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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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공감의 무게

  • 최원주 주간동아 인턴기자 (연세대 의대 4학년) slashwj@naver.com

    입력2009-03-20 15: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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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서 책이나 파던 꼬꼬마 의학도가 더 늦기 전에 넓은 세상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 겁 없이 기자의 세계에 뛰어들었습니다. 난생처음 접하는 여러 분야, 사람들, 생각 속에서 허우적대다 보니 어느새 6주라는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그동안 어설프게나마 선배들을 도와 제법 많은 기사를 다뤄봤습니다. 신문을 이렇게 많이 읽어본 적도 없는 것 같고요.

    저의 첫 기사는 청년 암 환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673호 ‘2030들이 癌으로 쓰러진다’). 기자의 눈으로 처음 부닥친 현장은 며칠 전까지 제가 실습을 돌던 바로 그 병원이었죠. ‘새로운 세상’을 접할 기회가 유보됐다는 생각에 조금은 맥이 빠졌습니다. 그날 이후 내내 새롭고 낯선 일들에 푹 빠져 보냈지만, 인턴기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신기하게도 그 기사를 취재하던 시간입니다.

    소통과 공감의 무게
    청진기와 차트 대신 수첩을 들고 돌아다니던 그때 말이죠. 원래 첫 경험이란 게 그렇잖아요. 허둥지둥 실수도 많고, 요령도 없어 서툴고…. 하지만 그 시간이 가장 기억에 선명한 이유는 이런 것들 때문만은 아닙니다.

    교수님 어깨너머로 보던 환자와,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아간 환자들은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었습니다. 증상과 각종 검사 수치, 수많은 처방약 등을 공부하느라 급급하던 실습생활 때는 접할 수 없던 환자들의 갖가지 사연을 들으며 마음이 아팠습니다.‘열심히 공부해서 이분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다’는, 뻔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진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는 일, 그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일이 늘 유쾌하지만은 않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조심스럽게 병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섰을 때 숨죽여 울고 있던 환자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소통과 공감이라는, 이제는 너무나 진부해진 듯한 두 단어의 무게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몇 주간 잠깐 짊어진 것만으로도 어깨가 이렇게 얼얼한데,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감을 향해 열심히 달리는 선배 기자들은 어떨까요. 얼얼하다 못해 감각이 무뎌져 이젠 별 느낌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잠깐 어깨를 주물러드리겠다고 하면 징그럽다 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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