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8

2005.06.07

하룻강아지에게 물린 ‘돌부처’

  • 정용진/ Tygem 바둑 웹진 이사

    입력2005-06-03 1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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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룻강아지에게 물린 ‘돌부처’
    “이창호의 대마도 두 집을 못 내면 죽는다!” 세계대회 본선무대에 처음 나선 중국의 하룻강아지가 세계 최강인 이창호 9단을 물었다. 보란 듯이 대마를 잡아버리면서.

    천야오예(陳耀燁) 4단. 이제 16세에 불과한 이 소년은 중국기원이 한국을 타도하기 위해 키운 국가소년대 출신의 바둑 천재다. 동갑내기인 리저(李哲) 3단, 두 살 아래의 구링이(古靈益) 2단과 함께 ‘작은 3표범(小豹)’으로 불리는 비밀병기다. 중국 순위 1위인 구리(古力) 7단을 중심으로 한 선배 5소호(小虎)들보다 더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10년 이상 한국의 독주에 시달려온 중국은 20여명의 국가대표팀과 국가소년대 등이 속해 있는 집훈대에 40여명을 중국기원에서 합숙시키며 칼을 갈고 있다.

    이창호 9단의 2회전 침몰은 충격이다. 이창호 9단은 LG배에서 특히 강한 모습을 보이며 9회 대회가 치러지는 동안 우승만도 절반에 가까운 4회, 준우승 1회를 기록했고 나머지 4회도 모두 4강에 들었다. 지난 4월 후지쯔배에서 구리 7단에게 진 데 이어 연속 세계대회 예선 2회전 탈락이다. 달도 차면 기울고, 영원한 승자는 없는 법인가?

    흑은 집이 부족한 상태. 그런데도 흑1에 건너붙여 백4까지 한 점을 보태주고 있다. 이 수가 심모원려였을 줄이야. 흑1~5로 움직여도 백6이 있어 살기 어렵다. 이를 미끼로 흑7이 선수로 들면 위쪽 백 대마(쫔)가 A로 탈출하는 수단이 사라진다. 몸은 소년이나 수법은 노회한 노장이 아닌가.

    로 돌아가, 마침내 흑5로 대마에 칼을 들이댔다. 흑A B가 선수라 백6 쪽 탈출은 봉쇄된 상태. 천생 자체 삶을 꾀해야 할 상황인데 백8이 패착이었다. 이 소년 왈, 백C로 먼저 두어 D의 약점을 보았다면 잡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백10에 따냈으나 흑11로 단수치면서 결국 이 대마는 함몰되고 말았다. 189수 끝, 흑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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