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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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자존심 전쟁…이 경기 놓치면 후회할걸

예선 조별리그 잠 못 이룰 ‘빅 매치 12’

  •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입력2010-05-31 1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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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마다 월드컵 시즌이 되면, 눈이 충혈되거나 사무실이나 교실에서 꾸벅꾸벅 조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다. 밤새우며 월드컵 빅 매치를 보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 때도 별반 다르지 않을 듯하다. 브라질의 카카(레알 마드리드),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세계를 주름잡는 축구 스타들의 향연이 축구팬을 찾아온다. 이번 대회는 6월 11일 개막해 32팀이 4팀씩 8개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치르고, 각조 2위가 16강에 올라 크로스 토너먼트로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을 가린다. 조별리그 총 48경기 가운데 한국이 속한 B조 6경기를 제외한 42경기에서 놓쳐서는 안 될 ‘빅 매치’를 미리 살펴본다(경기시간은 한국시간).
    한밤의 자존심 전쟁…이 경기 놓치면 후회할걸

    티에리 앙리

    A조 우루과이 vs 프랑스

    >>> 12일 오전 3시 30분 케이프타운

    우루과이와 프랑스는 개막전인 남아공-멕시코전보다 관심을 모은다. 그 이유는 프랑스가 2006년 독일월드컵 준우승 팀답지 않게 유럽 지역예선에서 고전했기 때문이다. 우루과이와 프랑스는 2002년 한일월드컵 A조에서 경기를 펼친 적이 있다. 당시 두 나라는 득점 없이 비겼다. 조별리그 결과는 우루과이 16강 진출, 프랑스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프랑스는 세대교체에 실패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연 프랑스가 2002년 악몽의 한 조각이었던 우루과이를 상대로 8년 전 빚을 갚으며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루과이는 남미 예선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제치고 조 1위를 달렸을 만큼 저력이 있는 팀으로 월드컵 16강 무대 단골이다.

    A조 프랑스 vs 남아공



    >>> 22일 오후 11시 블룸폰테인

    이변의 희생양이 나올 수 있는 경기다. 역대 월드컵을 보면 개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은 4강, 일본은 16강에 올랐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독일은 3위를 차지하고,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프랑스는 우승을 하는 등 홈팀이 유독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만 보면 남아공이 프랑스를 이기긴 쉽지 않다. 하지만 2002년 한국처럼 홈팬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는다면 프랑스를 누르는 이변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또한 프랑스의 전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이 경기를 주목하게 만든다.

    한밤의 자존심 전쟁…이 경기 놓치면 후회할걸

    웨인 루니

    C조 잉글랜드 vs 미국

    >>> 13일 오전 3시 30분 루스텐버그

    잉글랜드와 미국의 C조 조별리그 첫 경기는 테러 때문에 더욱 관심을 모은다. 월드컵 개막을 3개월여 앞두고 알카에다는 남아공월드컵에서 잉글랜드-미국전을 테러 대상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이 때문에 국제축구연맹(FIFA)과 남아공월드컵조직위원회는 이 경기를 앞두고 삼엄한 경비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흥미롭다. 잉글랜드는 웨인 루니, 스티븐 제라드(리버풀) 등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스타가 즐비하다. 잉글랜드는 내심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은 객관적인 전력은 떨어지지만 프리미어리거 클린트 뎀프시(풀럼), 팀 하워드(에버턴) 등 유럽에서 뛰는 선수를 대거 보유했다. 미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늘 복병으로 지목받는 저력 있는 팀이다.

    D조 독일 vs 세르비아

    >>> 18일 오후 8시 30분 포트엘리자베스

    사실상 D조 1위를 가리는 경기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독일과 유럽의 복병 세르비아의 일전이다. 독일은 설명이 필요 없는 팀이다. 월드컵에서 3번이나 우승했고 2002년 준우승, 2006년 3위를 차지했을 만큼 월드컵 무대에 유독 강하다. 반면 세르비아는 2006년 세르비아­몬테네그로로 참가했지만, 독립 이후 세르비아라는 국가명으론 첫선을 보이는 무대다. 박지성의 팀 동료 네마냐 비디치(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첼시) 등 스타가 즐비하다. 지난해 영국에서 열린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강력한 수비와 파워 넘치는 플레이로 승리한 바 있다. 수비와 탄탄한 팀워크가 강점으로 꼽힌다. 두 팀 모두 거친 몸싸움을 즐기는 팀이어서 싸움에 가까운 혈투가 예상된다.

    D조 가나 vs 독일

    >>> 24일 오전 3시 30분 요하네스버그

    이 경기는 보아텡 형제의 맞대결 때문에 더욱 시선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포츠머스의 프린스 보아텡은 가나 국가대표로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보아텡의 동생은 독일 대표팀으로 월드컵에 나선다는 점이다. 둘은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형은 아버지 국가인 가나를 위해, 동생은 자신이 태어난 독일을 위해 뛴다. 형제가 다른 국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서 조우할 수 있어 팬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또한 이 경기에서 패하는 팀은 16강 진출이 좌절될 수 있어 두 팀 모두 배수의 진을 칠 것으로 보인다.

