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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관절이 웃어야 인생이 편하다 09

허리 아프면 디스크? 엉덩이관절이 문제

고관절 질환 조기진단이 중요 … 과음, 스테로이드 남용 치명적

허리 아프면 디스크? 엉덩이관절이 문제

허리 아프면 디스크? 엉덩이관절이 문제
“10분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네요.”

건축업자 김모(45) 씨는 어느 날부터 오른쪽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일하다 다친 것으로 생각해 한 달 넘게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통증이 점점 심해지더니 이내 반대쪽 무릎과 엉덩이까지 아파왔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걷는 것은 물론 가만히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그의 병명은 대퇴골두무혈성괴사(AVN). 넓적다리뼈(大腿骨)의 머리 부분(頭) 고관절 부위에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뼈가 썩는 질병이다.

고관절은 골반과 넓적다리를 이어주는 관절로, 엉덩이관절이라고도 부른다. 야구 글러브 같은 골반뼈 위에서 야구공 모양의 대퇴골두(大腿骨頭)가 회전하는 구조로 엉덩이 깊은 곳에 자리해 있다. 겉에서는 만져지지 않지만 무릎관절 다음으로 큰 관절이며 어깨관절 다음으로 운동 범위가 넓다. 걷고 뛰며,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고관절 덕분이다.

고관절에 찾아오는 대표 질환이 바로 AVN이다. 이름부터 무시무시한 AVN은 사실 한국인에게 비교적 흔히 나타나는 질병이다. 가수 김경호, 탤런트 이영하, 현대무용가 박명숙 씨도 이 병을 앓았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최근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해 인공관절 수술환자의 50~70%가 AVN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한창동 교수는 “30대에서 50대의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 발생하나, 요즘에는 20대 환자도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DJ도 앓았던 고관절 질환



AVN은 외상에 의한 것과 외상과 관계없는 것으로 나뉜다.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대퇴골 경부가 골절되거나 고관절 탈구로 혈류가 차단되기도 한다. 스테로이드 제제가 지방 대사과정에 변화를 일으켜 혈류 흐름을 방해하기도 하며, 위 사례의 김씨처럼 20여 년간 거의 매일 소주 1병씩 마신 과음이 화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원인조차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고관절에 찾아오는 또 다른 질환으로는 퇴행성 고관절염이 있다. 이는 무릎·허리 관절의 연골이 닳아 없어지는 병이다. 한국인은 관절 자체를 많이 쓰기보다는 태어날 때부터 고관절의 형성에 이상이 있거나(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 외상에 의한 변형이 원인인 경우가 훨씬 많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10년 넘게 지팡이를 짚었던 것도 교통사고와 고문에 의한 고관절 변형 때문이다. AVN이 진행돼 퇴행성 고관절염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고관절 질환은 초기 증상이 허리나 무릎 같은 엉뚱한 곳에서 먼저 나타난다. 퇴행성 고관절염이든 AVN이든 초기에는 통증 외에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조기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수인 고관절 질환에서 이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퇴행성 고관절염 진단을 받은 박모(56) 씨도 처음엔 단순히 사타구니가 땅기는 증세뿐이었다. 과로 탓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나중에는 누워서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악화됐다. 신경외과, 류머티스 내과 등을 전전했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 박씨는 “자다가도 몇 번씩 일어나 다리를 주무르느라 늘 잠이 부족했는데, 병원에서는 원인조차 모르고 물리치료만 권해 짜증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대 김영후 교수 ‘프록시마’, 고관절수술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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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절은 골반과 넓적다리를 이어주는 관절로, 엉덩이관절이라고도 부른다. ▶이화여대 목동병원 김영후·김준식 교수팀(오른쪽)이 개발한 프록시마.

의심하지 않으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운 것이 고관절 질환이다. 증상이 있을 때,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진단이 중요하다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느끼는 증상이라곤 통증이 전부고 웬만큼 진행되기 전에는 X-레이 검사로 진단하기 어렵다. 별로 아프지도 않은데 MRI를 찍자니 비용이 부담스럽고, 혈액검사나 다른 진단방법은 효용성이 떨어진다.

퇴행성 고관절염의 치료는 기본적으로 체중을 줄이고 근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아픈 고관절 반대쪽에 지팡이를 짚으면 고관절에 가해지는 하중을 50% 정도 감소시킬 수 있어 도움이 된다. 온열요법이나 물리치료도 효과가 있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선행 병변과 수술 가능성을 고려해 조기에 수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AVN은 수술이 중요하다. 한창동 교수는 “AVN은 기본적으로 약물치료가 불가능하므로 진통제만 찾다가 병을 키우지 말고 즉시 정형외과를 방문할 것”을 강조했다. 병의 초기에는 보존적 치료(핵심 감압 및 다발성 천공술 등)로 자신의 고관절을 최대한 사용하도록 하지만, 병이 상당히 진행했다면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인공고관절을 삽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인공고관절 수술과 관련해 낭보가 전해졌다. 이화여대 김영후·김준식 교수팀이 개발한 프록시마(Proxima)가 인공관절 전치환술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어낸 것. 프록시마는 기존 인공고관절보다 10~15cm 짧다. 뼈에 장착하는 과정에서 뼈 손상을 최소화하며, 절개 부위도 작아 출혈이 적고 회복 속도도 빠르다. 이화여대 목동병원 인공관절센터 소장 김영후 교수는 “세라믹 알루미나 델타라는 소재를 이용해 강도가 2배로 늘고 마모도는 5000분의 1로 줄었다. 덕분에 인공고관절 수명도 반영구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프록시마는 해외에서 먼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4년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에 도입돼 현재까지 1만5000여 건의 시술이 시행됐다. 국내에서는 2006년 말 식품의약품안전청(KFDA) 심사를 통과해 현재까지 160여 명이 시술을 받았다. 시술받은 환자의 골밀도를 측정해 단기 비교한 결과, 프록시마를 이용한 군(群)이 기존의 인공고관절을 이용한 군에 비해 골 손실률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바탕으로 김영후 교수는 해외 유명 정형외과 학회지 세 곳에 논문을 제출한 상태이다.

허리 아프면 디스크? 엉덩이관절이 문제

고관절 질환은 초기 증상이 허리나 무릎 같은 엉뚱한 곳에서 먼저 나타난다.

인공고관절은 수술 후 3~4일이 지나면 목발이나 보행기를 사용해 걷는 것이 가능하고 1~2개월 뒤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달리다가 한 발로 멈추거나 도약을 자주 하는 등 격렬한 운동은 삼가야 한다. 순간적으로 고관절에 가해지는 하중이 체중의 10배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고관절 질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관절에 대한 관심이다. 평소 다리를 꼬지 말고 바른 자세로 앉아야 하며, 무릎·사타구니·허리 등이 아프다면 간과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한창동 교수는 “AVN의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과음이나 스테로이드 오남용을 피하는 것이 고관절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도움말 : 이화여대 목동병원 인공관절센터 소장 김영후 교수,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한창동 교수



주간동아 2010.02.09 723호 (p48~49)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박영목 주간동아 인턴기자 연세대 의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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