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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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유미리, 그녀의 사생활을 공개하다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입력2005-01-20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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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유미리, 그녀의 사생활을 공개하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성의 누드를 보는 것만큼이나 가슴 떨리는 일이 아닐까.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일기를 훔쳐볼 수 있다면, 어쩌면 그것은 그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씨가 쓴 ‘그 남자에게 보내는 일기’(동아일보사 펴냄)는 흥미롭다. 저자는 2001년 11월부터 2002년 12월까지의 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작가로서, 어머니로서, 그리고 한 여성으로서의 삶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때론 고단하고 때론 흥겨운 하루하루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2002년 6월18일. 아들을 재우고 한·일월드컵 한국 대 이탈리아 후반전을 보고 ‘8월의 저편’을 계속해서 쓴다. 일본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니라고, 공식적으로는 발언하면서도 일본전은 놓쳐도 한국전은 거의 모든 시합을 보고 있다는 사실로 보건대 역시 나는 한국인인가 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은 내게 심판대가 된다.”

    “10월4일. 처음이 아니었다. 34년 동안 살면서 네 번째다. 첫 번째는 고등학교에서 퇴학 처분을 받았던 16세 때, 두 번째는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이 접수되어 그 후 지방재판소에서 재판을 받던 26세 때, 세 번째는 당신이 내 앞에서 모습을 감춘 31세 때.”

    저자는 일기와 인연이 깊다. 자신이 작가가 된 결정적 계기가 일기였다고 할 정도다. 작가가 되기 전 연극배우였던 저자는 연출가한테서 “당신은 쓰는 재능이 있다. 일기장 한 권을 극장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빛을 비추어 드라마를 만들어봐라”는 권유를 받는다. 저자는 이 일을 계기로 정말 작가가 됐고, 일기를 권했던 연출자 히가시 유타카와는 연인으로 발전한다. 유타카는 2000년 식도암으로 세상을 떠나는데 이 책 제목 속의 ‘그 남자’가 바로 유타카다.



    일기는 개인에게 가장 소중한 삶의 기록이며 문학이다. 특히 유명 작가의 일기는 한 편의 정제된 문학작품처럼 많은 감동을 안겨준다. 유미리씨의 ‘그 남자에게 보내는 일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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