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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記·충·천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이웃 팀 독자 시절 가장 먼저 챙겨보던 ‘사기충천’인데, 그저 머뭇합니다. 쑥스럽게 지면에 자기소개를 하라네요. 고개 빳빳이 들고 그래도 합니다. 신참이 어쩔 도리가 있나요.

지겹도록 내렸습니다. 온통 새하얀 서울의 생경한 얼굴을 보는 재미도 잠시. 자빠질까 두근두근, 지각할까 불안불안. 불편함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기뻤습니다. ‘눈’과 함께 문을 연 경인년, ‘눈’ 내리는 날 통보받은 주간동아 발령, ‘눈’을 파헤치고 다닌 첫 취재까지 제겐 어떤 ‘계시’처럼 다가왔거든요. 제 이름이 바로 ‘雪’이랍니다. 방금 코웃음 치신 거, 다 압니다. 억지스럽지만 첫걸음을 위한 ‘축복 주문’ 정도로 넘겨주세요.

2005년 입사 후 신동아, 동아일보 사회부, 여성동아를 골고루 거쳤습니다. 월간지가 고향이자 가장 오래 머문 부서입니다. 꼬박 3년 동안 월간지 기자로 36권의 책에 흔적을 남겼습니다. 슬픈 사람, 기쁜 사람, 취재를 원하는 사람과 원치 않는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저도 조금씩 커갔습니다. 이제 주간지 기자로, 좀더 자주 독자 여러분과 만나고자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기자스러움.’ 지금보다 훨씬 멋모르던 초년병부터 머릿속을 떠난 적 없는 물음표입니다. 그것은 또한 내려놓고 싶은 짐이기도 합니다. ‘이런 기자도 있고 저런 기자도 있지.’ 한 조각 핑계거리를 찾아내고 나면 번번이 부끄러움과 마주했습니다. 그러니, 그 지점부터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주 ‘눈’ 취재를 하면서 수습기자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운동화에 목도리를 동여맨 ‘김밥 아줌마’ 차림이 정겨웠습니다. 현장을 걷고 살피고 묻다보니, 춥고 힘들기보다 이 꼭지의 제목대로 ‘사기충천’이 됐습니다. 주간동아에서 수습기자로 다시 시작하는 기분입니다. 조언과 채찍질 기꺼이 받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주간동아 2010.01.19 720호 (p14~14)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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