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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갑의 ‘여기선 꼭 머물고 싶어라’

일본 오타루 구라무레(Kuramure) 료칸

상상, 그 이상의 휴식 하룻밤 감동 평생 추억

  • 정성갑 월간 ‘럭셔리’ 여행팀장 a53119@design.co.kr

일본 오타루 구라무레(Kuramure) 료칸

일본 오타루 구라무레(Kuramure) 료칸

‘디자인 료칸’을 추구하는 구라무레 료칸은 현대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면서도 일본 료칸의 혼이 절묘하게 녹아들어 있다. 구라무레 료칸 내부 모습.

구라무레 료칸은 그간 수차례 료칸 여행을 다녀온 이에게도 신선하고 놀랍게 다가온다. 21세기 스타일로 지은 모던 료칸이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공간 구성과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이곳에서의 휴식은 전통 료칸에서의 그것보다 훨씬 호사스럽다. 이 료칸은 홋카이도 오타루에 자리한다. 항구 마을 오타루는 일본에서 교토와 더불어 가장 예스러운 곳으로 꼽힌다. 100년 전 만든 생선창고와 운하가 아직도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어 흡사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떠나온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나무판 가득 실은 생선을 편히 나르기 위해 설치한 철로가 건물 내부에 지문처럼 고스란히 남아 있고, 지은 지 70~80년이 넘은 낡은 기와집도 우리네 북촌처럼 옹기종기 자리잡고 있다. 오타루의 푸근한 서정을 완성하는 것은 오르골이다. 딩동딩동 은은하게 울리는 오르골 소리가 골목 구석구석에 눈처럼 내릴 때 오타루는 안데르센 동화 속 풍경처럼 따뜻하고 낭만적이다. 겨울 오타루는 눈의 도시 삿포로보다도 강설량이 많아 사나흘에 한 번꼴로 눈이 펑펑 쏟아진다.

오타루의 푸근한 느낌과 더불어 구라무레 료칸은 잊히지 않는 감동으로 기억에 남는다. 서두에 밝힌 대로 이곳은 일본의 전통 료칸과 거리가 멀다. 외형부터 그렇다. 고적하고 고아한 전통 가옥의 느낌은커녕 첨단시설을 탑재한 대규모 무기창고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큼지막한 돌무더기를 굵은 철사로 고정해 만든 ㄱ자 담장이 건물 밖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어 웅장하고 투박한 느낌이 더하다.

겨울엔 사나흘 한 번꼴 눈 펑펑 낭만 2배

그러고 보니 이러한 건축 스타일은 세계적 건축가 헤르초크 · 드 뫼롱이 미국 나파밸리에 지은 도미누스 와이너리에서도 본 기억이 난다. 구라무레란 오타루 운하를 끼고 자리한 창고를 뜻하는 말로, 좀더 정확히 표현하면 ‘창고의 집합’을 의미한다. 오타루의 숨결과 잘 어우러지되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료칸을 짓는 것, 그것이 이곳 주인 도시유키가 건축 초기부터 염두에 둔 료칸의 아이덴티티다. 건물은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나카야마 마코토가 맡았다. 외관에서 받은 충격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도 계속 이어진다. 건물 출입문은 나무문이 아닌 철문이다. 가까이 다가서자 거인처럼 육중한 느낌의 철문이 ‘쓰윽’ 소리를 내며 열린다. 이제 오카미 상을 만나겠구나 하고 내심 안도하며 들어서는데, 인사를 건네는 이는 아르마니 스타일의 정장을 입은 젊은 남녀다. 그들은 “(신 디자인 료칸을 추구하는) 이곳에는 오카미 상이 없습니다”라고 예의를 갖춰 말한다. 음료도 남다르다. 리셉션에 앉은 손님을 위해 이들이 내놓는 것은 카푸치노. 물론 녹차나 말차를 주문할 수도 있지만 리셉셔니스트는 최고급 커피도 함께 구비돼 있음을 강조한다.

카푸치노를 마시며 둘러보는 내부 인테리어는 한눈에 보아도 세련되고 고급스럽다. 인상적인 것은 유리창을 벽의 아래쪽에 가로로 길게 뺐다는 것. 정원에 수북하게 내린 눈을 감상하라는 배려로, 실제 유리창 너머로는 눈 내린 료칸의 정원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디자인 료칸은 ‘최고급 럭셔리 휴양’을 지향한다. 카푸치노를 담은 컵은 한 세트에 1만엔이 훌쩍 넘는 옹기잔이고, 객실에는 만든 지 수백 년 지난 전통 가구가 모던한 느낌의 가구와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식당의 개수. 총 19개의 객실이 구비돼 있는데 각 객실에 묵는 손님들의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위해 객실 수와 똑같은 19개의 레스토랑을 갖췄다. 식재료도 최고급만을 고집한다. 오타루 항에서 나온 생선만을 그날그날 구입하며, 얼린 생선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모든 요리는 일본 전통의 가이세키 스타일로 서빙하며 싱싱한 식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양념과 소스는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그곳에서 음식을 먹으면 감각이, 혀맛이 살아나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최고급 휴양의 정점은 역시 객실에서 발견된다. 대리석으로 마감된 작은 응접실의 미닫이 창문을 열면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킬빌’에 등장했음직한, 숨막힐 듯 가지런한 일본식 정원이 펼쳐진다. 늦은 밤 창문을 열면 물 흐르는 소리, 바람 지나는 소리, 나뭇가지 꺾이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리는데 스위트룸에는 프라이빗 노천탕도 별도로 구비돼 있다.

이 밖에도 구라무레에는 1960~70년대의 디스크로 가득 찬 음악감상실과 각종 최고급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웨스턴 바가 들어서 있다. 이곳의 손님은 구찌 가방을 메고 버버리 코트를 입는, 그러나 료칸의 편안함과 분위기, 호사스러움을 좋아하는 세계의 부호들. 세계적 금융위기로 여행업계가 받는 타격이 만만치 않지만, 이곳은 벌써 겨울의 한쪽을 예약하려는 부호의 문의 전화로 복작거린다. 이곳의 숙박료는 1인당 3만6750엔. 2인 기준으로 하룻밤 숙박료가 7만엔을 조금 넘는다.

주 소Kuramure, 685, 2 Chome, Asarigawa Onsen, Otaru-shi, Hokkaido >
연락처 (134)51 5151
홈페이지 www.kuramure.com
가 는방 법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에서 JR를 타고 오타루치코역에서 하차. 오타루역에서 료칸까지는 20분 거리. 삿포로에서 출발할 경우 40분.
페스티벌정보 오타루에서는 2월10일부터 20일까지 눈등 축제가 열린다. 얼음으로 만든 유리등 수백 개가 프라하의 카를교만큼이나 운치 있는 오타루 운하에 연꽃처럼 띄워진다. 가스 전등으로 밝힌 주변의 고풍스러운 건물은 이 풍경에 깊고 낭만적인 은은함을 더한다.
문의일본 관광청 (02)777-8601




주간동아 2008.11.25 662호 (p88~89)

정성갑 월간 ‘럭셔리’ 여행팀장 a53119@desi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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