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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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에 대한 왜곡된 시선 깊은 상처로 남았어요”

연극 ‘교수와 여제자’ 주인공 최재경 “진실한 연기, 팬 소중함 느낀 것은 소득”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입력2010-02-10 19: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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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드에 대한 왜곡된 시선 깊은 상처로 남았어요”
    ‘연극배우 최재경 안타까운 연기활동 중단 위기’ ‘알몸 연기 몰카 충격, 최재경 하차’ ‘교수와 여제자 몰카에 최재경 정신적 충격으로 입원’ ‘전라 연극 최재경, 몰카로 쓰러져’….

    지난해 12월23일, 전라 노출과 성행위 묘사로 공연가에서 화제를 모았던 연극 ‘교수와 여제자’의 여주인공 최재경(24) 씨가 다시 한 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한 40대 남성 관객이 최씨의 알몸 연기를 동영상으로 몰래 촬영하다 적발되자 최씨가 충격으로 무대를 떠나게 됐다는 소식 때문이다.

    그날 이후 최씨는 잠적했다. 지인은 물론 언론과의 접촉도 완전히 끊었다. 휴대전화는 불통. 그런 그를 개인 블로그 메시지를 통해 여러 차례 설득한 끝에 어렵사리 만났다. 평범한 복장, 화장기 없는 얼굴, 최씨는 여전히 가슴앓이 중이었다. 몰래카메라 사건 당시의 상황부터 물었다.

    “제작사가 입장 관객들에게 촬영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았는데 소지품 검사는 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언젠가 제 알몸이 찍히는 사고가 터질 거라 예상했죠. 12월18일이었어요. 앞줄 오른쪽 두 번째 앉은 남성 관객이 대놓고 촬영을 하더라고요. 제 상대역인 남자 배우가 직접 제지를 했는데도 ‘예술이니까 찍는다’면서 포기하지 않더라고요. 다른 관객들이 만류해도 소용없었죠.”

    “연기 자체를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쉬움”



    다음 날 최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연극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자신의 부끄러운 신체와 섹스 연기 장면까지 세상에 적나라하게 공개될 판에 더 이상 무대에 서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제작사와는 2009년 12월31일까지 출연 계약이 돼 있던 상태.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차원에서라도 계약 종료 때까지 무대에 올라야겠지만 심적으로 도저히 견디기 어려웠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제 자신에게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쏟아진 모든 부정적인 시선을 극복하고 연기 자체를 즐겼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그게 견딜 수 없었죠.”

    최씨는 이번 작품에 많은 애착을 가졌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자신의 알몸을, 그것도 화면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은 여배우로선 큰 모험이다. 더구나 그녀에겐 첫 주연 작품이기도 했다.

    이미지가 중요하게 부각될 수밖에 없는 여자 연기자에게는 첫 작품의 캐릭터가 연기 인생의 흐름을 좌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씨는 과감하게 출연을 결정하고 작품 시나리오에 집중했다. 연습 과정에서 SBS 일일드라마 ‘아내가 돌아왔다’의 조연 제안을 받아 흔들리기도 했지만 금세 마음을 돌려 연극의 ‘여제자’ 역할에 몰입했다.

    “철학과 교수님이 직접 쓴 시나리오인데 정말 저한테 ‘딱 맞는다’는 느낌이 왔어요. 극중 여제자는 아픈 가정사를 가슴에 품은 채 순수하게 교수님을 돕는 역이었어요. 관객들은 불륜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했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어요.”

    최씨는 지난해 10월21일 언론 시연회 이틀 전에야 옷을 벗은 채로 연습을 시작했다. 당차게 출연을 결정했지만,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최씨의 마음 한구석엔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남아 있었다. 시연회 전날 대학로를 배회하다 여주인공이 알몸으로 출연하는 다른 연극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관객의 시선에서 옷 벗는 여배우를 보고, 조금이나마 흔들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싶어서였다.

    “제 연극보다 노출 수위가 높았는데 전혀 야해 보이지 않았어요. 오히려 열연하는 여배우가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벗는 건 연기의 일부다. 신경 쓰지 말자’라는 자신감이 들었죠.”

