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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약사의 ‘똑똑한 약 이야기’

위장약 남용하면 치매 걸린다?

잘못된 음주 습관

  • 동국대 약대 외래교수 pharmdschool@gmail.com

위장약 남용하면 치매 걸린다?

위장약 남용하면 치매 걸린다?
이제까지 생산된 양을 모두 합하면 지구를    4바퀴 돌고도 남는 약이 있다. 바로 짜 먹는 위장약이다. 한때 길을 걸으면 이 약봉지를 밟을 수 있다고 할 만큼 널리 사용된 약인데, 특히 연말이면 소비량이 부쩍 늘어난다. 우리나라의 특이한 음주문화 때문이다. 음주 전 다 같이 이 위장약을 짜 먹거나 술에 타서 먹는 것이 유행이던 때가 있었다. 과연 위장약을 복용하면 술에 덜 취하고 숙취도 빨리 해소될까.

짜 먹는 위장약은 위산을 중화한다. 위산이 과도하게 분비될 경우 속 쓰림, 위통 같은 증상을 유발하므로 위산을 일시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이런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제품에 따라 겔 형태로 위벽을 감싸 보호하는 기능을 하기도 하나, 이런다고 해서 술이 침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속 쓰림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음주 전 위장을 보호할 목적으로 이 약을 복용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다. 또한 간이 담당하는 숙취 해소 작용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

약을 자주 복용하는 사람 중에는 무슨 약이든 반드시 위장약을 함께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속 쓰림, 소화불량 같은 부작용이 거의 없어 빈속에 먹어도 되는 약을 받아가면서도 위장약을 함께 처방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약이 위장을 상하게 한다는 인식이 강한 듯하다. 하지만 모든 약이 위장에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다. 소염진통제, 특정 항생제를 포함한 몇 가지 약만 속 쓰림이나 설사 같은 위장 장애를 유발한다. 이마저도 식후 충분한 양의 물과 함께 즉시 복용하면 위장 부담이 완화된다. 따라서 속 쓰림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 위장약을 필수적으로 병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맵고 짠 음식을 주로 먹는 식습관 탓인지 유독 한국인은 위염이나 위암 같은 위장관계 질환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 때문에 특별히 위장에 문제가 없는 경우에도 예방 차원에서 위산 분비를 줄이는 약을 먹거나 제산제(위산을 중화하는 약)를 수시로 복용한다. 그런데 이렇게 이유 없이 위산을 없애는 약물을 습관처럼 복용하면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위산은 우리가 섭취한 음식을 포함한 외부 물질을 소독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위산을 제거하면 각종 세균에 쉽게 감염될 수 있다. 또 위산이 부족한 경우 산성 환경에서 흡수되는 철분, 칼슘 등 미네랄과 비타민B12를 포함한 각종 비타민 결핍에도 빠지기 쉽다. 위산은 단백질 소화도 돕는데 단백질, 칼슘 등은 뼈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 때문에 위장약을 자주 먹는 습관은 골다공증, 골연화증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특히 고관절 골절을 당한 65세 이상 노인은 3명 중 1명꼴로 약 2년 내 사망한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뼈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위산 억제제나 제산제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비타민B12와 철분 결핍은 심각한 빈혈의 원인이 되고, 특히 비타민B12가 부족하면 손끝 발끝이 저리거나 관절이 아픈 신경통 증상을 유발하기도 하므로 무턱대고 위산을 제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위장약이 일으키는 또 한 가지 문제점으로 치매가 언급되기도 한다. 제산제 성분 중 알루미늄이 뇌에 축적돼 치매를 유발한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를 비롯해 백신에 함유된 미량의 알루미늄 성분이 치매나 신경계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제산제를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좋지 않은 건 분명하다. 제산제는 일시적으로 위산을 중화해 속 쓰림이나 위통을 개선해줄 뿐이므로 증상이 지속된다면 전문의에게 진료받아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위염, 위궤양 치료에 사용하는 위산 억제제를 꼭 필요한 경우에만 6주 이내로 처방할 것을 의사에게 권고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위산 억제로 인한 골다공증, 영양소 흡수 저하 등의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제 ‘죄 없는 위산’에 대한 오해를 거두고 식습관 개선으로 위장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특히 손쉽게 살 수 있는 위장약이라도 남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주간동아 2016.11.30 1065호 (p73~73)

동국대 약대 외래교수 pharmdschoo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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