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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실버 서비스 하나는 부럽네!

실버산업 현장 탐방 … 시설·장비·프로그램 하나하나에 노인 위한 배려 ‘실감’

일본 실버 서비스 하나는 부럽네!

일본 실버 서비스 하나는 부럽네!

고무풍선을 가지고 운동하고 있다.미나미센주 주간보호 시설 별관인 도예실에서는 노인들이 주물(틀)에 진흙을 부어 모양을 만든 뒤 손질해 색칠한 다음 구워내는 작업을 한다. 도예는 노인들이 목욕 다음으로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도쿄에 있는 노인종합연구소는 그룹 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3월8일 김포공항에서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1시간40분 만에 도착한 하네다 공항. 공항에 내리자마자 필자는 ‘일본이 왜 노인 천국인지’를 알 수 있었다. 하네다 공항 국제선 청사 1층 화장실을 나오는데, 70세가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제복을 입은 채 화장실 청소용구를 실은 카트를 밀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집에서 쉬거나, 경로당에서 소일할 연세인데 말이다. 필자의 이 같은 놀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니포리 도키와 호텔에서는 70세 가까운 할머니가 하우스 키핑(방 청소 및 정리 업무)을 하고 있었다. 일본이 노인 천국인 이유는 노인이 많고 복지가 잘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인들의 경제활동이 왕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일본은 노인(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7%(약 2200만명)를 넘어선 ‘고령 사회’다. 우리나라는 인구의 약 8%(약 400만명)가 노인이다. 일본 노인 인구는 우리나라의 여섯 배쯤 되는 셈이다. 또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2003년 기준으로 4조3264억 달러로 우리나라(6053억 달러)의 일곱 배가 넘는다. 노인 인구수와 경제력만을 놓고 봐도 일본은 우리의 예닐곱 배나 되는 대국이다.

젊은층과 노인 함께 사는 실버타운 ‘이채’



우리나라와 일본 간 경제·사회 규모의 차이는 실버 서비스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3년째 실버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콜시터 대표이사 황현숙 씨는 일본의 실버 시설과 실버 박람회를 둘러본 뒤 “실버산업이 걸음마 단계인 우리에 비해 일본의 실버산업은 매우 활성화돼 있는 것 같다”며 “일본의 경제력과 민간 자본의 힘을 느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최근 들어 급속하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부는 미처 이에 대비하지 못했고, 민간의 역량마저 미흡해 ‘고령화 쇼크’의 초기 국면에 맞닥뜨려 있다.



필자가 3월9일 방문한 도쿄 니포리의 커뮤니티하우스는 우리나라에 없는 시설로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복합 실버타운’ 정도가 될 것 같다. ㈜생활과학운영이 2004년 6월 준공한 커뮤니티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은 노인과 젊은 세대가 같은 건물에서 함께 산다는 것이다. 12층으로 된 이 시설은 젊은 세대들이 모여 사는 ‘컬렉티브 하우스’(2~3층), 보살핌이 필요한 노인들을 위한 ‘시니어 하우스’(4~6층), 자립 생활이 가능한 노인들을 위한 ‘라이프 하우스’(7~12층)로 이뤄져 있다. 시설 견학을 안내했던 구리하라 씨는 이 시설에 대해 “일본에서도 최근에야 시도되고 있는 실험적인 개념의 복합 실버타운”이라며 “노인들을 위한 쾌적하고 편리한 공간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젊은 일반 세대와의 공동 주거를 통해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노인 편의와 공동체적 유대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젊은 세대와 노인들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이라는 개념은 1층에 자리한 보육원에서 잘 나타났다. 1세대인 노인들, 2세대인 젊은이들, 그리고 3세대인 어린이들이 한 건물에서 어울리며 살아가도록 설계한 것 자체가 감동에 가까운 흥분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생겼다. 노인들이 많이 사는 건물에 젊은 세대가 들어올까, 또 어린이들을 그 보육원에 보낼까. 그래서 물어봤다. 돌아온 답변은 필자의 예상을 깼다. 컬렉티브 하우스 28가구 중 23가구가 입주해 있고, 나머지 집도 곧 입주가 이뤄질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구리하라 씨는 “노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고 해서 특별한 거부감은 없다”며 “이웃과의 친교를 소중히 여기고, 즐겨하는 사람들이 입주한다”고 말했다. 보육원은 원하는 어린이들을 다 받지 못할 정도란다.

