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2

2009.06.30

은퇴와 ‘해피엔딩’을 위한 老테크 지금 시작하자

4인의 재테크 전문가 조언 … 40대 부부는 월 91만원 이상 저축해야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입력2009-06-25 17: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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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와 ‘해피엔딩’을 위한 老테크 지금 시작하자
    행복한 노후를 보내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조기 은퇴 등 변수가 많아지면서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08년 삼성생명 라이프케어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5%가 ‘노후 준비’라고 답했다. 은퇴 이후와 아름다운 ‘해피엔딩’을 위한 비용은 언제부터, 얼마나,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우리투자증권 마포지점 김종석 팀장(‘딸기아빠의 펀펀 재테크’ 저자), 머니메이트그룹 최태선 대표이사, 국민은행 금융상담센터 공성율 재테크팀장, 삼성생명 FP센터 김동욱 팀장 등 재테크 전문가 4인이 그 노하우를 공개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첫 번째 ‘철칙’은 “지금 당장 노후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인은 어떻게 은퇴 후 삶을 준비하고 있나

    김종석
    | 40대 맞벌이 부부 A씨와 B씨를 상담한 적이 있다. 이들은 부동산 불패신화를 믿고 2004년, 2006년에 각각 약 79m2(24평형)과 약 105m2(32평형) 아파트를 구입했다. 나중에 구입한 아파트는 담보대출을 받아 부족한 자금을 충당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담보대출로 서울 강남의 약 105m2짜리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자산의 83%를 부동산에 ‘올인’한 셈이 됐다. 겉으로 보기엔 집이 3채나 되는 부자지만 매달 200만원 넘는 대출이자에 원금까지 갚아나가다 보니 가계부는 늘 마이너스. 이렇게 부동산에 대한 의존 비율이 높은 것이 한국 가계의 특징이다.

    은퇴와 ‘해피엔딩’을 위한 老테크 지금 시작하자

    풍요로운 노후를 맞으려면 지금 당장 은퇴 후 삶을 위한 재테크에 나서야 한다. 사진은 머니메이트그룹의 은퇴 설계 분석 리포트.

    최태선 | 자녀에게 과도하게 투자하다 정작 자신의 노후 준비를 게을리하는 사례가 많다. 유동성이 큰 금융자산을 늘리고 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금융자산 중 주식의 비중이 높은 펀드에 40대는 70%, 50대는 60%, 은퇴 후에는 40~50%를 투자해야 한다.



    공성율 | 한국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주식이나 수익증권 등의 비중은 2007년 기준 30%대에 불과하다. 대부분 예금 등의 저금리 안전자산으로 금융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물가, 세금 등을 감안하면 이러한 방법으로는 은퇴자금을 충분히 모으기가 쉽지 않다.

    김동욱 | 은퇴자금 마련과 관련된 재무 목표는 당장 필요한 교육비, 생활비, 주택 마련비 등에 우선순위를 내줘 구체적인 준비가 부족한 상태다. 역시 담보대출 등을 활용해 부동산에 집중 투자하는 성향이 높은데, 이는 은퇴 시점에 환금성 문제 등에서 리스크를 지닌다. 고객 C씨는 주택 5억원, 현금(예금+원금보장 ELS+후순위채권) 3억원, 개인연금 2억5000만원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국민연금과 개인연금만으로도 월 250만원씩을 챙길 수 있고 현금성 자산의 이자(6%) 역시 연간 1800만원에 달해 연 4000만원대의 생활비를 쓸 수 있다. 자산의 분산으로 실속 있는 포트폴리오를 꾸민 모범사례다.

    이상적인 은퇴생활을 하려면 얼마나 드나

    김종석
    | 2006년 LG경제연구원은 각 금융기관이 발표하는 노후 필요자금이 다소 과장됐다고 분석했다. 2인 가족 기준 생활비를 추정한 결과(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고 운용수익률은 6%로 가정) 50대는 3억원, 40대는 4억원, 30대는 5억원이면 평균 수준의 노후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30대에 필요한 노후자금을 만들기 위해서는 월 56만원을, 40대에는 91만원, 50대에는 198만원을 저축하면 된다는 의미다.

