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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슬근슬근 자급자족, 슬렁슬렁 보물찾기

난 돈 걱정하지 않는 팔자 그래서 평생 일한다

난 돈 걱정하지 않는 팔자 그래서 평생 일한다

난 돈 걱정하지 않는 팔자 그래서 평생 일한다

1 만들기에 몰두하는 아이. 필요한 공구나 재료를 자기가 모은 돈으로 산다. 2 우리 집에 놀러 온 동생 친구들에게 잠깐이나마 영어를 가르치는 큰아이. 가르치는 재미에 본인의 교육역량도 커진다. 3 큰아이가 자기 돈으로 몽골 국제워크캠프 갔을 때 여러 나라 젊은이들과 함께. 4 긴 여행을 위해 꾸린 짐. 뭐든 그렇듯 자기 팔자만큼 ‘짐’을 지는 게 아닐까.

●팔자는 타고난다지만 나는 좀 다르게 본다. ‘팔자 고치기’, 그거 어렵지 않다고. 삶을 얼마나 주체적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닐까. 내 팔자 중 크게 달라진 부분을 들면 돈이다. 이제는 돈 걱정하지 않아도 될 팔자다. 그렇다고 어디서 떼돈이 굴러온 건 아니다. 내가 쓰고 싶은 만큼의 돈은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말이다. 이 정도면 괜찮은 팔자 아닌가. 이를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본다. 하나는 돈이 갖는 고유 기능에 충실하자는 것이요, 또 하나는 돈을 벌고 쓰는 주체인 사람에 대한 접근이다.

하고 싶은 일로 번 돈 충족감 매우 커

원시적인 자급자족경제라면 돈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먹을거리와 집, 옷을 누구나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기에. 점차 물물교환이 이뤄지고 사회가 발달하면서 교환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돈이 나왔다. 이제는 종이돈을 넘어 숫자나 기호를 통한 전자거래가 크게 늘어나니 이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그렇지만 돈이 주는 편리함을 마음껏 누리자면 돈이 많고 적은 걸 떠나, 사람이 돈의 주인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다시 돈의 뿌리를 더듬어본다. 근본을 따져보면 소비보다 생산이 먼저다. 일을 해서 생산한 것 가운데 남는 게 있어, 이를 남과 나눌 때 돈도 생기고 필요한 물건도 얻을 수 있지 않나. 이럴 때 돈은 교환수단 이전에 에너지라고도 볼 수 있다. 누구나 ‘자기 밥그릇’만큼의 에너지를 갖는다고 보면 돈에 휘둘릴 일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또한 돈을 쓴다고 할 때 나는 이를 소비가 아닌 ‘투자’로 여긴다. 소비는 생산으로 곧장 연결이 안 된다. 반면 투자는 생산과 직결된다. 농사를 짓기 위해 호미를 사고 농기계를 산다. 이는 소비가 아닌 투자다. 집도 옷도 책도 다 그렇다. 잠을 잘 자기 위해 굳이 넓은 집이나 근사한 집이 필요치 않다. 집을 손수 짓는다는 건 곧 생산이 되고, 그 집을 짓기 위해 자재를 사면 투자가 된다. 옷도 다양한 선택이 있지만 일옷은 일에 어울리면 된다. 책도 자기성장과 재생산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산다. 이 밖에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를 사고,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산다. 이 역시 글과 필요한 이미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니 ‘투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하다 보면 남들이 좋다는 것에 대한 유혹에 덜 흔들린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상품이 있나. 여행도 교육도, 심지어 건강조차도 상품화해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나야 내 돈 들여 해외여행을 갈 만한 여유도 없지만, 남 따라다니며 소비하는 여행이라면 가고 싶지도 않다. 카메라 같은 디지털 제품은 같은 값에도 선택이 매우 많아 내 머리로는 판단이 불가능하다. 이럴 때 한 푼이라도 싸게 사려고 인터넷을 뒤지다가는 시간낭비에다 골머리만 아프다. 차라리 이 분야를 잘 아는 지인에게 내 형편을 이야기하고, 그분들의 조언을 따르는 게 낫다.

돈을 쓰다 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서 번 돈과 억지로 번 돈이 같을 수 없다는 걸 느낀다. 돈이 적더라도 하고 싶은 일로 번 돈은 충족감이 크다. 일 자체를 즐기다 보면 그 결과로 받는 돈이 때로는 황송하기까지 하다. 반면 억지로 번 돈이라면 쓰는 것에도 억지가 많아, 돈이 헤프거나 늘 고프다.

아이도 경제 주체 용돈 벌며 어른으로 성장

가정 경제를 잘 꾸려가는 또 하나의 핵심은 그 주체가 개인이라는 점이다. 부부로 함께 살지만 호주머니는 각자다. 꼭 필요한 돈만 공동으로 부담하고, 각자 자신이 투자하고 싶은 곳에 돈을 쓴다.

아이들 역시 경제의 주체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자기 방식으로 배우고 일하며 성장한다. 아이들은 돈을 어떻게 바라볼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돈을 쓰고 싶은 욕구보다 벌고 싶은 욕구가 먼저다. 부모에게 용돈을 타서 쓰면 의무감이라고 할까, 어떤 부담감이 따른다. 반면에 스스로 돈을 벌어 쓰면 한결 당당하고 자유롭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을 경영하는 걸 배우며, 사회성도 익힌다. 부모 역시 마찬가지. 아이를 의무감으로 키우기보다 행복을 누리기 위해 키운다. 아이가 당당하고 자유롭게 자라는 것이 부모에게도 좋으니 돈을 벌어보고 싶다는 아이의 욕구를 존중한다.

난 돈 걱정하지 않는 팔자 그래서 평생 일한다

5 쌀 방아를 찧은 뒤 보낼 곳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럼 아이는 언제부터 돈에 대한 욕구가 생길까. 삶이 소비구조에 휘둘린다면 아이도 돈을 빨리 자각하게 된다. 하지만 자급하는 구조에서는 돈에 대한 욕구가 서서히 일어난다. 자신이 돈을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그리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다 자신의 성장을 위해 투자하고 싶을 때가 온다. 그럼 아이들은 되도록 자기가 모은 돈으로 하고 싶어 한다. 쇼핑도 여행도 배움도 자신의 경제적인 능력만큼 한다. 큰아이는 세계 젊은이들과 어울리는 국제워크캠프를 통해 몽골을 바람처럼 다녀왔고, 동생은 누나한테서 영어를 1년째 공짜로 배우고 있다.

아이들이 돈을 버는 방식은 그때그때 다르다. 큰아이는 열여덟 살 때부터 자신이 1년 동안 얼마나 벌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당시 목표가 100만원. 감자도 심어서 몇 상자 팔고, 고사리도 꺾어서 팔았다. 잡지에 글을 써서 고료도 받았다. 연말에 결산하니 목표에 조금 못 미치게 벌었다. 이듬해는 목표치를 이전의 2배로 늘려 잡고 더 다양한 사회활동을 했다. 이렇게 목표치를 늘려가며 세 해쯤 돈 버는 실험을 하더니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실험을 하지 않는다. 자기 방식의 물리가 트인 셈이랄까. 소비보다 생산이, 돈보다 일이 먼저이듯 나는 돈 쓰는 재미보다 일하는 즐거움이 더 좋다. 나는 평생 일할 팔자다.



주간동아 2009.12.01 713호 (p82~83)

  • 김광화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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