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0

2010.01.19

빛으로 포착한 변화무쌍한 날씨

앤셀 애덤스의 ‘걷히고 있는 겨울 폭풍, 요세미티 계곡’

  • 김지은 MBC 아나운서·‘예술가의 방’ 저자 artattack1@hanmail.net

    입력2010-01-14 1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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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으로 포착한 변화무쌍한 날씨

    ‘Clearing Winter Storm, Yosemite Valley’, 102.5x139cm, 1944 gelatin silver mural print, printed 1970~1975

    “요세미티!”(곰이다!) 1850년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일확천금을 꿈꾸던 사람들이 몰려든 이 웅장한 계곡에 ‘요세미티’라는 이름이 붙여진 건 북미 흑곰(이하 곰) 때문이었습니다. ‘요세미티’는 1만 년 전부터 그곳에 거주하던 아메리칸 인디언이 곰을 부르는 말인데요. 당시 이곳에서 인디언과 곰 사냥을 하던 타지인들이 이 말을 듣고 이 계곡을 요세미티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해요. 지금도 겨울이 되면 배고픈 곰들이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내려오기 때문에, 곰의 수가 2만 마리를 넘어설 경우 주 정부는 11~12월에 곰 사냥을 허가한다고 하니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겁니다. 총 3080㎢에 이르는 이곳에는 7000종이 넘는 야생식물과 400여 종의 야생동물이 서식합니다. 5~6월에는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으면서 수량이 불어난 739m의 요세미티 폭포가 장관을 이룹니다. 하지만 가을 단풍이 절정을 지나 12월이 되면 폭설로 곳곳이 폐쇄돼, 다음 해 3월까지는 이곳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 작품 덕분에 직접 방문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겨울의 요세미티 계곡은 친숙한 풍경이 됐습니다. 요세미티 계곡을 찍은 작가이자 ‘풍경사진’의 원조라 불리는 앤셀 애덤스(Ansel Adams·1902~1984)는 오히려 대중에게 너무 알려졌다는 이유로, 그가 사진사에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 간과됩니다. 이 사진을 찍을 당시를 그는 다음과 같이 회고합니다. “12월 초 어느 날이었다. 처음엔 폭우가 쏟아지더니 갑자기 그 비가 엄청난 눈으로 돌변했다. 눈이 갠 것은 한참 뒤 오후가 지날 무렵이었다.”

    앤셀 애덤스의 ‘걷히고 있는 겨울 폭풍, 요세미티 계곡(Clearing Winter Storm, Yosemite Valley)’을 보면 당시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수백 가지의 날씨 변화 중 어느 장면을 찍을지를 결정하는 건 사진가에게는 큰 도전입니다. 특히 시간과 장소의 한계 속에서 말이죠. 그는 사진가가 어떤 장면을 촬영할 때 피사체의 최종 이미지를 어떻게 나타낼지 미리 시각화하고, 그대로 사진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출, 현상, 인화의 단계를 시스템화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일명 ‘존시스템(zonesystem)’이라고도 하는 이 방법론은 순흑에서 순백까지의 연속 톤으로 이뤄진 흑백사진에서, 특정 농도의 톤을 ‘존’으로 나타낸 뒤 이를 10단계로 나눈 것인데요. 이는 원하는 톤과 콘트라스트(대비)를 위해 노출과 현상 시간을 줄이거나 확장하는 기준이 됐죠. 과거 시행착오를 겪으며 우연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것을 공식화함으로써, 보도사진에만 머물렀던 흑백사진을 예술사진으로 승화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체계적인 접근 덕에 디지털 시대인 오늘날에도 전혀 손색없는 완벽한 톤과 콘트라스트의 사진이 탄생할 수 있었던 거죠. 존시스템은 이후 사진가들이 빛을 좀더 수월하게 다룰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원래 앤셀 애덤스는 피아니스트로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14세 때 처음 방문한 요세미티 계곡의 숭고한 자연이 그의 운명을 바꿔놓았습니다. “요세미티 계곡이 보여주는 풍경에 경탄하고 있노라면 또 다른 풍경이 또 다른 경이를 가져왔고, 이는 끝없이 이어졌다. 빛은 도처에 있었다.”



    때마침 카메라를 선물 받은 그는 자신이 목격한 빛을 사진에 담고자 계절을 가리지 않고 자연을 관찰했으며, 그 빛을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사진기법을 정리한 탁월한 예술가이자 이론가였습니다. 색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흑백사진이 얼마나 화려할 수 있는지 이 작품을 보면 느껴지지 않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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