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8

2010.01.05

“‘이런 된장’ … 빵 터질 줄 몰랐죠”

장안의 화제! ‘남녀탐구생활’ 김기호, 김지수 작가 “생활 바탕으로 대본 써요”

  • 이지연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chance@donga.com

    입력2009-12-29 17: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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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된장’ … 빵 터질 줄 몰랐죠”

    ‘공감의 예능력’을 발휘하는 김기호(왼쪽), 김지수 작가.

    “남자, 여자 몰라요. 여자도 남자 몰라요. 사소한 것 하나부터 너무나 다른 남녀.”(‘남녀탐구생활’ 오프닝)

    케이블채널 tvN의 ‘롤러코스터’ 속 코너 ‘남녀탐구생활’(이하 ‘남녀…’)은 소개팅 직전이나 대중목욕탕을 이용할 때, 군에 입대할 때와 같은 특정 상황에서 남녀가 어떻게 다르게 행동하는지를 그린 프로그램이다. ‘남녀…’를 쓴 김기호(33·남), 김지수(26·여) 작가는 누구나 아는 남녀의 차이지만 말로 표현하지 않았던 내용을 사실적이면서도 과장되게 묘사해 큰 웃음을 주는 ‘예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2009년 7월18일 케이블가구 시청률 0.54%(TNS미디어코리아)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12월 현재 4%를 넘기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은 자기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남녀 배우의 행동에 “맞아, 맞아”라고 박수 치며 웃는다. ‘우라질레이션’ ‘이런 된장’처럼 대본에 자주 등장하는 ‘욕설 같지 않은 욕설’은 젊은 층 사이에 급속도로 퍼져 인기를 누린다. 두 작가를 만나 이들이 발휘하고 있는 특별한 ‘예능감각’에 대해 물었다.

    ‘예능력’깨나 있다는 요즘 젊은이들의 상당수가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패러디하는 데 힘쓰고 있기에 이들에게 ‘영감’을 준 이 두 작가의 포스트모던한 감각이 궁금했다. 두 사람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여자는 ‘당연’, 남자는 ‘유난’



    대본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하다.

    “주제가 정해지면, 대본의 기본 얼개는 내 생활을 바탕으로 하되 주변 사람에게 자료 조사를 한다. 내가 너무 ‘오버’해서 쓰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친구나 후배들에게 검증을 받는다.”(김지수)

    ‘남녀…’는 최근 TV에서 시도하지 않은 콩트 형식이다. 형식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었나.

    “지난 5월쯤 ‘롤러코스터’ 팀이 모여서 새 코너 회의를 했다. 그때 한 남자 제작진이 ‘난 화장실에서 볼일 본 뒤 손을 안 닦는다. (오물이) 묻지도 않았는데 왜 닦느냐’고 반문하자 여자 제작진이 경악을 하더라. 그래서 남자 제작진이 ‘그럼 여자들은 어떻게 하느냐?’ 묻자 ‘남녀의 공중화장실 사용법’ 편에 소개된 과정(물티슈로 변기를 닦은 뒤 그 위에 휴지를 깔고 기마 자세로 볼일 보는 내용)이 나오더라. 남녀의 이런 행태 차이를 잘 살리면 재미있는 코너가 되겠다 싶었다.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보면 남녀의 큰 차이만 나온다. 우리 코너는 이 차이점들에 대해 아주 세세히 이야기한다.”(김기호)

    “‘이런 된장’ … 빵 터질 줄 몰랐죠”
    이 프로그램이 왜 인기를 끈다고 보나.

    “다들 아는 이야기인데 틀이 새로워서 시청자가 재미있어 하는 듯하다. 마치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드라마 형식으로 남녀 배우가 연기를 하고 제3자인 성우가 이들을 지켜보면서 설명해주는 방식이….”(김기호)

    ‘남녀…’는 7월 방송된 ‘공중화장실’ 편과 ‘대중목욕탕’ 편이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대중목욕탕’ 편에는 샴푸와 팩, 화장품을 한가득 싸가지고 목욕탕에 간 뒤 다른 여자와 자신의 몸매를 비교하고, 사우나에서 실컷 땀을 뺀 뒤 살이 0.5kg밖에 안 빠졌다고 낙심하는 여자가 나왔다. 남자는 빈손으로 목욕탕을 찾아 누군가가 쓰고 간 때수건을 다시 쓰고, 목욕탕에 비치된 공용 로션을 바르는 광경이 그려졌다.

    남녀 시청자의 폭넓은 공감대를 사는 게 관건이다. 두 작가는 평소 어떤 사람인가.

    “나는 나 자신을 굉장히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주위 친구들이랑 같은 스타일이다. 그런데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을 남자들은 ‘유난’으로 여기더라. 회의 시간에 ‘롤러코스터’ 팀 여자 작가들끼리 이야기하고 있으면 남자 작가들은 넋을 놓고 듣는다.”(김지수)

    “나는 평범하디평범한, 정형돈 씨랑 비슷한 스타일이다. 무던하고 털털하다. 대본은 내가 하는 행동을 그대로 옮겨놓은 거다. ‘남자는 다 이래’라고 말하면서 남자들이 하는 행동이 여자들이 볼 때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 내용이 되기도 했다.”(김기호)

    재미 돋우는 ‘욕설’들

    지금까지 나온 ‘남녀…’ 가운데 본인들의 실제 경험과 가장 유사한 모습은 어느 것인가.

    “‘인터넷 사용’ 편이다. 여자들은 연예인 기사를 읽고 그 내용은 상관없이 여자 연예인의 몸매를 부러워하며 ‘다이어트해야겠다’고 결심한다. 또 과거에 나와 싸운 여자애가 있다면 ‘얼마나 잘 먹고 잘 사는지 볼까’라는 생각에 미니홈피에 가본다. 미니홈피에 갈 때는 들키지 않도록 치밀하게 ‘로그아웃’한 뒤 간다(웃음).”(김지수)

    “‘동성친구 모임’ 편이 나와 비슷하다. 20대 때는 정말 매일 그렇게 술 마시고 놀았다. 대학 친구들이랑 놀 때는 그렇게 못하는데, 동네에서 만난 이른바 ‘불알친구’들이랑은 서로 가릴 게 없었다. 말도 막하고 시비 걸기도 하고.”(김기호)

    ‘우라질레이션’ ‘시베리안허스키’ ‘초절정 쓰나미’ 같은 단어는 어떻게 생각해낸 것인가.

    “새로 생각해낸 단어도 있고, 웹 서핑을 하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해 사용한 단어도 있다. 요새 트렌드를 파악하려고 ‘디씨인사이드’ 같은 사이트에 자주 들른다. 전혀 생소한 단어를 쓰면 시청자들이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누리꾼 말투 중 재미있는 것이 많아서 참고를 한다.”(김기호)

    코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소재를 찾아야 하는 작가들의 부담도 커졌다. 이들은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져서 더 힘들어졌다”며 “‘연말의 지구대 풍경 탐구생활’처럼 남녀의 범주를 벗어난 탐구생활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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