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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영미가 사랑하는 詩

희망에 대하여

희망에 대하여

희망에 대하여
희망에 대하여

-마흐무드 다르위시(Mahmoud Darwish, 1941~2008)

나에게 그런 말은 하지 말라

‘알제리아의 찐빵장수나 되어

혁명가들과 어울렸으면’



나에게 그런 말은 하지 말라

‘예멘의 목동이나 되어

부활을 노래했으면’

나에게 그런 말은 하지 말라

‘하바나의 급사나 되어

억압받는 사람들의 승리나 기원했으면’

나에게 그런 말은 하지 말라

‘아스완댐의 젊은 수문장이나 되어

바위를 위해 노래했으면’

나의 친구여

나일강은 볼가강으로 흐르지는 않네

콩고강이나 요단강이 유프라테스강으로 흐르는 것도 아닐세

모든 강은 그 자신의 시원(始原)이 따로 있고

제 가는 길이 따로 있고 제 삶이 따로 있지.

우리의 조국은 친구여, 황폐한 나라가 아니라네.

때가 되면 모든 나라는 새로 태어나고

모든 전사(戰士)는 새벽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니.

*팔레스타인의 저항시가 어디까지 왔는지 말해주는 수준 높은 가작이다. 저항시의 상식적인 틀에서 벗어난 뜻밖의 도입부가 우리를 긴장시킨다. 알제리아의 찐빵장수들이 혁명가들과 얼마나 친했기에 이런 재미있는 구절이 나왔나. ‘나일강은 볼가강으로 흐르지는 않네’. 참으로 민중적이며 신선한 비유가 아닌가. 때가 되면 모든 나라는 새로 태어난다는 결론도 멋있다. 대중을 계몽할 목적으로 쓰인 시도 얼마든지 자유롭고 창의적일 수 있다. 신문, 방송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접하는 폭격, 테러와 보복테러가 중동에서 언제까지 계속될지 걱정된다.

[출전] 압델 와하브 엘 메시리 편/ 박태순 역, ‘팔레스티나 민족시집’, 실천문학사, 1988



주간동아 2008.11.25 662호 (p7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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