    최태선 | 은퇴 후에도 비슷한 생활수준을 유지하려면 대체로 은퇴 전 소득의 70%가 필요하다. 소득대체율 70%를 충족시키려면 국민연금을 통해 받는 20%를 제외한 나머지를 퇴직금과 개인연금으로 준비해야 한다. 부담되는 노후생활 자금을 줄이기 위해서는 은퇴 시기를 최대한 늦추거나 퇴직 후에도 소득이 생길 수 있는 일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성율 | 각자 생활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월 300만원가량은 지출해야 여행 등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은퇴생활이 가능하다. 40세 성인이 60세에 은퇴한다고 가정하고, 은퇴 후 25년간 월 300만원대의 생활비를 쓰려면 은퇴 시점에 약 12억8000만원이 필요하다(은퇴 전후 물가상승률 3%, 투자수익률 5%로 가정).

    김동욱 | 통계청의 2008년 2/4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60세 이상 가구는 월평균 204만9178원을 지출했다. 이에 따라 노후 월평균 지출비를 210만원으로 산정하고, 60세에 은퇴한다고 가정했을 때 61세 시점에 필요한 돈은 현재 가치로 6억5000만원이다(물가상승률 3%, 투자수익률 5%로 가정). 물론 상류층과 중산층 등 소득수준에 따라 생각하는 여유로운 노후의 모습이 다를 것이다. 주 2회 가사도우미를 이용하고 부부동반 골프와 해외여행을 즐기며 2500cc급 차량을 운행하는 상류층은 현재가치로 연간 4748만원(기본생활비+여유생활비), 해외 여행 대신 국내 여행을 택하는 중산층은 연간 2668만원이 필요하다.

    나이대별, 소득수준별로 어떤 포트폴리오

    김종석
    | 연금상품은 무리한 액수로 가입했다가 중도에 해지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사례가 많은 만큼 적어도 10년은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또 원금 보장 위주로 안정 지향적으로만 구성하기보다 수익형 상품을 적절히 혼합해야 한다. 생활 속에서의 ‘작은 실천’도 중요하다. 30세를 기준으로 60세까지 하루 한 갑 피우는 2500원짜리 담배를 끊고(월 7만5000원) 연 10% 수익의 펀드에 저축한다고 했을 때 60세에 1억7194만원(연 5% 수익을 가정하면 6528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최태선 | 20, 30대에게는 고위험 고수익형 상품을 권한다. 자산의 주식 비중을 80% 이상으로 가져가도 장기간 투자의 원칙만 지킨다면 결국 연평균 10% 이상의 고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40대는 연소득의 15% 이상을 노후자금 상품에 예치하고,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위험성향에 따라 7:3 또는 6:4로 유지한 뒤 1년에 한 번씩 점검해야 한다. 은퇴 연령이 얼마 남지 않은 50대는 좀더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50~60%의 주식 비중을 유지하면서 채권이나 현금성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적절하다.

    공성율 | 부동산은 별개로 하고 일반 금융자산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100-나이’ 원칙을 활용한다.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수치만큼을 주식이나 채권, 펀드상품 같은 투자자산의 비중으로 두고 나이만큼의 비중은 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운용하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30대 사회 초년생이라면 금융자산의 70%가량은 투자자산으로, 나머지 30%는 현금자산과 보험자산으로 배분하면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수 있다.

    김동욱 | ‘생계형 주머니’(양도가능예금증서(CD),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단기예금 등)와 ‘투자형 주머니’(펀드, 간접투자 상품 등), ‘은퇴용 주머니’(연금)를 30대는 각각 10-60-30%, 40대는 10-40-50%로 유지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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