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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교제 청소년 어찌하오리까

가정으로 돌려보내도 성매매 끊기 힘들어 … 보호시설도 적응 어려워 이탈 빈발

원조교제 청소년 어찌하오리까

원조교제 청소년 어찌하오리까

원조교제에 나선 청소년들의 대다수는 중학생으로, 이들 대부분은 빈곤, 가정해체, 가정폭력 등으로 인해 기댈 곳 없는 아이들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어린이날인 5월5일 오후 3시경 서울 수서동 서울시 여성보호센터에서는 ‘집단 탈주극’이 벌어졌다. 이 센터에 수용돼 있던 10대 소녀 9명이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철조망이 처진 담벼락을 넘어 달아난 것이다.

어린 ‘탈주범’들은 속칭 원조교제를 한 청소년들로, 경찰에 적발되어 경찰이나 부모의 보호 의뢰로 이 시설에 수용돼 있었다. 모두 14명이었는데, 이번에 9명이 도망가고 1명이 돌아와 5월10일 현재 6명만 남은 상태다.

그러나 이 같은 ‘탈주’는 여성보호센터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이다. 지난해 9월에는 3명이 담 밑을 파고 달아났으며, 4월에는 4명이 놀이동산에 놀러 갔다가 교사들의 눈을 피해 도망쳤다. 몸 건강한 것만도 감사할 일이란 걸 느껴보라는 취지로 아동환자 자원봉사에 나섰는데, 자원봉사를 마친 뒤 도망가는 일도 있었다. 조복연 소장은 “시설을 이탈한 청소년들 대부분은 다시 성매매 현장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8일 밤 우여곡절 끝에 서울 도봉구의 한 PC방에서 이번에 이탈한 두 명을 찾아냈어요. 벌써 몇 차례 성매매를 했는지 차림새가 딴판이더군요.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신고, 화장까지 진하게 해서 못 알아볼 정도였어요.”

원조교제 청소년들에 대한 보호 및 재활 정책이 사실상 전무하거나 거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많은 청소년들이 보호 및 재활 시설의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이 시설에 입소한 뒤에도 다시 성매매 현장으로 돌아가는 일이 빈번하다.



‘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원조교제 청소년들은 처벌 대상이 아닌 선도 및 보호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때문에 청소년의 성을 매수한 남성은 형사처벌되지만, 청소년들은 대부분 ‘훈방’ 조치로 보호자에게 인계되고 있다. 지난해 모두 1599명의 성매매 청소년들이 적발됐는데, 이중 85%에 해당하는 1360명이 가정으로 돌려보내졌다.

돈 쉽게 벌고 쉽게 쓰는 생활 익숙

그러나 관계 전문가들은 가정으로 보내진 청소년들 중 상당수가 성매매에서 손떼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가 학교를 다니거나 집에 머물면서도 얼마든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다시 가출하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이다. 원조교제 청소년의 상당수가 빈곤계층, 한 부모 가정에 속하거나 가정폭력 피해자인 점도 이들의 가출 빈도를 높이는 원인이다.

서울시 여성보호센터는 보통 중학교 졸업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하면 가정으로 돌려보내는데, 대부분 얼마 견디지 못하고 다시 가출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 소장은 “시각장애인인 아버지를 내버려두고 집을 나가 지금은 티켓다방에 있는 아이도 있다”면서 “90% 이상이 다시 성매매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형편이다 보니 조 소장은 5월5일 일을 계기로 서울시에 “원조교제 청소년 보호 사업을 포기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한 상태다.

경찰은 돌아갈 가정이 없거나 부모가 인계를 거부할 경우 원조교제 청소년들을 청소년 쉼터 등 보호시설에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이탈’은 흔한 일이다.

원조교제 청소년 어찌하오리까

서울 강남구 수서동 서울시 여성보호센터 본관 건물과 조복연 소장(위).5월5일 여성보호센터에 수용돼 있던 9명의 10대 소녀들이 3m 높이의 철조망 담을 넘어 시설을 이탈했다.

서울 개봉동 ‘새 날을 여는 청소년 쉼터’ 김선옥 관장은 “한 달 평균 서너 명의 아이들이 새로 들어오는데, 이중 한두 명이 하루 이틀 머물다가 나가버린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PC방에서 놀다가 궁해지면 원조교제를 하는 생활이 익숙하기 때문에 규칙을 지켜야 하는 쉼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 집창촌 여성들처럼 선불금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없어 원조교제 청소년들은 더욱 쉽게 원조교제 생활로 돌아간다.

