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7

2009.08.04

음악으로 나이 벽 훌쩍 넘다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9-07-29 11: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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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으로 나이 벽 훌쩍 넘다
    펑크 머리에 빨간색 스타킹, 짙은 스모키 화장에 가죽바지, 그리고 흘러나오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Can’t help falling in love’.

    어느 유명한 밴드의 얘기가 아니다. 그 주인공은 나이 없는 밴드, 바로 ‘잔다리 밴드’다. 잔다리는 서울 서교동의 옛 지명인 세교(細橋)에서 유래한 말이다. 홍대와 잔다리의 문화가 공존하는 서교동. 밴드 이름에서도 신구의 조화를 엿볼 수 있다. 밴드 멤버의 구성은 다채롭다.

    홍대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 멤버 김해원(28) 씨 등 20, 30대 4명과 서교동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50, 60대 지역주민 4명이 의기투합했다. 사연도 다양하다. 오랫동안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다 밴드에 합류한 김정련(61) 씨, 공무원 은퇴 후 통기타교실을 운영하던 최준원(55) 씨 등 사연 하나 없는 사람이 없다.

    이들이 처음 뭉친 건 지난 4월 홍대에서 열린 ‘나이 없는 날’ 행사에서다. 당시 행사를 기획한 문화기획단체 ‘상상공장’과 서교동주민자치센터가 알음알음으로 멤버를 모았고, 연습을 한 뒤 무대에 올랐다. 당시만 해도 멤버 대부분이 이렇게 오랫동안 밴드가 유지될지 몰랐다고 한다.

    “세대 간 소통은 교과서에서만 가능한 일인 줄 알았어요. 처음 참여했을 때만 해도 과연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예측할 수 없었거든요.”(김해원)



    합주와 공연을 거치면서 잔다리 밴드의 사운드는 점차 틀을 잡아갔다. 어디로 튈지 모르던 밴드 멤버들이 하나의 사운드로 모이기 시작한 것. “나름 기타 실력에 자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밴드를 시작해보니 조화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최준원)

    이미 활발하게 밴드 활동을 하고 있던 인디밴드 멤버들도 마찬가지. 코발트블루에서 베이스를 맡고 있는 이갈릭(27) 씨는 “공연을 계속하다 보면 조금은 안이해지기도 하는데, 함께 하는 아버님 어머님의 열정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음악에 대한 열정을 살릴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들은 어엿한 음악인으로서 이루고 싶은 소박한 꿈을 조심스레 드러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의 음악을 만들어 음반을 내고, 외국에 나가 공연도 하는 게 목표예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려와요.”(김정련)

    *이 기사의 취재에는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이종현(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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