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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美 대통령은 바뀌어도 유대인은 영원하다

므누신 재무장관·프리드먼 주이스라엘 대사 내정 등 유대계 중용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美 대통령은 바뀌어도 유대인은 영원하다

美 대통령은 바뀌어도  유대인은 영원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후보 시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네타냐후 트위터]

“대통령이 되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대사관을 옮기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후보 시절인 2016년 9월 25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약속한 내용의 일부다. 당시 두 사람의 비공개 대화에는 트럼프의 유대인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동석했다. 미국 의회는 1995년 10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행정수도 텔아비브에 있던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자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지만 역대 대통령은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그런데 트럼프가 자신의 약속을 지키려는 듯 선거캠프에서 이스라엘 정책 자문을 맡았던 데이비드 프리드먼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로 지명했다. 파산 전문 변호사인 프리드먼은 친이스라엘 극우주의자로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주장해온 유대인이다. 프리드먼은 “이스라엘의 항구적 수도인 예루살렘에서 미국대사직을 수행하기를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15년간 트럼프와 인연을 맺어왔다. 2009년 트럼프가 운영하던 카지노와 리조트가 파산할 때 법률대리인을 맡아 조언해준 변호사가 프리드먼이다. 프리드먼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해결 방안인 ‘두 개 국가 해법’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왔으며, 요르단 강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서의 이스라엘 정착촌 활동이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미국대사관 예루살렘으로 이전?

美 대통령은 바뀌어도  유대인은 영원하다

도널드 트럼프의 맏사위 쿠슈너와 장녀 이방카 부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 데이비드 프리드먼 주이스라엘 미국대사 내정자(왼쪽부터). [사진 출처 · 이방카 트위터] [사진 제공 · 이장훈] [사진 제공 · 이장훈]

예루살렘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다. 유대교의 대표적 성지는 ‘통곡의 벽’이다. 솔로몬 왕이 지은 예루살렘 성전은 로마군에 의해 파괴돼 현재 서쪽 벽면만 남아 있는데 이를 통곡의 벽이라 부른다. 기독교 성지로는 예수 무덤 성당과 십자가의 길(비아 돌로로사)이 꼽힌다. 이슬람교 성지는 통곡의 벽 위쪽 언덕에 있는 황금 돔과 알아크사 사원이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승천했다는 곳으로 이슬람교 3대 성지 가운데 하나다. 예루살렘은 1948년 제1차 중동전쟁 결과 동서로 분할돼 서부는 이스라엘에게, 구시가를 포함한 동부는 요르단에게 넘어갔다. 이스라엘 의회는 50년 예루살렘이 이스라엘 수도라고 공포했다. 이스라엘은 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예루살렘을 장악했다. 이후 현재까지 이스라엘은 이 도시를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유엔은 80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라고 정한 이스라엘 의회의 선언이 무효라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예루살렘은 국제법상 이스라엘 영토가 아니다. 예루살렘은 47년 유엔 총회에서 통과된 결의안 181호에 따라 ‘국제관리체제’라는 국제적으로 유일하게 공인된 지위가 있을 뿐이다. 이스라엘은 원래 팔레스타인 땅을 분할해 건국됐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은 독립국가가 창설되면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겠다고 주장해왔다.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모두 그동안 예루살렘을 한 치도 양보한 적이 없다. 미국이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옮기겠다는 말은 ‘두 개 국가 해법’을 폐기하겠다는 뜻이다. 자칫하면 팔레스타인과 아랍국의 강력한 반발로 무력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

트럼프의 친이스라엘 정책은 맏사위 쿠슈너를 중심으로 하는 유대인 커넥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쿠슈너는 트럼프의 눈과 귀 노릇을 하며 ‘막후 실세’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로 론 더머 주미 이스라엘대사는 트럼프의 대통령선거(대선) 승리 이후 다른 외국 정상이나 외교 사절보다 먼저 트럼프를 만났다. 쿠슈너는 대선 기간에도 사실상 공식 직함 없이 트럼프 선거캠프를 진두지휘했다. 그는 연설문 작성과 정책 수립 및 일정, 선거자금과 메시지 관리 등을 담당했다. 심지어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부통령 당선인)를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선정한 사람도 쿠슈너였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도 쿠슈너에게 조언을 구할 정도다. 쿠슈너는 앞으로 백악관에서 트럼프의 참모 노릇을 할 것이 분명하다.



