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3

2005.12.06

“한국, 쿠르드에 활력 불어넣기를”

쿠르디스탄 자치정부 총리 경제특보 … “자이툰 주둔 동질감, 최상의 파트너”

  • 제키 파타/ 쿠르디스탄 자치정부 총리 경제특보

    입력2005-11-30 14: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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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쿠르드에 활력 불어넣기를”

    쿠르디스탄의 마수드 바르자니 대통령과 악수하는 정승조 자이툰 부대 사단장(오른쪽).

    한국(Korea)과 쿠르디스탄(Kurdistan)은 나라 이름의 첫 글자가 K라는 것 말고도 공통점이 많다. 두 나라는 자국의 자유를 얻기 위해 싸운 역사가 있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상대를 도운 역사가 있다. 6·25전쟁 때 한국군과 같이 싸운 터키군의 핵심 세력은 ‘당꼬바지’ 차림을 한 쿠르드족 병사들이었다. 오늘날 이라크 쿠르디스탄에서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핵심에는 한국군 병사들이 있다.

    인구 500만명, 면적 8만3000km2인 쿠르디스탄은 아직은 독립국가가 아닌 이라크의 지방정부다. 인구와 국토 면적에서 오스트리아와 비슷한데, 석유와 가스·물이 풍부하고 땅은 비옥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값진 자산은 진보와 발전을 호소하는 자부심 강하고 건강한 국민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후세인 독재정권이 붕괴하기 전까지 수십년 동안 이 지역은 갖은 핍박을 받아 낙후돼왔다.

    석유·가스 직접 개발 재건 호기

    1992년부터 10년 동안 쿠르디스탄 정부의 세수는 관세와 지방세뿐이었다. 그 시기 쿠르디스탄의 1인당 정부 지출액은 연간 200달러를 넘지 않았다. 쿠르디스탄 정부가 국민 한 사람을 위해 안보와 교육, 의료, 도로, 식수, 전기 그리고 그밖의 공공 편의시설 부문에 쓴 돈이 고작 200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얘기다.

    후세인 정부는 이 지역에서 생산된 석유를 팔아 번 돈으로 이 지역을 파괴하고 주민을 몰살했다. 쿠르디스탄은 1992년부터는 이중으로 시달려야 했다. 엄청난 수자원과 가스자원이 있음에도 주민들은 심각한 식수난과 전기 부족으로 고통받아왔다. 그런데 미국과 연합군에 의해 이라크가 해방되면서 이 지역의 운명도 바뀌었다. 스스로 재건할 수 있는 호기를 맞은 것이다.



    2003년 후세인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석유와 관련한 공공수익이 공평히 분배되기 시작하면서 이라크 중앙정부 예산에서 쿠르디스탄 지방정부가 차지하는 몫은 급증했다. 쿠르디스탄 정부의 국민 1인당 지출액은 1년 만에 6배 증가해 약 1200달러에 달했다.

    “한국, 쿠르드에 활력 불어넣기를”

    제키 파타

    이라크 신(新)헌법에 따르면 쿠르디스탄은 이라크 중앙정부의 석유 수익에서 18%를 받게 되어 있다. 또 이라크가 국제사회로부터 받는 원조와 구호금도 같은 비율만큼 받을 수 있게 됐다. 더욱 중요한 것은 쿠르디스탄이 이곳에 매장된 막대한 석유와 가스 자원을 직접 개발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다. 머지않아 쿠르디스탄 지역의 석유가 개발되면 쿠르디스탄 정부는 해마다 100억 달러에 달하는 수입을 올리고 이를 지역개발에 재투자할 수 있게 된다.

    또 지역개발위원회를 설립해 외국 투자자들과 직접 협상할 수 있게 됐다. 이라크 정부를 거치지 않고 쿠르디스탄 자치정부가 외국의 직접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 쿠르드에 활력 불어넣기를”

    쿠르디스탄 지역은 다후크·아르빌·술라이마니아 주와 디얄라 주 일부로 구성된다.

    쿠르디스탄 지역 개발은 어마어마한 사업이다. 지난 35년 동안 이 지역은 철저하게 차별받았다. 근대적 운송수단은 발전하지 못했고, 통신 시스템은 낡을 대로 낡았다. 의료와 교육 시스템은 완전 개편해야 하고, 거대한 수자원도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 농업 잠재력을 일깨워야 하며 산업기반 시설도 갖춰야 한다.

