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4

2005.07.19

여관 몰카에 찍힌 유령 … 그 정체는?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5-07-14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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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관 몰카에 찍힌 유령 … 그 정체는?
    ‘목두기 비디오’가 7월15일에 개봉된다. 2003년 가을에 인터넷을 통해 처음 공개된 작품으로 KBS 독립영화관에서도 방영되었다. 또 다소 모호한 성격의 속편도 나왔고, 심지어 모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이 작품의 진위 여부를 밝히는 기획까지 했던 걸 보면 극장 개봉이 늦어도 한참 늦었다고 할 수 있다. 솔직히 과연 이 작품이 영화관과 어울리기나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작품의 형식을 생각해보면 텔레비전 브라운관이나 컴퓨터 모니터 쪽이 훨씬 더 잘 어울린다.

    ‘목두기 비디오’는 보통 한국판 ‘블레어 위치’(The Blair Witch Project)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좀더 정확한 비유를 찾는다면 한국판 ‘블레어 위치의 저주’에 더 가까울 듯하다. 영화는 ‘블레어 위치’처럼 주인공들이 직접 겪는 경험을 그대로 전해주는 대신, ‘그것이 알고 싶다’나 ‘토요 미스터리’식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런 식의 가짜 다큐멘터리도 역시 처음은 아닌데, 그중 가장 유명한 건 BBC가 1992년 할로윈 데이 때 방영한 ‘고스트 워치’일 것이다. ‘고스트 워치’도 따지고 보면 ‘목두기 비디오’보다 ‘블레어 위치’ 식의 현장감이 더 강하긴 하지만.

    ‘목두기 비디오’의 설정은 한 여관에 설치한 몰래카메라에 우연히 유령 비슷한 것이 찍히자,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그 유령의 정체를 밝히려 한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건물주의 흔적을 따라 지방으로 내려가고 거기서 과거에 벌어졌던 끔찍한 살인사건과 마주친다. 하지만 유령은 누구이고, 왜 하필이면 살인현장이 아닌 여관에 나타나는 것일까?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친숙함에 있다. ‘블레어 위치’와 ‘고스트 워치’가 그랬던 것처럼, ‘목두기 비디오’도 관객들을 속이고 그들을 자극하기 위해 한국 관객들이 이미 친숙해져 있는 형식과 대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식 다큐멘터리 전개에서부터 지상파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단골 성우의 기용, 여관 몰카라는 설정까지, 이들이 다루는 도구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다루는 이야기 자체도 나쁘지 않다. 상당히 무서운 이야기이며 그만큼 절실한 비극이기도 하다.

    유감스럽게도 이 이야기가 모큐멘터리(모방 다큐멘터리)라는 형식과 그렇게까지 잘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엔 설정이 지나치게 인공적이고 진상에 접근해가는 추리 과정 역시 너무 수월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영화는 썩 좋은 공포 효과를 창출해낸다. 어정쩡하고 모호한, 자칭 유령 사진을 아무런 설명 없이 등장시킨 영화는 인터뷰와 사건 재현을 통해 그 흐릿한 이미지에 상당한 수준의 힘과 의미를 부여한다. 별다른 특수효과나 분장 없이 소박하게 구현해낸 ‘목두기 비디오’의 유령은 웬만한 할리우드 돌연변이 괴물보다 더 무섭다.





    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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