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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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는 역시 ‘神의 직장’

퇴직자들이 톨게이트 영업소 운영권 싹쓸이 … 공사는 부채 21조, 하루 이자 30억에 허덕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9-10-28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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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공사는 역시 ‘神의 직장’
    아무리 ‘신의 직장’이라 해도 이 정도면 심했다. 환란(換亂) 같은 파국이 오지 않는 한 대규모 구조조정의 위험이 없고, 있다 해도 일부 하위직만 솎아내며, 설령 퇴사하게 되더라도 휴게소와 톨게이트 영업소 운영으로 현직에 있을 때보다 많은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직장.

    ‘신의 직장’을 넘어 ‘꿈의 직장’이다. 고속도로의 건설과 운영을 책임지는 초우량(?) 공기업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 얘기다. 도로공사가 국회 국토해양위 김성순 의원실(민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소속 톨게이트 외주영업소 291개 중 283개의 운영권을 도로공사 퇴직자에게 준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외주영업소 중 97.2%의 운영권을 퇴직자가 차지한 것. 도로공사가 톨게이트 영업소를 외주로 돌린 것은 1995년으로,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17개 시범 영업소를 외주 전환한 것이 최초. 그 후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인력을 30% 감축하면서 퇴직자들에게 6년간 톨게이트 외주운영권을 준 게 화근이었다.

    문제는 6년이 지난 후에도 퇴직자에 대한 외주운영권 몰아주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 김성순 의원은 “외주영업소는 도로공사 직원의 전유물이 아니다. 도로공사 퇴직자들이 톨게이트 외주영업권을 싹쓸이한 것은 공정경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톨게이트 외주영업소 입찰조건을 ‘유경험자’로 제한한 것은 민간사업자와의 공정한 경쟁을 제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위직 감축으로 방만경영 해소?



    이런 관행은 최근 실시된 37개 영업소 공개입찰계약에서도 확인됐다. 낙찰자 20명 가운데 17명이 퇴직자였던 것. 심지어 S영업소의 소장은 영업소장을 하면서 2개 휴게소의 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 유정복 의원(한나라당)은 “도로공사 출신 퇴직자들에게 영업소 운영권을 싹쓸이한 것도 모자라 휴게소 이사까지 겸직해 ‘투잡’ ‘스리잡’을 하는 것은 과도한 특혜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와 주유소의 운영권도 10곳 중 1곳은 퇴직자가 운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도로공사의 ‘고속도로 휴게소 및 주유소 재계약 현황’ 자료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퇴직자들이 운영하는 H기업에 16개 휴게소와 12개 주유소의 운영권을 몰아줬다. 이는 전체 160개 휴게소의 10%에 해당한다.

    H기업은 도로공사 본부장 출신이 대표이사, 처장 출신이 전무이사를 맡고 있는 회사로 잠정운영 휴게소 13개와 입찰 휴게소 3개, 잠정운영 주유소 11개와 입찰 주유소 1개를 갖고 있다. ‘잠정운영’이란 퇴직자가 운영권을 가진 휴게소와 주유소에 대해 운영권 반납과 회수를 추진하면서 중단 없는 운영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운영권을 준 것. H기업은 잠정운영 휴게소 20개 중 13개를, 14개 주유소 중 11곳을 운영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올 상반기까지 누적 총부채가 21조3081억8500만원, 하루 이자비용만 30억원에 이르는 공기업이다. 하루 이자비용은 지난해(27억원)보다 10.6% 늘었다. 그런데 도로공사가 “방만경영을 해소하겠다”며 낸 인력감축 및 조직개편 계획은 도로공사가 갈 길이 아직 멀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3급 이상 고위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4급 이하 하위직만 507명 감축하기로 한 것이다. 유정복 의원은 “도로공사는 2급 이상 간부직 비율이 9.2%에 달한다. 공기업 선진화를 한다면서 하위직만 편법적으로 축소해 국민을 우롱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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