‘의정부 청소년 쉼터’의 박현동 목사는 “알코올 중독자의 금단현상 같은 증세가 이들에서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쉽게 벌어 쉽게 쓰는 유혹을 끊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설명이다. 박 목사는 “2∼3년 전만 하더라도 패스트푸드점이나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원조교제에 빠져들었는데, 이제는 인터넷만 접속하면 성매매 제안이 넘쳐나는 환경 때문에 가출하자마자 성매매를 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나마 원조교제 청소년들의 보호 및 재활을 지원하는 시설조차 청소년 전문시설이 아니어서 한계가 많은 형편이다. 원조교제 청소년들은 주로 성매매여성 쉼터나 가출청소년 쉼터로 들어가게 된다. 이들 시설은 모두 검정고시나 직업훈련을 지원하고 있지만, 원조교제 청소년들의 특수성을 고려해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야 성매매 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청소년 지원시설과 일반 지원시설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5월5일 집단 탈주 사건이 벌어진 서울시 여성보호센터도 전문 청소년 보호시설이 아닌 부랑여성 보호시설이다. 10대 청소년들은 노숙자, 알코올중독자, 정신지체자 등 150여명의 부랑여성들과 한 건물에서 숙식하고 있다.

여성보호센터는 청소년들을 사실상 감금하고 있어 이들의 반발을 크게 샀다. 잦은 이탈의 원인도 감금 조치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 시설은 외부 학원에 다니거나 부모가 동행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출을 금지한다. 인터넷과 전화도 사용하지 못한다.

여성보호센터는 “또다시 성매매 현장으로 돌아갈 위험이 크기 때문에 외출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사실상 감금 ‘혜택’은 경찰이 받는 형국이다. 서울의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계 형사는 “가정으로 돌려보내거나 쉼터에 맡기면 가출해버려 참고인 조사가 불가능한 경우가 발생해 다 잡은 성매수 남성을 처벌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선 경찰서는 원조교제 청소년들을 여성보호센터에 맡기는 것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이 센터에서 만난 조민영(가명·16세) 양은 “별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 엄청 큰 죄를 지은 범죄자 취급받는 것 같아 기분 나쁘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5일 도망간 애들의 답답한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시설이 모두 성매매 특별법에 의한 지원이란 점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이들 청소년이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해 생계 수단으로 성매매에 나선 것이고, 미성년자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성매매 여성들과 같은 맥락에서 다루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이명화 센터장은 “여성부는 집창촌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재활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위원회가 원조교제 청소년 보호 및 재활을 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원조교제 청소년들 대부분이 가정해체, 가정폭력, 빈곤 등 종합적 어려움에 처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점을 모두 고려하여 새로운 인생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하는 특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과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역할모델이 되어줄 수 있는 조언자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이 센터장의 주장이다.

현재 청소년위원회 산하 청소년보호종합지원센터의 긴급구조팀은 원조교제 청소년들에게 위기 개입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서비스의 혜택을 받는 청소년들은 극히 일부다. 지난해 긴급구조팀은 100건 내외의 경찰서 상담을 했다. 지난해 경찰에 적발된 원조교제 청소년이 1599명인 것과 비교할 때 극히 일부의 청소년만 이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다. 청소년위원회 이경은 청소년성보호팀장은 “경찰에 적발된 원조교제 청소년 모두를 인계받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청소년성보호센터 등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적발된 원조교제 청소년들을 모두 이 센터와 연결해 각자에게 필요한 수준의 보호 및 재활 서비스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초 5명의 원조교제 청소년들을 대학에 입학시키는 등 가장 성공적인 원조교제 청소년 지원시설로 손꼽히는 ‘창원 여성의 집’ 정영화 부관장은 “궁극적으로는 보호나 훈육이 아닌 양육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많은 아이들은 가정해체, 가정폭력, 빈곤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려 성매매에 빠져듭니다. 나 때문에 누군가가 가슴앓이하며 애타게 찾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아이들은 제자리로 돌아오게 됩니다. 때문에 교사들이 저녁에는 퇴근해버리는 보호시설보다 24시간 아이들과 함께 먹고 자며 돌봐주는 ‘엄마 교사’가 있는 그룹홈 형태로 지원시설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주간동아 2005.05.24 486호 (p42~43)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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