일본 실버 서비스 하나는 부럽네!

미나미센주 주간보호 시설 욕실에는 휠체어를 탄 채 욕탕에 들어갈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해두고 있다. 시설 관계자가 바퀴와 휠체어 아랫부분은 남겨두고, 앉는 부분과 등받이만 분리해 욕탕에 들어가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위) 미나미센주 주간보호 시설은 넓은 공간 한쪽에 침대들을 배치, 노인들이 안정과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월 관리비가 9만4000엔(약 89만원) 하는 라이프 하우스는 52실 중 42실이 차 있고, 월 관리비 10만4000엔(약 99만원)의 시니어 하우스는 전체 45실이 다 찼다. 입주 때 내는 종신 이용권은 평수에 따라 2600만엔(약 2억5000만원)~4000만엔(약 3억8000만원)이다. 10년이 넘으면 이용권 대금은 반환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살 수 있다. 그리고 10년이 안 돼 나갈 경우에는 정산해 일부를 돌려준다. 감가상각 개념이 적용돼 있는 종신 이용권은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보증금 제도(우리나라의 일부 실버타운은 감가상각을 적용하고 있기도 하다)와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노인들을 위한 월간 단위의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운영하고 있었다. 주요 프로그램은 ‘시네마 살롱’이라는 영화 상영 프로그램이 월 2회, 꽃꽂이 월 1회, 기공 월 4회(참가비 월 1000엔), 출장 미용 월 1회(커트 1000엔) 등이었다.

자립 생활이 가능한 노인들이 사는 라이프 하우스의 901호실을 방문했다. 1층 프런트와 바로 연결되는 긴급 버튼이 거실, 화장실, 욕실 등 세 곳의 벽에 설치돼 있었다. 잘못 눌렀을 경우에는 30초 이내에 다시 누르면 호출이 취소된다. 싱크대 옆의 조리용 가열기구는 가스가 아니라 전자 가열 방식이었는데, 앞쪽의 두 개 조리대는 노인들의 화상을 막기 위해 뜨거워지지 않게 설계돼 있었다. 기술력과 세심함의 조화가 눈부실 정도였다.

침실과 거실의 붙박이장 천장에 설치된 화재 감지기와 스프링클러는 일본 사회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일본에서는 유료 노인 시설의 경우 화재 감지기와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화장실 문은 여닫기 쉽도록 미닫이문이고, 문턱이 없으며, 넓이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충분했다.

노인들 신체 상황 따라 주거공간 구분

보살핌이 필요한 노인들이 사는 시니어 하우스의 화장실은 휠체어를 탄 노인과 보조자가 함께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넓었고 구조도 깔끔했다. 시니어 하우스는 층별로 기거하는 노인들이 다르다. 4층은 신체 부자유 노인, 5층은 치매 노인, 6층은 허약 노인에게 배정돼 있었다. 5층의 엘리베이터 상·하행 버튼은 다른 층과 달리 각각 2개씩 설치돼 있다. 치매 노인의 특성을 배려해 세로로 연달아 붙어 있는 상행 버튼 2개 또는 하행 버튼 2개를 눌러야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안전을 위해서다. 5층의 치매 노인용 식당에서는 직원들이 노인들과 함께 식사하도록 하고 있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도쿄 아라카와구 미나미센주에서 사회복지법인 성풍회가 운영하는 ‘특별노인요양센터’는 1층에 주간보호 시설을 두고, 2~14층은 노인 요양 홈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필자는 1층의 주간 보호 시설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는데, 이 시설은 일본에서 2000년부터 시작된 개호보험의 적용을 받고 있다. 하루 6시간30분의 주간 보호료는 노인 등급에 따라 5167엔(약 4만9000원), 6582엔(약 6만3000원), 9690엔(약 9만2000원)이다. 이중 10%만 이용자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보험금으로 처리된다. 참고로, 우리나라 정부는 2007년에 일본의 개호보험과 같은 장기요양보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아라카와구의 경우 개호보험을 시행한 뒤 11곳의 주간보호 센터가 10곳이 더 늘어 현재 21곳이나 된다.