    용기를 얻은 최씨는 10월23일 공연 개막 후 과감한 연기를 선보였다. 공연 관계자들은 연기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 평가했다. 본인도 자신의 연기에 놀랄 정도였다.

    “처음엔 다음 장면이 노출신이면 대사를 잊어버리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더라고요. 누드 상태에서 맥주를 컵에 따라 마시는 신이 있는데 처음엔 반 잔만 마시다가 나중에는 ‘원샷’까지 했어요. 아예 병째 마시기도 했죠. 술김에 연기한 적도 있는 것 같아요.(웃음)”

    그러나 주변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누드를 잊은 그에게 ‘누드’를 일깨워주는 일이 계속해서 벌어졌다.

    “언론에 많이 알려지고 나서 노출신이 갈수록 늘어났어요. 시연회 후 ‘예상보다 야하지 않다’는 반응을 많이 듣긴 했는데… 점점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어요. 나중엔 관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카메라나 휴대전화 플래시가 너무 신경이 쓰이더군요. 심지어 쌍안경을 갖고 온 관객도 있더라고요. 제 연기를 보다가 스스로 ‘흥분’하는 관객도 있었으니까요.”

    주변 지인과 누리꾼들의 냉소적 반응도 마음을 무겁게 했다. 공연 한 달이 넘어서자 휴대전화에 ‘불쌍하다’ ‘그만두라’는 지인들의 문자메시지가 수없이 날아들었다. 연극 진출을 도와준 영화감독조차 그에게 “당장 그만두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자신을 응원했던 팬들까지 “이제 제발 옷 벗지 말라”고 했다. 결국 최씨의 연극 출연 사실이 부모에게까지 알려지고 말았다.

    “아버지가 특수부대 출신이신데 굉장히 엄하세요. 학창 시절엔 저녁 9시가 통금시간이었으니까요. 연극을 시작하고 조마조마했는데, 보도를 보시고 아버지가 아셨나 봐요. 한번은 오빠가 전화해서 다급한 목소리로 ‘아버지가 공연장으로 언제 뛰어가실지 모르니 당장 그만두라’고 한 적도 있어요.”

    “떠나간 남자친구 돌아왔으면…”

    우여곡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씨는 이번 연극 공연을 하면서 ‘실연’의 아픔까지 겪었다. 1년여 교제해온 남자친구가 공연 연습기간 때 아무런 귀띔 없이 연락을 끊은 것. 그에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가장 큰 아픔이자 상처였다.

    “언젠가부터 연락이 안 됐어요. 벗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문자를 보냈는데 계속 답이 없더라고요. 전화도 안 받고요. 나중엔 진지하게 ‘보고 싶다’는 문자를 보냈는데도 소용없었죠. 그런데 어느 날 ‘누구세요’라는 답이 온 거예요. 믿기 어려워서 계속 전화하고 문자를 보냈는데 상대 쪽에서 ‘가정 파탄 낼 일 있느냐’는 문자를 보내더라고요. 정말 ‘이렇게 끝나는 건가’ 싶으면서도 너무 무서웠어요.”

    최씨는 연극 후유증으로 아직도 외출을 삼간다. 사람들이 두렵다. 그러나 얻은 소득도 있다. 진실한 연기가 무엇인지 느꼈고, 자신을 아껴준 팬들의 소중함도 확인했다. 마음을 정리 중인 최씨는 당분간 노출 연기는 사절하고, 이미지 변신을 시도할 것이라는 의지도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올해 소원을 물으니 가슴 찡한 답이 돌아왔다.

    “끊었던 휴대전화를 다시 개통시킬 건데 이 인터뷰를 보고 남자친구가 전화해줬으면 좋겠어요. 정말 좋아했거든요.”

    “그래도 여배우인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밝혀도 괜찮겠느냐”는 물음에 최씨는 “상관없다”고 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했던가. 새로운 무대에서의 연기 변신, 가슴 저린 순애보가 좋은 결실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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