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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점심 퍼주는 스님

15년째 점심 퍼주는 스님

15년째 점심 퍼주는 스님
해가 머리 위로 떠오를 즈음, 서울 종로 탑골공원 옆 낡은 건물로 노인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건물 2층에는 가정집 한 칸도 안 되는 법당이 있다. 매일 이 좁은 공간에서 200여 명의 노인들에게 무료 점심이 제공된다. 훤칠한 키, 좋은 풍채, 호탕한 웃음의 ‘밥 퍼주는 스님’이자 원각사의 주지스님인 보리스님(64)이 15년째 하는 봉사다.

밤공기가 제법 쌀쌀하던 1994년 어느 초가을 날, 보리스님은 산속에 있을 게 아니라 직접 세상에 뛰어들어 사람들을 돕고자 탑골공원을 찾았다. 공원에 홀로 앉아 있던 한 노인과 밤새 이야기를 나누다 가진 돈의 전부였던 1500원으로 국밥 한 그릇을 대접했다.

“그때 비로소 제가 뭘 해야 할지를 깨달았어요. 그날로 당장 탁발을 시작해 시주금으로 공원 노인들에게 빵과 우유를 나눠드렸죠.”

스님 혼자 고생하는 게 안쓰러웠던지, 할머니 보살들이 하나둘 동참해 지금껏 든든한 동료가 돼주고 있다. 1998년 원각사를 열게 된 데도 이들의 도움이 컸다. 원각사의 무료 점심은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져 이젠 자원봉사자들도 꽤 많이 찾아온다. 달력에는 날짜별로 찾아올 봉사팀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다.

“저는 별로 하는 게 없어요. 저 또한 자원봉사자 분들에게 밥을 얻어먹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일 뿐이죠.”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원각사 무료 점심에 국가나 시민단체의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간혹 식사하러 온 노인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되레 큰소리를 치며 고자세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음식재료와 식기 등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의 기부금으로 마련된다. 휴일, 명절에도 쉼 없이 점심 봉사를 해 힘든 순간도 많았을 법한데, 보리스님은 그저 행복할 따름이란다.

“식사하며 웃는 노인들의 얼굴을 볼 때 가장 보람돼요. 오래 하고 싶어요. 이분들 모두가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이니까요.”



주간동아 2009.02.17 673호 (p98~98)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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