    쿠르디스탄 개발은 농업, 공업, 서비스업의 성장을 뒷받침할 사회간접자본의 총체적 재건을 뜻한다. 근대식 도로망과 댐, 발전소, 주택, 학교, 병원, 사무실, 공원과 그밖의 산업기반 시설을 재건하는 것이다. 교육 시스템을 정비하고 여성들이 개발 과정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또한 쿠르디스탄을 세계시장에 연결하는 현대적 통신·운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기도 하다.

    쿠르디스탄은 이미 정부기구 개혁에 착수했다. 제대로 된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이 지역의 안전과 안보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과학기술과 전문지식 개발을 위해 교육 시스템을 근대화하고 이를 인적 자원과 효율적으로 결합시켜 부(富)를 창출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민간 활동을 늘리고 참여를 독려하는 한편, 외국 투자자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개발전략을 세우고 있다. 쿠르디스탄 의회에 제출돼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신(新)투자법’이 그 일환인데, 이 법은 중동 전체에서 가장 개방적인 투자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쿠르디스탄에는 아직 약간의 위험요소가 남아 있지만 수많은 외국 기업들이 쿠르디스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9월 수도 아르빌에서 열린 국제박람회에는 300개사가 넘는 국내외 기업이 참여했다. 박람회는 이라크 주둔 한국군 막사 가까운 곳에서 열렸는데, 아쉽게도 한국 회사는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제반 기회 놓치지 말라”

    쿠르디스탄은 한국 정부와 국민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기꺼이 병사들을 보내준 데 대해 감사하고 있다. 쿠르디스탄이 거대한 투자유치 기회를 갖게 된 것도 그 덕분이다.

    한국과 쿠르디스탄의 긴밀한 유대를 감안할 때 쿠르디스탄 정부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해 사업 전망을 논의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쿠르디스탄 정부는 여러 방면의 전문가로 구성된 고위 사절단을 9월30일 한국에 파견했다. 이들은 일주일간 산업체와 농업센터를 방문·견학했으며, 한국 국회의원들과 심도 있고 적극적인 토론을 벌였다.

    수차례의 토의 끝에 내린 결론은 한국과 한국 기업들이 쿠르디스탄의 이상적인 사업 파트너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이라크의 치안 상태가 불확실해 한국 기업들이 다소 주저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사절단은 쿠르디스탄이 이라크의 다른 지역에 비해 안전하다는 것을 거듭 설명했다. 사절단은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라크 신헌법은 이라크 각 지역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안보와 투자에 관한 한 이라크를 동질성을 가진 하나의 지역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 지역마다 독자적인 영역이 있는 것이다.

    이라크에도 런던, 마드리드, 이스탄불 그리고 카이로 못지않게 안전하고 안정적인 지역이 있다. 지난 2년간 쿠르디스탄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는 단 두 건에 불과하다. 앞서 언급한 도시들에서는 같은 기간 폭발사고가 더 많이 발생했다. 세계 여러 국가는 자국민에게 런던이나 마드리드·이스탄불·카이로를 방문할 때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 도시에 대한 투자를 막지는 않는다.

    이제 세계 주요 도시에서 바그다드를 경유하지 않고 곧장 쿠르디스탄 수도 아르빌로 오는 직항노선이 생겼다. 비자는 도착하는 대로 받을 수 있다.

    9월 유명한 ‘쿠르드의 살아 있는 불 합주단(Kurdish Living Fire Ensemble)’은 전주소리축제에 특별초대를 받았다. 합주단은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 앞에서 쿠르드 전통악기를 연주했고 내년에 다시 방문해달라는 초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쿠르디스탄 사절단은 한국 대표단이 쿠르디스탄을 직접 방문해 현지의 실상과 기회를 살펴볼 것을 제안했다.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그리고 학생들로 대표단을 구성하도록 건의했다. 쿠르디스탄은 한국 같은 위대한 나라가 쿠르디스탄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길 기대한다. 자원 면에서 쿠르디스탄은 제공할 것이 많은 나라이다. 한국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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