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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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알아야 학생들 가르치죠”

경제공부 열기 후끈한 교사 연수 현장 … 한국인 ‘비빔밥’식 경영, 융·복합 시대에 부합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입력2008-01-23 1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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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알아야 학생들 가르치죠”

    자유기업원이 주최한 ‘제15회 교사 이코데미아’에서 경제 강의를 듣는 초·중·고 교사들이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의 강연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학생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교사부터 알아야지요.”

    겨울방학을 맞아 느긋한 휴식 대신 경제공부에 몰두하는 교사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이들은 방학 때 ‘내공’을 쌓아 제자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초·중·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경제교육을 하는 기관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경제연구원, 자유기업원, 대한상공회의소, 증권거래소 등 8곳. 이중 자유기업원의 ‘제15회 교사 이코데미아’와 한국경제연구원의 ‘2008년 동계 중등교사 경제교육’에 기자가 참여해 교사들과 함께 강의를 들었다. 참가기를 정리한다.

    시장경제 참지식 얻는 좋은 강좌 입소문

    1월8~10일, 15~17일 사흘씩 진행된 이코데미아에는 초·중·고 교사 40명이 참가했다. 방학 시작 전에 자유기업원이 서울시교육청에 참가 교사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선착순 접수에서 금세 수강 인원이 찼다고 한다.



    “시장은 타인을 도운 자에게 보상을 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소비자가 사지 않으면 무의미하지요. 파산은 시장이 자원 낭비자에게 내린 벌칙입니다.”

    ‘시장경제로 부자 되기’란 강의에서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이 이 같이 열변을 토하자 수강자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다. 기존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별로 강조하지 않는 대목이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회의실에서 진행되는 이코데미아 강의는 이제 15회를 마쳤다.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열리는데 “시장경제에 대한 참지식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강좌”라는 입소문이 교사들 사이에 퍼져 있다. 수강료는 무료이고 수료증을 받게 된다. 재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주로 사용하는 첨단 국제회의실에서 열리므로 수강 교사들은 ‘호화로운’ 분위기에서 잠시 CEO가 된 기분을 느낀다.

    “2004년 3월 ‘100년 만의 폭설’ 때문에 고속도로가 막혀 차에 갇힌 분들은 밤새도록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렸지요. 그때 호빵 장수들이 한국도로공사 직원들보다 먼저 나타났습니다. 자기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지요. 빵을 사는 사람은 값이 좀 비싸더라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자유거래는 거래자 쌍방에게 이익이 됩니다. 당시 경부고속도로는 마비됐지만 천안~논산 민자 고속도로는 막히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공조직만 공익을 맡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이 ‘시장경제와 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흥미진진한 사례를 곁들여 설명하자 수강생들은 폭소를 터뜨린다.

    손정식 한양대 교수도 ‘골치 아픈’ 경제학 이론을 재미있게 강의했다. 손 교수는 “교사들은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시장경제 시스템에서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아야 한다”며 “가수 이효리의 출연료가 비싼 것은 생산원가 요인보다는 인기(수요)가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부총장을 지낸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도 근엄함을 버리고 유머를 섞어가며 열강한다.

    “문화경영의 시대가 왔습니다. 감정, 인간, 문화를 접목해야 합니다. 필요한 3요소는 종합성, 융통성, 창의성입니다. 음식으로 치면 비빔밥이 가장 잘 어울리지요. 한국인은 새로운 융·복합 시대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특성을 지녔습니다.”

    교직 경력 27년인 최인승 교사(경기상고)는 “강의 내용이 매우 좋아 두 번째 수강한다”면서 “배운 내용을 학생들에게 알리는 것이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강의 진행 책임자인 강윤호 자유기업원 경제교육팀 연구원은 “참가자들의 강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마감 이후 청강생 자격으로라도 수강하겠다는 분들이 쇄도했다”고 밝혔다.

    “중학교 경제교육 엉망”…학생들, 경제공부 이유 몰라

    ‘2008년 동계 중등교사 경제교육’도 이코데미아와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됐다. 1월7~9일 전경련회관 회의실에서 열렸는데 수강자는 중·고 교사 40명.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4과목씩 배우는 강행군이다. 진행 책임자인 김영은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번이 2기인데 선착순 40명 인원이 금방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오늘날 교육자의 윤리를 거론할 때 핵심 키워드는 ‘권리’의 개념입니다. 다른 동료나 피교육자에게 고통이나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교육자 윤리의 핵심입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윤리교육)의 ‘교육자의 윤리와 책임’이란 다소 묵직한 주제의 강의가 시작되자 수강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한다. 강의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박 교수는 “일선 교사들에게 윤리교육을 포함해 시장경제 가치를 자꾸 일깨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강자들에게 큰 인기를 끈 강연자는 박광량 홍익대 교수(경영학). 그는 ‘미신 타파 경영경제학 60개 질문’을 던졌다. 교사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박 교수를 바라본다.

    왜 빈부 격차는 클수록 좋은가? 왜 시장경쟁은 약육강식이 아니라 홍익인간 경쟁인가? 시장과 전장(戰場)은 어떻게 다른가? 왜 노동자도 사장이자 사업가이고 경영자인가? 왜 배가 고프면 배도 더 아픈가? 박 교수는 시장경제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조목조목 알기 쉽게 설명했다. 빈부 격차가 크다는 것은 사회 전체의 부(富)가 많다는 뜻이며 그만큼 잘산다는 의미라는 해설이 이어졌다.

    이종복 교사(백암고)는 “빈부 격차가 클수록 오히려 잘사는 것이라는 설명에 공감이 갔다”면서도 “이번 강좌 전체를 평가하자면 성장을 일방적으로 강조한 측면이 컸다. 부의 형평성도 중시하는 균형 잡힌 경제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경혜 교사(백운중)는 중학교 경제과목의 위상에 대해 “경제교육이 거의 안 되고 있고 학생들도 관심이 없다”며 “가장 쉬운 부분에서부터 학생들 처지에서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3 사회과 담당인 전수연 교사(덕소중)도 경제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개탄했다.

    “중학교에서의 경제교육은 한마디로 엉망이에요. 세계적으로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교육이 실시되고 있는 마당에 우리나라에선 중학교 3학년에서 단 2개 단원으로 경제교육을 마칩니다. 이러고도 경제대국을 꿈꾼다고 할 수 있을까요? 경제 개념이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학생들은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아요. 수요와 공급에 대해 가르치면 여학생들은 싫다고 난리입니다.”

    김춘근 교사(환일중)는 “교과서는 지엽적인 지식에 치우치게 기술됐는데 이번 강좌에서 폭넓은 시야를 경험했다”며 “학생 지도에 큰 도움이 될 지식을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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