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8

2016.12.21

권영산의 생존 창업

불경기엔 단품이 효자

ABC분석으로 메뉴판 정리하는 법

  • 오앤이외식창업 대표 omkwon03@naver.com

    입력2016-12-16 17: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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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나라 안팎이 혼란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인데 향후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안갯속이다. 이럴 때일수록 자영업자는 정신 바짝 차리고 장사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스스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장사하면서 앞에서 벌고 뒤로 밑지지 않으려면 손익분석과 ABC분석을 잘해야 한다. 손익분석을 통해 비용은 줄이고 매출은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ABC분석을 통해 어떤 상품이 잘 팔리고 안 팔리는지 파악해 재고 및 물류관리를 원활히 할 수 있다면 적어도 손해 보는 장사는 되지 않는다. 이번 호에서는 ABC분석의 이론 및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매출액 대비 2% 미만 메뉴는 없애라

    ABC분석은 1951년 디키(H. F. Dickie)가 제안한 자재·물류관리기법으로 ‘파레토 분석기법’ 또는 ‘통계적 선택법’이라고도 한다. ABC분석에서는 품목을 등급별로 구분하는데 수량은 적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을 A급, 수량은 많으나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을 B급, 수량은 더욱 많으나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것을 C급으로 친다. A급은 가장 효과적으로 철저히 관리해야 할 품목, B급과 C급은 관리를 간소화하고 효율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둬야 할 품목이다. A급은 사용 빈도가 높고 고가이며, 연간 사용량이 많거나 연간 사용금액이 높은 품목을 가리킨다. 반면 C급은 연간 사용량이 적고 저가이거나, 사용 빈도가 지극히 낮아 연간 사용금액이 낮은 품목이다.

    음식점에서는 고객, 거래처, 메뉴 등으로 세분화해 ABC분석을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핵심적으로 다뤄야 할 것이 메뉴다. 메뉴의 경우 첫째, 매출액이 높은 순으로 정리한다. 둘째, 총매출액을 100%로 했을 때 메뉴별 백분율을 산출한다. 셋째, 그 누적 비율을 상위 메뉴부터 순서대로 표시한다. 넷째, 메뉴별 이익률과 판매액 비율을 감안한다. 이렇게 산출된 메뉴의 판매 비율을 보고 매출액 대비 2% 미만인 메뉴는 판매를 중단하거나 메뉴판에서 삭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새로운 메뉴를 출시할 때도 3개월 혹은 분기별 판매 상황을 지켜보고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갈지, 중단할지 결정한다.



    프랜차이즈 직영점이나 중대형 음식점, 그리고 소위 대박집이라는 음식점에서도 ABC분석을 무시하거나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아 자재·물류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판매 비율이 낮은 메뉴나 상품을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다. 새로운 메뉴를 출시할 때도 사전에 고객 반응이나 판매 비율을 점검하지 않고 바로 판매를 시작하다 보니 수량 예측에 실패해 비용이 가중된다. 이 때문에 음식점에서 유통기한을 넘긴 식자재를 대량으로 버리거나, 그것이 아까워 슬쩍 사용하다 단속에 걸리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

    당신이 삼겹살전문점을 열었다면 어떻게 ABC분석을 해야 할까. 먼저 POS(Point of Sales·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 자료나 판매 장부를 활용해 하루 매출을 확인하고, 그다음에 메뉴별로 매출액을 파악해야 한다. 그 후 월매출을 파악하고 메뉴별 판매액의 누적 금액을 산출한다. 그리고 월매출액 대비 각 메뉴의 판매액에 대한 백분율을 계산한다. 또 항목별 매출액과 비율을 산출한 후 품목별 매출액과 비율을 산출하면 된다(표 참조).



    삼겹살전문점에서 달걀말이 꼭 필요할까

    이 결과를 항목별, 즉 주요 메뉴, 사이드메뉴, 주류, 음료로 구분하고 A·B·C그룹으로 나눠 관리한다. 일반적으로 음식점에서 매출액의 2% 미만인 주상품(주요 메뉴)은 판매를 중단하거나 판매 항목(메뉴판)에서 삭제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1% 미만인 C그룹 주요 메뉴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판매 항목(메뉴판)에서 삭제한다.

    삼겹살전문점이라 해도 찌개나 국수 같은 사이드메뉴가 있다. 고객이 원한다 해도 사이드메뉴의 가짓수가 너무 많으면 관리하기 어려울뿐더러, 그만큼 비용도 더 든다. 어떤 메뉴를 유지하고 없앨 것인지는 ‘표’의 사이드메뉴를 보면 답이 나와 있다. 일단 매출 비율이 1%가 안 되는 메뉴는 명이나물, 얼큰짬뽕탕, 수제소시지, 잔치국수, 비빔국수, 왕달걀말이다. 이런 품목은 과감하게 메뉴판에서 없애는 것이 좋다. 이처럼 주요 메뉴, 사이드메뉴, 주류, 음료 등을 항목별로 ABC분석을 하면 판매에 주력해야 할 품목과 없애야 할 품목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러면 재고·물류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어 비용이 절감되고 이익률을 높일 수 있다.

    ABC분석만 잘해도 어떤 상품(메뉴)에 집중해야 하는지 해결책이 나온다. 그리고 고객에게 어떤 상품(메뉴)을 권유할지, 또 전략적으로 어떤 상품을 광고하고 판촉해야 할지도 알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상품(새로운 메뉴)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실질적인 운영 방안도 마련할 수 있다. ABC분석은 매출을 늘려주는 효과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잡아내는 유용한 수단이다.

    지금 같은 불오후 5:49황기에 음식점을 창업할 때는 다양한 메뉴를 취급하기보다 주요 메뉴 한두 가지에 집중하는 단순한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필자가 이 지면을 통해 여러 차례 강조한 것이 불경기가 심화할 때는 “성숙기가 길고 원가율이 높으며 순이익률이 높은 업종과 아이템을 선택하라”였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장사를 잘하고 싶은가. 반드시 ABC분석을 하라. 그리고 가능하면 단품을 취급하라. 설렁탕, 추어탕, 매운탕, 곰탕, 뼈다귀감자탕, 순댓국 등 흔하지만 경쟁력 있는 아이템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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