    E조 일본 vs 카메룬

    >>> 14일 오후 11시 블룸폰테인

    월드컵 4강 진출을 공언한 오카다 감독의 일본은 죽음의 조에 속했다. 카메룬, 네덜란드, 덴마크 등 강호와 경기를 치러야 해 사실상 1승도 쉽지 않다. 그 첫 상대가 바로 아프리카의 카메룬이다. 유럽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인 사무엘 에투(인터 밀란)를 보유한 카메룬은 대부분의 멤버가 유럽 빅 리그에서 활약하는 강호다. 일본은 러시아에서 뛰는 혼다 케이스케(CSKA 모스크바), 나카무라 순스케(요코하마 마리노스) 등 미드필더들의 패스 플레이는 좋지만 득점을 책임져줄 스트라이커가 절대 부족하다. 3월 세르비아 2진에게 안방에서 0대 3으로 대패한 일본이 아프리카 최강 카메룬과의 첫 경기를 잘 넘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E조 카메룬 vs 네덜란드

    >>> 25일 오전 3시 30분 케이프타운

    죽음의 조를 통과할 주인공이 결정되는 매치다. 공격력이 좋은 두 팀이 난타전을 벌일 수도 있다. 유럽의 강호 네덜란드는 아르옌 로벤(바이에른 뮌헨), 디르크 카윗(리버풀), 판 페르시(아스널) 등 유럽 최고의 윙어와 스트라이커를 보유한 화력이 좋은 팀이다. 유럽 지역예선에서 8전 전승을 거두며 모두 17골을 뽑아냈다. 경기당 2골 이상의 득점력을 갖췄다. 카메룬도 사무엘 에투를 비롯해 스테판 음비아(마르세유), 알렉상드르 송(아스널) 등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췄다. 아스널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판 페르시와 알렉상드르 송이 그라운드에서 충돌하는 모습도 기대해볼 수 있다.

    F조 이탈리아 vs 파라과이

    >>> 15일 오전 3시 30분 케이프타운

    2006년 월드컵 우승팀 이탈리아의 첫 경기 상대가 남미의 파라과이다. 역대 월드컵을 보면 디펜딩 챔피언이 첫 경기에서 고전한 사례가 적지 않다. 1994년 미국월드컵 우승팀 브라질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첫 경기에서 약체 스코틀랜드에게 상대 자책골로 2대 1로 간신히 승리를 거뒀다. 1998년 우승팀 프랑스는 2002년 월드컵 개막전에서 세네갈에 0대 1로 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2002년 월드컵 우승팀 브라질은 2006년 대회 첫 경기에서 크로아티아에 1대 0으로 어렵게 이겼다. 이탈리아가 강호이긴 하지만 파라과이가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파라과이는 남미 예선에서 브라질에 1승1패, 아르헨티나에 1승1무를 거두는 등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G조 코트디부아르 vs 포르투갈

    >>> 15일 오후 11시 포트엘리자베스

    G조의 첫 번째 경기로 이 경기 승부가 조 전체 판도를 어느 정도 가늠케 할 수 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은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패하는 팀은 죽음의 조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기는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코트디부아르의 핵 디디에 드로그바(첼시)의 대결로 압축된다.

    호날두와 드로그바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수많은 대결을 펼쳤으나 지난 시즌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 두 사람의 맞대결은 볼 수 없었다. 월드컵 무대에서 다시 충돌하는 두 스타의 발끝에 포르투갈과 코트디부아르의 운명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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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

    G조 브라질 vs 북한

    >>> 16일 오전 3시 30분 요하네스버그

    일본이 포함된 E조 못지않게 강호들이 한 조에 속했다. 브라질, 코트디부아르, 포르투갈 가운데 북한이 속했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이후 두 번째로 세계무대에 도전하는 북한의 첫 경기 상대가 바로 월드컵 최다 우승국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호나우지뉴(AC 밀란), 호비뉴(산토스), 카카 등 화려한 공격 라인업을 갖췄다. 이들 외에 밥티스타(AS 로마) 등도 엄청난 파괴력을 지녔다. “우리만의 축구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하는 김정훈 감독의 수비 위주 전술이 브라질을 상대로도 효과를 발휘할지 궁금하다. 북한은 월드컵 예선에서처럼 두터운 수비와 빠른 역습으로 경기를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밤의 자존심 전쟁…이 경기 놓치면 후회할걸

    정대세

    G조 북한 vs 코트디부아르

    >>> 25일 오후 11시 넬스프루트

    북한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다. 북한이 죽음의 조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가 결정되는 순간이다. ‘인민 루니’로 불리는 북한의 정대세(가와사키 프론탈레)가 자신과 비슷한 스타일의 스트라이커 드로그바와 대결한다. 둘은 힘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높은 골 결정력을 보유한 공격수다. 북한은 전체적인 무게를 수비에 두겠지만 정대세를 중심으로 역습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코트디부아르는 북한을 이기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 뻔하다. 북한이 정대세를 중심으로 효과적인 역습을 펼친다면 이변을 기대해볼 수 있다.

