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0

2009.04.07

[캐나다] “엄격한 통제… 우리 쇠고기 안전” vs “협상은 시기상조” [한국]

15번째 광우병 발생 후 한-캐나다 협상 중단

  • 캘거리=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9-04-03 17:5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캐나다] “엄격한 통제…  우리 쇠고기 안전” vs “협상은 시기상조” [한국]

    캘거리 인근 웨스턴 비육장에서 곡물을 먹여 사육하는 캐나다 소들.

    지난해 오랜 진통 끝에 수입이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는 1월 말 수입쇠고기 시장점유율 27.3%를 기록, 국내시장에 ‘연착륙’하고 있다. 미국쇠고기수출연맹(USM EF)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멕시코 캐나다 다음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이런 미국 사정을 가장 부러워하는 나라는 캐나다. 두 나라는 비슷한 시기에 한국과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상을 벌였지만 그 ‘속도’는 천지 차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국민적 반대에도 2008년 7월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 시작했지만, 캐나다와는 차기 협상 날짜조차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그 이유는 2008년 11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2003년 이후 15번째 광우병(소해면상뇌증·BSE) 감염 소가 발견됐기 때문.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림부)는 “2008년에만 캐나다에서 4건의 광우병 감염 소가 발견된 만큼, 이에 대해 철저히 검토한 후 협상하겠다”는 방침이다.

    1992~2008년 CFIA의 광우병 예찰 활동
    연도 검사 표본수 양성반응 표본수
    1992 225 0
    1993 645 0
    1994 426 0
    1995 269 0
    1996 454 0
    1997 759 0
    1998 940 0
    1999 895 0
    2000 1,020 0
    2001 1,561 0
    2002 3,377 0
    2003 5,727 1
    2004 23,550 0
    2005 57,768 2
    2006 55,420 5
    2007 58,117 3
    2008 48,808 4


    지난해 광우병 4건 발생



    그러나 캐나다는 “쇠고기 안전 문제는 광우병 발생 건수가 아닌, 광우병 통제 및 퇴치 조치를 얼마나 강력하고 안전하게 시행하느냐에 달린 것”이라며 한국의 수입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3월20일에는 게리 리츠 캐나다 농식품부 장관이 방한, 장태평 농림부 장관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나 올해 상반기 중 캐나다 쇠고기 수입 허용을 강력히 요청하기도 했다.

    캐나다는 브라질 호주에 이어 세계 3위의 쇠고기 수출국으로,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미국 멕시코 일본 홍콩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2003년 광우병 발생으로 수입이 중단되기 전까지 한국 시장에 1만7000t의 쇠고기를 수출, 점유율 5%를 기록했다(2002년 기준). 캐나다 쇠고기수출업계는 2015년까지 2만7000t을 한국에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그러나 캐나다는 최근까지도 광우병이 ‘빈발’하는 지역이어서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는 형편이다. 2003년 캐나다에서 첫 광우병 감염 소가 확인된 이후 2005년 2건, 2006년 5건, 2007년 3건에 이어 지난해 4건의 광우병 감염 소가 발견됐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총 3건의 광우병 감염 소가 발견된 것과 비교하면 5배나 많은 수치다.

    캐나다는 이에 대해 “광우병의 잠복기가 5~6년에 이르기 때문”이라며 “이미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에서 더 이상 광우병 소가 발견되지 않는 점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캐나다 연방식품검역청(CFIA·Canadian Food Inspection Agency)은 질병이 의심되거나 일어서지 못하는 소들을 대상으로 광우병 검사를 실시한다. 검사 표본 수는 1992년 225건에서 2003년 5727건, 2008년 4만8808건 등으로 크게 늘려왔다(왼쪽 표 참조). 캘거리에서 만난 CFIA 고든 콥 앨버타주 담당 수의관은 “감염원에 노출되고 발병하기까지 광우병의 잠복기는 5~6년”이라며 “2003년을 기점으로 향후 10~15년간 광우병 감염 소가 계속 발견되다가 이후에는 더 발생하지 않으리라 자신한다”고 밝혔다.

    “미국보다 철저한 광우병 예찰 시스템”

    콥 수의관의 자신감은 캐나다의 광우병 통제시스템에 근거한다. 1997년 반추동물에 대한 포유류 사료 전면 금지를 실시한 데 이어, 2003년 특정위험물질(SRM) 제거 정책을 실시했다. 또한 2007년 7월에는 가축과 애완동물의 사료 및 비료에 대해서도 SRM을 제거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미국에서도 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은 조처다. 특히 캐나다는 다른 광우병 감염 소 발생 국가들과 달리 SRM에 회장원회부까지 포함하고 있다. 콥 수의관은 “소장의 마지막 200cm 구간인 회장원회부에는 광우병 감염 몇 주 후 프리온이 발견되다가 다시 몇 주 후 사라진다”면서 “그런 이유로 캐나다는 회장원회부를 SRM에 포함시켜 제거하고 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콥 수의관이 속한 CFIA는 식품, 동물 등에 대한 검역을 담당하는 정부기구로, 연간 예산이 7억 캐나다달러(약 8000억원)에 이르며 광우병 예찰 또한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광우병 예찰 프로그램을 근거로 2007년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캐나다를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인정했다. 콥 수의관은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는 ‘광우병 감염 건수’가 아닌, ‘효과적인 사료 금지 조치’ ‘예찰 프로그램’ 이행 같은 광우병 통제 및 퇴치 조치를 근거로 부여하는 것”이라면서 “캐나다에서는 광우병 발생 후 쇠고기 소비가 오히려 증가했는데, 이는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로 엄청난 몸살을 앓은 정부는 캐나다와의 쇠고기 재수입 협상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숙제를 떠안은 상태다. 캐나다는 미국산 쇠고기와의 차별 대우를 이유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검토까지 언급하며 ‘적어도 미국산 쇠고기와 같은 조건’으로 한국 시장의 문을 열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다른 국가와의 협상은 엄두도 낼 수 없었던 데다,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내부적 검토를 좀더 하게 됐다”며 “협상 재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캐나다 소개체식별은?

    모든 소에 ID 부착 … 쇠고기 연령 정확히 파악


    [캐나다] “엄격한 통제…  우리 쇠고기 안전” vs “협상은 시기상조” [한국]

    CCIA가 인증하는 소개체식별 RFID 태그.

    캐나다 소개체식별국(CCIA·The Canadian Cattle Identification Agency)은 구성이 좀 독특하다. 소를 키우는 농가는 물론 육가공업체, 수의사, 연방정부가 한데 모여 1998년 설립한 것. 서로 입지가 다른 이들이 결집한 이유는 캐나다 쇠고기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CCIA는 2001년부터 개체추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소의 귀에 CCIA가 승인한 RFID 태그(이하 태그)를 부착해 개별 소의 연령, 출신 목장, 병력 등을 컴퓨터에 입력해 관리하는 것. 개별 소의 ID 정보는 농가에서부터 연방정부까지 모두 공유한다. 여기서 핵심 정보는 소의 연령이다. 30개월 이상 소에 대한 광우병 감염 우려를 해소하려면 무엇보다 소의 연령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9년 1월 말 현재 CCIA는 7100만 마리의 소에 개별 ID를 발급했다. 캐나다 소농가의 40%가 집중된 앨버타주에서는 태그 부착이 의무이며, 나머지 주에서는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CCIA의 스티브 프라임로스 의장은 “개체추적 시스템 덕에 46%의 소 연령이 정확히 파악됐다”며 “오직 연령이 확인된 소만 수출하도록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