화장실 문도 사용 편하게 미닫이로

이 주간보호 시설의 정원은 40명인데 하루 35명가량이 이용하고 있었다. 노인들의 신체적정신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능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시설 관계자는 “노인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목욕, 도예, 노래방 순”이라고 귀띔했다. 좌석 겸용 보행기는 스웨덴 제품을 쓰고 있었고, 다리 펴기 운동 등을 할 수 있는 고무 밴드도 활용하고 있었다. 노인들의 식판을 보관하고 나르는 식당의 카트는 식판 왼쪽과 오른쪽을 나누는 분리대를 설치해 식판 왼쪽에 놓이는 음식은 냉장, 오른쪽은 온장이 돼도록 하고 있었다. 얼마나 섬세한지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 실버 서비스 하나는 부럽네!

게이세이 그룹이 운영하는 지바현의 미라마레 호텔 롬 도어(왼쪽). 휠체어를 이용하는 노약자를 위해 룸 안쪽에 낮은 걸쇠가 하나 더 있고, 문에는 바깥을 내다볼 수 있는 구멍도 뚫려있다. 미라마레 호텔의 1층 프런트 모습. 프런트에 노약자들을 위해 따로 마련한 낮은 접수대가 있다.

주간보호 시설의 현재 가동률은 80%로 현 수준에서 자립적 운영이 가능하지만, 내년에는 85% 수준으로 가동률을 올릴 계획이라고 했다.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하면서도, 비즈니스 원리를 적용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일본 방문길에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은 일본어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장애물이 없는) 호텔 두 곳이었다. 지바현에 위치한 미라마레 게이세이 호텔은 전체 176실 중 2실을 유니버설 룸(universal room·일반인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룸)으로 두고 있었다. 유니버설 룸에는 난청 노인을 위해 수화기 음량을 높여주는 어댑터를 따로 갖춰놓고 있었다. 화장실문은 여닫기 편하도록 미닫이문으로 돼 있었고, 화장실 내에는 고정 손잡이 외에 탈착이 가능한 간이 손잡이 두 개를 욕조 머리맡에 설치해놓았다. 화장실 욕조 바깥쪽과 반대편 벽과의 거리를 1.5m로 넓게 설계해 휠체어를 회전할 수도 있도록 했다. 또 침대 높이도 일반실 침대는 바닥에서 매트리스 윗면까지가 52cm인 데 비해 7cm 낮은 45cm였다. 침대에 오르내리기 쉽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또 유니버설 룸이 있는 복도 13층 엘리베이터는 상·하행 버튼 세트가 두 개로 돼 있어서 아래 버튼을 누르면 두 대의 엘리베이터 중 지정된 1호 엘리베이터가 내려온다. 그리고 그 경우 문이 열려 있는 시간이 다른 엘리베이터보다 1.5배 길도록 조정돼 있었다.

도쿄 신주쿠의 게이오 플라자 호텔의 경우, 잘 듣지 못하는 노인들을 위해 밖에서 초인종을 누를 경우 천장의 등이 깜박이도록 해놓았고, 취침 시 방문에 대비해 침대에 진동 기능까지 두는 등 최대한의 배려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호텔 내 병원(클리닉)을 노인 및 장애자 층인 30층에 두고 있는 것에는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에 한 사회학자는 “그 나라가 선진국인지 여부는 노인과 여성 등 약자에 대한 배려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복지 차원의 배려, 비즈니스 차원의 서비스 등 일본은 실버 부문에서 확실한 선진국이었다.





주간동아 2005.03.29 478호 (p56~58)

  • 윤순환/ 실버칼럼니스트 coolman9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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