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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수’가 기가 막혀!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아리수’가 기가 막혀!

오랜만에 마신 보리차는 구수하고 맛있었습니다. 회사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생수 대신 보리차를 주더군요. 돌아보면 예전엔 보리차, 둥굴레차 등을 끓여 식수로 마시는 가정이 참 많았는데 요즘은 드문 것 같습니다. 15년 전,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수가 판매됐을 때 대부분의 사람이 ‘누가 돈 주고 물을 사 먹느냐’고 했던 기억도 납니다. 최근에는 수입 생수만 골라 마시는 사람이 있을 정도니,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가 봅니다.

“서울시민 52% 이상, 아리수(서울시가 만드는 수돗물) 마셔요.”

몇 개월 전 서울시가 발표한 내용입니다. 글쎄요, 두 명 중 한 명꼴로 수돗물을 마신다는 뜻인데…. 이상했습니다. 제 주위에서 아리수를 마시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거든요.

그렇다면 절반 이상이라는 수치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지난 1월 말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서울시민 아리수 음용 행태 및 빈도’를 설문 조사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리수를 ‘항상 또는 자주 마신다’라고 대답한 사람을 합한 비율이 52.1%였다”고 말했습니다.

한데 선택문항을 찬찬히 살펴보니 ‘그대로 마신다’는 응답자(2.3%)와 ‘끓여 마신다(보리차 등 포함)’는 응답자(50.2%)를 합한 수치에서 중복응답자 7명을 뺀 것이더군요. 결국 아리수를 ‘끓여’ 마시는 사람이 절반 이상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것이죠. 이런 식이라면 수돗물을 대부분 끓여 먹던 예전이 더 음용률이 높은 것 아닌가요. 심지어 아리수를 그대로 마신 적이 ‘전혀 없다’라고 대답한 사람의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85.4%나 됐습니다.



‘아리수’가 기가 막혀!
아리수 보급을 위한 서울시의 노력은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낡은 상수도관을 교체하는 작업을 해왔고, 국제적인 품질분석 전문기관으로부터 아리수의 품질도 인정받았습니다.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많은 서울시민이 안심하고 마시길 바라는 마음이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서울시민 100명 중 2명이 마시는 아리수를 절반 이상이 마신다고 하다니…. 에이, 이건 좀 아니잖아요.



주간동아 2010.07.12 745호 (p13~13)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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