쿠슈너가 실세로 부상한 것은 트럼프의 큰딸 이방카와 결혼한 덕이다. 정통 유대교 가정에서 태어난 쿠슈너는 부동산개발업자인 부친 찰스 쿠슈너로부터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은 뒤 승승장구해왔다.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과와 뉴욕대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2006년 1000만 달러(약 119억6000만 원)에 주간지 ‘뉴욕 옵서버’를 인수해 25세에 언론사 주인이 됐다. 2007년엔 뉴욕 맨해튼의 한 빌딩을 18억 달러(약 2조1500억 원)에 매입했다. 기독교 장로교 신자였던 이방카는 2009년 쿠슈너와 결혼하기 전 유대교로 개종했다. 이방카는 공식적으로 유대인이 됐고, 히브리어 이름은 야엘이다. 이방카는 “개종은 내 인생의 엄청난 결단”이라며 “유대교 휴일인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전화통화도 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방카는 백악관에서 퍼스트레이디 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쿠슈너의 부친 찰스는 트럼프에 버금가는 유명한 부동산 기업가로, 유대인 기업가 및 정치인과 깊은 친분을 쌓아왔다. 쿠슈너의 가족 재단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5만8500달러(약 6900만 원)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건설한 정착촌에 기부했다. 쿠슈너는 부모와 3명의 형제자매와 함께 이 재단을 공동운영하고 있다. 프리드먼은 2011년 쿠슈너재단으로부터 1만 달러, 2013년에는 2만800달러(약 2500만 원)를 기부받은 바 있다.  



이너서클에 포진한 유대인

트럼프의 유대인 커넥션은 자금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재무장관으로 내정된 스티븐 므누신은 트럼프와 15년간 친분을 쌓아왔다. 유대인인 므누신은 전형적인 월스트리트 엘리트다. 예일대 졸업 후 골드만삭스에 들어가 17년간 일하며 파트너가 됐다. 그의 아버지도 평생 골드만삭스에서 일한 파트너다. 므누신은 헤지펀드 회사인 듄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창립해 각종 투자사업을 벌여왔다. 트럼프 대선캠프에서 재무 총책임을 맡은 므누신은 10억 달러(약 1조1900억 원) 이상 기부금을 모금했다. 내각과 백악관의 경제 라인에 월스트리트 출신, 특히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출신이 줄줄이 기용된 것은 므누신의 영향력 때문이다. 백악관 직속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내정된 게리 콘 골드만삭스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유대인이다. 콘과 므누신은 골드만삭스에서 12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루이스 아이젠버그 공화당 전국위원회 금융위원장도 유대인이다. 그래나이트 캐피털 인터내셔널 대표인 아이젠버그는 공화당의 유대인연합 소속으로 므누신과 함께 선거자금 모금 운동을 해왔다.

트럼프의 ‘이너서클’에도 유대인이 포진해 있다. 스피치 라이터인 스티븐 밀러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의 공보국장 출신으로 인수위원회 국내정책국장을 맡고 있다. 마이클 글래스너는 트럼프 선거캠프에서 전국정치담당 국장으로 일한 유대인이다. 보리스 엡스타인은 공화당 정치전략가로 TV토론회에 100회 이상 출연하며 트럼프를 홍보해왔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인 제이슨 그린블랫도 트럼프와 19년간 함께 일해왔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는 트럼프의 핵심 참모에 상당히 많은 유대인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부인인 버네사 헤이든은 반(半)유대인이고, 차남 에릭 트럼프의 부인이자 CBS방송 PD인 라라 유나스카도 유대인이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친이스라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듯하다. 






주간동아 2016.12.28 1069호 (p66~67)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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