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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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로 꽃남 구준표 보는 재미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9-03-04 19: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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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PTV로 꽃남 구준표 보는 재미
    요새 주변에 ‘월요병’이 말끔히 나았다는 직장 여성이 꽤 있습니다. 모두가 KBS 월화드라마 ‘꽃보다 남자’, 특별히 구준표(이민호 역) 덕분이죠. 퇴근한 뒤에 까칠하면서도 풋풋한 준표를 볼 수 있는데, 월요일 출근이 대수겠습니까.

    저는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에 실패해도 크게 걱정이 없습니다. 집에 인터넷 프로토콜TV(IPTV)를 설치해놨기에 늦은 밤이나 주말에 ‘꽃남’을 틉니다. 오히려 본방보다 장점이 많다는 게 제 생각인데, 우선 디지털 방식이라 화질이 본방보다 낫다는 느낌입니다. 또 DVD처럼 ‘빨리감기’가 가능해서 (금잔디 부모님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흥미 없는 장면을 건너뛰어 시청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습니다.

    IPTV는 2006년 ‘TV 혁명’ ‘방송통신 융합의 총아’ 등 부푼 기대 속에서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지금은 좀 시들한 분위기입니다. 2월23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IPTV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제언 토론회’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성토대회나 다름없었습니다.

    IPTV가 사업자들에게 짭짤한 재미를 주진 못했지만, 가입자들의 TV 문화를 상당히 바꿔가고 있다고 봅니다. 제 다섯살짜리 조카는 EBS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을 수십 번 반복 시청합니다. 저희 남편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등 옛날 영화를 다시 찾아 보고요. 자막 없이 볼 수 있어 영어공부에도 꽤 도움 되거든요. 문득 여행 가고 싶을 때는 가방을 싸는 대신 EBS ‘세계테마기행’을 틉니다. 스페인, 이스라엘, 쿠바 등 기분 내키는 대로 떠나볼 수 있으니까요.

    2006년 우리보다 먼저 IPTV 서비스를 상용화한 미국에 취재 갔을 때 한 가지 인상 깊은 ‘특화’ 서비스를 접했습니다. 미국 통신회사 버라이존은 IPTV를 통해 가입자의 집 주변 교통상황과 날씨 정보를 팝업창 형태로 브라운관에 띄워주고 있었습니다. 국내엔 왜 이런 유용한 서비스가 없는지 궁금합니다.



    IPTV 사업자들이 규제 완화에만 목매달기 전에 가입자들의 IPTV 소비 행태를 면밀히 파악해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했으면 합니다. 그래야 “IPTV에 가입할 만하다”는 입소문이 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IPTV 가입자 수는 현재 155만명입니다. 달라진 TV 소비 행태와 소비자 욕구를 연구하기에 충분한 숫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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