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4

2009.09.22

공·사립 실력차는 ‘종이 한 장’

영어·수학경시대회 수상자 수 공립 우세 … 평균점수는 사립 우세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9-09-16 15: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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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립 실력차는 ‘종이 한 장’
    교육환경과 프로그램, 교사의 질 등 전반적으로 사립초등학교가 공립초등학교보다 월등히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부모들이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자녀를 사립초교에 보내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과연 사립초교 학생들이 공립초교 학생들보다 공부를 잘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특목고·영재교육원 전문 입시기관인 ‘하늘교육’이 2007~ 09년 실시된 성균관대 주최 ‘전국 영어·수학학력경시대회’, 한국수학교육평가원(KMC)의 ‘한국수학경시대회’ 수상자 분포를 분석한 결과, 영어와 수학 모두 서울 강남지역의 공립초교가 1,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경시대회의 경우 강남구의 대치초등학교가 51명의 수상자를 배출해 1위를 차지했고, 49명을 배출한 대도초등학교와 36명을 배출한 대곡초등학교가 2, 3위로 그 뒤를 이었다. 모두 강남구에 자리한 학교들이다. 23명이 수상해 4위를 차치한 원명초등학교는 서초구에 있다.

    명문 사립초교로 꼽히는 경복초등학교, 경기초등학교, 영훈초등학교가 5~7위를 차지해 그나마 사립초교의 체면을 살렸다. 영어경시대회 수상자를 10명 이상 배출한 25개 학교를 살펴보면 사립초교는 7개에 불과하다. 흥미로운 것은 나머지 18개 공립초교 중 15개가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와 양천구 등 사교육 바람이 거센 지역의 학교라는 점이다.

    수학경시대회 결과를 보면 이런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수학경시대회에서 지난 3년간 가장 많은 수상자를 배출한 학교는 강남구 대도초교로 모두 151명이다. 대곡초교가 131명으로 2위, 영어경시대회 1위였던 대치초교는 122명으로 4위를 차지했다. 128명을 배출해 3위를 차지한 은평구의 충암초등학교가 10위권에 포함된 유일한 사립초교다.



    경복초교와 경기초교는 각각 18위와 20위에 머물렀다. 나머지 17개 공립초교 중 용산구 신용산초등학교를 제외한 16개 학교가 모두 강남·서초·양천구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별 수상자 수를 비교한 결과, 영어경시대회의 경우 공립초교는 학교당 1.5명을 배출한 반면, 사립초교는 4.6명으로 3배 가까이 많았다.

    학교별 평균점수도 49.7점에 머문 공립초교에 비해 사립초교는 56.2점으로 7점 가까이 높았다. 사립초교의 ‘평균수준’은 공립초교보다 훨씬 높다는 얘기. 수학경시대회의 경우도 공립초교는 학교당 7.2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반면, 사립초교는 15명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학교별 평균점수는 공립초교 33.8점, 사립초교 34.2점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늘교육 임성호 이사는 “학원가가 밀집한 강남과 양천구지역의 공립초교가 사립초교보다 경시대회 수상자를 더 많이 배출하는 것은 사교육의 결과라고밖에 볼 수 없다. 사립초교의 경시대회 평균점수가 더 높고 학교당 수상자 수가 더 많은 이유는 사립초교 학생들의 수준과 역량이 공립초교 학생들보다 평균적으로 높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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