 조범현 감독 또한 “돈에 연연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아직 실력이 떨어지거나 나이가 들어서 못하는 건 아닐 것이다”면서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명예회복 차원에서 일본에 잔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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