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9

2010.01.12

새해엔 ‘결혼활동’ 합시다!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입력2010-01-06 1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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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23일이었죠. 석간신문을 무심코 들여다보다가 영국발(發) 국제기사 한 토막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영국 야당인 보수당이 최근 결혼장려대책 관련 문건을 작성해 연초 정부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도대체 결혼을 얼마나 안 하기에 정당이 나서서 이런 문건까지 만들었는지 궁금하더군요. 기사를 읽어보니 영국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는 한국의 사정과 별반 다를 바 없었습니다. 역시 가장 큰 장애는 돈이더군요. 대책 관련 문건에 언급된 결혼 장려책들은 매우 구체적이었습니다.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갖가지 세제 해택에다 결혼식 비용을 줄이는 묘안까지 담겨 있었습니다.

    우리의 현실로 돌아가볼까요. 형편은 영국 못지않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쌍춘년을 기점으로 결혼율이 다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2008년 혼인통계’에 따르면 혼인 건수는 32만7700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는 6.6건으로 전년보다 0.4건 줄었습니다. 주변 노총각, 노처녀들에게 물으니 역시 과도한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걸림돌이더군요. 총각인 저도 아주 공감하는 이유였습니다. 결혼식 치르려면 ‘억’, 전셋집 하나 장만하려 해도 ‘억’. 사랑하는 사람에게 ‘결혼하자’ 말하고 싶다가도 막상 목구멍에서 말이 멈춰버린다는 남성들, 아마 꽤 많을 겁니다.

    새해엔 ‘결혼활동’ 합시다!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는 일본 미녀들을 만나 일본의 현실은 어떤지 물어봤습니다. 일본 역시 결혼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지만, 요즘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재미있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하네요. ‘결혼활동’. 30대 중·후반, 꺾일 대로 꺾인 독신 여성들이 갑자기 결혼을 결심하고 배우자감을 찾는다는 뜻인데, 최근 이런 ‘결혼활동’ 취지의 미팅이 러시를 이룬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점은 그들의 배우자 선택 기준입니다. 남성의 경제력이 아니라 자신과 가치관이 맞는 남성을 최우선 조건남으로 꼽는다고 하네요. 일본의 이런 사정이 한국의 노총각들에겐 희망을, 미혼녀들에겐 진정한 결혼의 의미를 되새겨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세상의 솔로분들! 이 추운 겨울, 옆구리가 정말 허전하지 않은가요? ‘결혼은 미친 짓이다’ 생각 말고, 뒤늦게 ‘괜히 뜸 들였어’라는 유행어 내뱉으며 한숨 푹푹 내쉬지 말고 제대로 ‘결혼활동’ 해보자고요. 부디 새해엔 혼자가 아닌 둘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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