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6

2017.02.22

김창환의 통계 인사이트

6·25 이후 최초로 부모보다 못살게 된 청년세대

경제성장해도 가계소득 늘지 않는 악순환 끊어야

  • 미국 캔자스대 사회학과 교수 chkim.ku@gmail.com

    입력2017-02-17 16: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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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매킨지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25개 선진국의 2005년과 2014년 사이 가계소득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 효과를 감안한 실질 가계소득이 증가하지 않은 가구가 65~70%에 달했다. 10년간 경제가 성장했는데도 가계소득은 줄었다는 점에서 충격적 결과였다. 매킨지는 이런 경향이 지속된다면 현재 젊은 세대는 부모세대보다 더 가난하게 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특히 이런 경향이 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의 20, 30대가 6·25전쟁 이후 최초로 부모보다 못사는 세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의 44개국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21세기 들어 성인이 된 세대)는 다른 어떤 나라 젊은이보다 미래를 비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연령대별 소득증가율을 보면 다른 모든 연령층의 소득이 증가한 반면 20, 30대는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매킨지 보고서가 분석한 기간 이전의 10여 년(1993~2005) 동안 실질 가계소득이 증가하지 않은 가구는 2% 미만이다. 가계소득을 세전 임금과 자본소득 등 시장소득이 아닌, 세금과 부조를 감안한 가처분소득으로 보면 지난 10년간의 분석도 달라진다. 시장소득은 줄었더라도 복지와 부조를 통해 소득을 보전해줬기 때문에 실제 삶의 질과 소비 수준을 결정하는 가처분소득은 줄어들지 않은 가구가 75%를 넘는다.



    젊은 세대의 불안

    더욱이 가계소득이 낮아진 지난 10년 기간에는 1929년 경제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라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있었다. 지난 10년간의 가계소득 감소는 80년 만에 처음 겪는 대위기의 반영이다. 이 현상이 앞으로 지속되기보다는 느리더라도 완만하게 소득이 증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부모·자식세대 간 격차를 평균 30년으로 가정해 1983~93년 가계소득 변화까지 추적하면 지난 30년간 가계소득이 감소한 가구 비율은 더욱 낮아진다.



    이렇게 확률이 낮음에도 많은 사람이 미래에는 자식세대가 부모세대보다 가난해질 가능성을 언급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왜 지금의 젊은 세대는 그토록 불안해하는 것일까.

    자녀세대가 부모세대보다 가난해지는 이유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이다. 그리스는 경제위기 이후 경기부진의 장기화로 2005년 국내총생산(GDP)이 2007년 대비 26% 감소하고 가계소득이 큰 폭으로 줄었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자식세대가 부모세대보다 가난해질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지난 30년간 인당 국민소득의 연평균 증가율은 6.3%이고, 물가상승률은 4% 정도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자녀세대가 부모세대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소득을 올렸다. 과거보다 성장이 정체되고 그리스와 같은 경제위기를 겪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경제가 장기간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즉 경제성장에 매진하지 않아 부모세대보다 자식세대가 가난해질 확률은 낮은 셈이다.

    두 번째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경제 성장과 가계소득 성장 간 괴리다. 국가경제는 성장해도 가구와 개인에게 돌아가는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 국가 전체 GDP에서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소득 비율을 노동소득분배율이라 한다. 자영업자 소득이 대부분 자신의 노동에 근거를 둔 것임을 감안해 추계한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2000년 73%에서 2012년 67.3%로 감소했다. 줄어든 노동자 몫은 자본가, 기업가에게 돌아간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공공기관 신입직원 연봉 삭감 조치 등이 바로 노동소득분배율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정책이다. 이렇게 되면 자녀세대가 부모세대보다 가난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 번째는 노동자 간 불평등 악화다. 설령 경제가 발전하고 노동소득분배율에 변화가 없더라도 일부만 슈퍼리치가 되고 대다수가 빈곤하면 자녀세대가 부모세대보다 가난해질 수 있다. 2월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최고액(월 239만 원)을 내는 월급쟁이가 3403명에 이른다. 국민건강보험 최고액 기준점은 월급 최소 7810만 원, 연봉으로는 9억3720만 원이다. 한국 노동자 평균 연봉의 30배가 넘는다. 소수 임금노동자만 슈퍼리치가 되고 나머지 노동자의 소득이 감소하면 가계에 미치는 효과는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과 다를 바 없다.



    문제는 분배 구조야!

    말하자면 경제성장이 이뤄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전체 몫이 줄어들거나, 설령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같더라도 소수의 고액 연봉자가 열매를 독식하면 자녀세대 소득이 부모세대보다 낮아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데이비드 그루스키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와 라지 체티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견고한 경제성장에도 불평등 악화로 부모보다 자녀의 실질소득이 떨어지는 비율이 급증했다.

    ‘그래프’는 미국에서 출생연도별로 자녀세대 소득이 부모세대보다 높은 비율이다. 1940년생의 경우 90% 이상이 부모보다 소득이 많았다. 하지만 그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80년생은 부모보다 자녀 소득이 높은 비율이 50%밖에 되지 않는다. 경제성장률이 0%일지라도 분배 구조에 변화가 없다면 확률적으로 자식의 절반은 소득이 부모보다 높을 테고, 나머지 절반은 부모보다 낮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지난 100여 년 동안 놀랄 만큼 꾸준히 경제성장을 이뤘다. 최근 성장률이 둔화됐다 해도 장기간 마이너스 성장을 한 역사는 없다. 이러한 지속적 성장에도 자녀 50%가 부모에 비해 절대 소득이 줄어든 것이다.

    이 연구를 진행한 교수들의 분석에 따르면 1940년생이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던 70년대 수준의 분배 구조가 현재 유지될 경우 80년에 태어난 미국 자녀세대의 80% 가까이가 부모세대보다 더 높은 절대적 소득과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게 나타났다. 한국의 20, 30대라고 이들과 다르겠는가.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자식세대를 만들지 않는 최선의 방법은 경제성장의 열매를 평등하게 나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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