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2

2009.06.30

창조적 상상력에 이야기 산업 열광

‘스토리 노믹스’

  •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입력2009-06-25 15: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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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조적 상상력에 이야기 산업 열광

    수잔 기넬리우스 지음/ 윤성호 옮김/ 미래의창 펴냄/ 287쪽/ 1만3000원

    홍사종 미래상상연구소 대표는 ‘주간동아’ 608호(2007년 10월30일자) 커버스토리 ‘상상력이 경쟁력이다’에서 ‘부자 되려면 땀 흘려 놀고 상상하라’고 외쳤다.

    상상력의 산물인 ‘이야기’가 생산의 핵심 동력인 사회, 즉 “정보나 첨단 정보기술(IT)을 팔아 얻는 부가가치보다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 게임 등 이른바 상상력 없이는 끌고 갈 수 없는 이야기 산업의 부가가치 총량이 커진 사회”에 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창조적 상상력 시대의 단적인 예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들었다. “한 여성작가의 상상력 산물인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가 1997년부터 2006년까지 올린 매출액은 우리 돈으로 308조원(소설, 영화, 관련 캐릭터 판매액 포함)인 데 비해, 같은 기간 한국의 반도체 수출 총액은 231조원이다.

    ‘이야기 부자’ 조앤 롤링이 2003년 벌어들인 수입은 ‘정보 부자’ 빌 게이츠의 수입(보유 주식의 연간 배당금 기준)보다 2.2배나 많았다.”

    이 사례만 봐도 지금 세계가 얼마나 이야기에 열광하는지 알 수 있다. ‘스토리 노믹스’는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부가 얼마나 거대한지를 실제 사례분석을 통해 입증한다. 책의 원제는 ‘HARRY POTTER : The Story of a Global Business Phenomenon’. ‘해리포터’ 시리즈가 주된 사례다.



    영국에서 처음 출간된 ‘해리포터’ 시리즈 1권의 초판 발행부수는 500부에 그쳤다. 그러나 마지막 7권의 미국 내 초판 발행부수는 1200만부로 첫날 830만부가 팔려나갔다. 현재 5편까지 개봉된 영화 시리즈 전편은 박스오피스에서 5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그리고 관련 상품 및 DVD 매출을 통해 추가로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브랜드를 계속 노출시키면서 그 개념을 확장해나가는 머천다이징 해리포터 제품은 장난감, 게임, 액세서리, 문구와 학용품, 가정용품, 가구 및 장식, 캔디 등의 분야에 이미 400개가 넘는다. 내년 상반기쯤 공개될 해리포터 테마공원도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는 ‘해리포터’의 성공요인으로 뛰어난 작품, 소비자의 감정이입, 입소문 마케팅과 온라인 버즈, 티저 및 지속적 마케팅, 브랜드 일관성과 확산의 자제 등 5가지 요소를 꼽았다. 완벽하지 못한 어린 영웅의 성장기와 선과 악의 대립을 다룬 고전적 이야기에 마법과 서스펜스 요소를 가미, 독자들과 소설 속 주인공들을 감정적으로 연결한 내용이 1차적 성공요인이다.

    모든 상품의 성공에서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이다. 그러나 마케팅이 잘못되면 그 80%도 무용지물이 된다. 온라인 비즈니스의 초창기, 시장 확보 경쟁에 나선 유통업체들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해리포터’를 집객 상품으로 결정, 출혈경쟁을 벌인 덕분에 ‘해리포터’의 온라인 버즈는 폭발하기 시작했다.

    온라인서점 아마존은 ‘해리포터’를 40~50% 할인, 출혈 마케팅을 벌이면서 책 판매로 얻어지는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자사 웹사이트에서 ‘해리포터’ 책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다른 제품도 함께 구입하기를 기대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위해 권수가 추가될 때마다 대폭 할인하는 사전주문으로 초판 발행부수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이 경쟁에 모든 유통업체가 가세하면서 4권의 사전 주문부수는 76만부에 그쳤지만 7권에 이르러서는 220만부나 됐다. 결국 미국 내 초판 발행부수는 1권은 5만부에 불과했지만 4권 80만부, 5권 850만부, 6권 1080만부, 7권 1200만부로 급격히 상승했다.

    이 모든 과정은 입소문으로 퍼져나갔다. 선형적이고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는 스토리 구조의 다음을 궁금하게 만드는 티저 마케팅은 ‘해리포터’에 대한 독자들의 감정이입을 증폭시켰다. 또한 브랜드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브랜드를 과도하게 확장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함으로써 소비자의 충성심을 이끌어냈다.

    한편 이 책은 ‘해리포터’의 성공 이면에 웹2.0이 있음을 강조한다. 인터넷 환경이 바뀌면서 마케팅과 광고도 변하고 있다. 사용자 제작 콘텐츠는 사회적 웹의 촉매제가 되고, 브랜드 가치는 기업과 소비자들의 양방향 대화에 의존한다. 제품의 성공은 온라인 버즈가 만들어내는 입소문 마케팅의 양으로 측정된다. 따라서 사회적 웹과 관련된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 가치와 브랜드 가치를 구축하려는 장기적 노력 위에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또 ‘해리포터’ 이전 주요 이야기들의 한계와 제2의 ‘해리포터’를 꿈꾸는 이야기들, 그리고 15개의 마케팅 미니 사례 연구에 대한 소개도 들어 있다. 따라서 이들 상품의 비교와 ‘해리포터’ 성공요인에 대한 분석으로 이야기 산업의 확장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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