    H조 스페인 vs 스위스

    >>> 16일 오후 11시 더반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인 스페인과 뛰어난 수비력을 자랑하는 스위스가 맞붙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스페인은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널), 다비드 비야, 이니에스타, 사비 에르난데스(이상 바르셀로나) 등 유럽 무대에서도 개인기와 득점력이 좋기로 소문난 선수가 즐비하다. 반면 스위스는 2006년 독일월드컵 때 16강에서 탈락했지만 4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골도 실점하지 않았을 만큼 수비 조직력이 뛰어나다. 2006년 수비 멤버들이 이번 대회에도 그대로 출전한다. 한국도 2006년 스위스의 조직력에 0대 2로 무너지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스페인과 스위전 결과에 따라 H조 1, 2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월드컵 주인공과 희생양은?

    아프리카 팀의 반란 … 한국팀도 이변 일으킬 저력 갖춰


    한밤의 자존심 전쟁…이 경기 놓치면 후회할걸

    2002 한일월드컵 개막전에서 세네갈의 파프 부바 디오프(왼쪽에 앉아 있는 선수)의 결승골로 전년 대회 우승팀 프랑스는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스포츠계에는 “골이 많이 나는 경기와 심장에서 가까운 신체 부위로 하는 경기일수록 이변이 적다”라는 말이 있다. 예를 들면 농구처럼 골을 많이 넣어야 하는 경기는 팀의 전력대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손으로 하는 스포츠는 발로 하는 스포츠보다 세밀해 의외의 승부가 연출되는 일이 드물다.

    이 때문인지 축구에는 이변이 많다. “축구공은 둥글다”라는 말엔 ‘이변’이 암시돼 있다. 아무리 강한 팀도 약팀에게 패할 수 있다. 그래서 유럽의 빅 클럽들이 FA컵에서 2부, 3부 리그 팀에 덜미를 잡혀 탈락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월드컵 무대도 예외가 아니다. 2002년 우승후보 프랑스의 조별리그 탈락, 2006년 체코의 조별리그 탈락 등 많은 이변이 일어났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가장 이변이 예상되는 조가 바로 홈팀 남아공이 속한 A조다. 남아공을 비롯해 우루과이, 프랑스, 멕시코 등이 조별리그를 펼친다. 역대 월드컵에서 개최국은 늘 16강에 올랐다. 때문에 유럽의 강호 프랑스가 이변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프랑스는 유럽 지역예선에서 플레이오프를 거친 끝에 힘겹게 본선행에 성공했다. 티에리 앙리가 아일랜드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손으로 패스한 게 파울로 지적됐다면 월드컵은 남의 잔치가 됐을 것이다.

    이번 대회 최고의 복병은 D조의 세르비아다. 세르비아­몬테네그로에서 독립해 세르비아 국기를 달고 처음 월드컵 무대에 섰다. 독일, 가나, 호주 등과 함께 죽음의 조에 속했지만 세르비아는 16강에 오를 만한 실력을 갖췄다. 16강에만 오르면 우승까지 바라볼 정도다. 세르비아는 유럽 지역예선에서 프랑스, 루마니아, 오스트리아 등과 한 조에 속해 조 1위로 본선 진출을 결정지었다. 10경기에서 실점은 8점에 그친다. 세르비아가 이변을 일으킨다면 그 희생양은 독일, 가나 중 한 팀이 될 것이다. 독일은 미드필더의 핵 미하엘 발라크의 부상 결장으로 전력이 하락했다. 가나는 세르비아와 독일 못지않은 라인업을 이루지만 무게감에서는 경쟁팀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죽음의 G조에 속한 북한 또한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북한은 브라질, 포르투갈, 코트디부아르보다 전력이 2단계 이상 떨어진다. 하지만 극단적인 수비전술을 사용해 이들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 월드컵 무대를 발칵 뒤집어놓을 수 있다. 첫 경기에서 브라질과 무승부만 돼도 세계는 북한 축구를 집중 조명할 것이다. 북한과 무승부를 기록하는 팀은 죽음의 G조에서 탈락의 고배를 맛보게 될 것이다.

    아프리카 팀들의 반란도 관심이다.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린다. 남아공이 지구 남반구에 자리했다는 점, 고지대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는 점 등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특히 아프리카 지역예선에서 2010 네이션스컵 우승팀 이집트를 꺾고 올라온 C조의 알제리를 주목한다.

    B조의 한국도 이변을 일으킬 저력을 갖췄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은 아르헨티나, 그리스, 나이지리아에 뒤진다. 하지만 박지성을 비롯해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등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능력 있는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월드컵 예선과 평가전에서 강호들을 상대로 선보였던 기량만 발휘한다면 이변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미 영국 등 유럽 언론은 B조에서 한국이 나이지리아, 그리스를 제치고 16강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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