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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음식에 관한 47가지 진실’

오염돼 가는 식탁 ‘전격고발’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오염돼 가는 식탁 ‘전격고발’

오염돼 가는 식탁 ‘전격고발’
우리나라 40세 이상 남녀 10명 중 3명꼴로 비만’. 9월20일 모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다. 지난해 건강보험 가입자(686만여명)의 30.7%인 210만여명이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인 비만체질로 나타났다. 성인 남녀 10명 중 3명이 암,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의 주범으로 꼽히는 비만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비만의 일차적 원인은 ‘먹는 행위’다.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는 한국인도 비만의 제국으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먹는 행위’. 우리는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에 관해서 무엇을 알고 있을까? 거기엔 음식뿐만 아니라 곡류나 육류, 석유, 땅, 비료, 그리고 음식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 펼쳐지는 수많은 로비와 정부 정책이 숨어 있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음식에 관한 47가지 진실은 식탁이 어떻게 오염돼가는지를 고발한다.

먼저 저자는 미국과 유럽 각국의 정부 보조금 제도가 소규모 농장과 세계 경제를 죽이는 주범이라고 주장한다. “보조금은 대규모 농장에 지급되기 때문에 소규모 농장을 파산시킨다. 또 농작물을 과잉 생산, 헐값에 수출함으로써 이를 수입하는 나라의 농업 경제 또한 파산시킨다.” 선진국이 정말로 배고픈 저개발국가에 농산물 원조를 사심 없이 베풀까? 순수한 원조 뒤에는 종자, 비료·제초제 등 화학제품, 농업용 기계에 대한 저개발국가의 의존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결국 저개발국가는 원조로 인해 점점 더 빚을 지고, 빈곤의 나락으로 빠져든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미국 축산업자들은 오래전부터 소에 인공 여성호르몬 DES (디에틸스티베스트롤)를 주입해왔다. 살이 빨리 찌고 ‘마블링’이 잘되어 육즙이 풍부한 쇠고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 “심각한 부작용이 알려지면서 1980년대 이 호르몬제 사용이 금지됐지만 미국에서는 이를 대신한 다른 호르몬제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거기에 스테로이드도 투여하게 됐다. 가축도 여성호르몬이 많을 때 빠르게 살이 찌고, 스테로이드가 많을 때는 근육 성장이 빨라진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축산 농민의 생산성은 높아지는 것이다.”

햄버거, 콜라, 프렌치프라이 한 세트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시장 가격대로 하면 7.50달러다. 하지만 햄버거 세트는 현재 2.49달러에 팔리고 있다. 어떻게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할까.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가축사료와 설탕, 콩기름에 정부 보조금이 투입,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집약적 기업농이 농산물을 대량 생산한다. 그러나 땅에는 재앙이다. 집약적 기업농은 농약과 제초제, 비료를 대량 사용한다. 땅은 황폐해지고 각종 동식물 종을 멸종시켜 생태계를 위협한다. 하지만 각국 정부는 집약농에게 환경복구 비용을 부과하기는커녕, 보조금을 지급하고 집약 농업의 쓰레기 더미를 치우는 데 드는 비용을 일반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우리가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음식을 먹는 데 소비하는 시간은 깨어 있는 시간의 6분의 1을 차지한다. 식품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은 어린아이가 배워야 할 ‘삶의 핵심 기술’이다. 그러나 오늘날 음식에 관한 교육은 위생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아이가 맨 처음 배우는 것은 벌레가 들어 있는 음식은 먹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어린이들은 식품에 관한 정보를 자기 나름대로 습득한다. 문제는 그런 정보를 TV 상업광고를 통해서 얻는다는 데 있다. 수익 실현에 혈안이 된 기업들의 과대광고 홍수 속에서 아이들은 균형 잡힌 시각을 갖기 힘들다.

책은 이밖에도 설탕에 관한 진실, 식품 첨가제의 위험성 경고 등 광범위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거침없는 고발을 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사례가 다소 걸리긴 하지만, 수입 농산물로 채워진 우리 식탁을 생각하면 ‘음식은 정치적’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크레이그 샘스 지음/ 이경식 옮김/ 휴먼앤북스 펴냄/ 288쪽/ 1만원



주간동아 2005.10.04 504호 (p76~77)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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