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5

2004.12.23

부킹 청탁 예사 … 엄포·폭력까지

  • 이종현/ 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입력2004-12-16 18: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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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최근 관행처럼 여겨온 특권층에 대한 골프장 관련 특혜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골프장들은 그동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골프장 입장료(그린피)와 예약(부킹)에서 특권층에게 혜택을 줬다. 국회의원과 장관, 차관, 고위 법관, 언론인 등에게 입장료를 깎아주고 주말 예약을 우선적으로 해줬다.

    그런데 골프장들이 한국골프장경영협회를 통해서 특혜를 없애겠다는 보도자료를 내보내자 일부 인사들은 ‘난 혜택받은 일도 없는데 왜 매도하느냐’며 언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사실 골프장만큼 특권층이 혜택을 누리는 곳도 없을 것이다. 오래 전부터 골프장은 특권층의 청탁에 시달려왔다.

    얼마 전 S골프장을 방문한 한 정치인은 인-아웃코스에서 의전은 물론이고 라커룸과 목욕탕 식당을 별도로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모 의원은 건방지다며 골프장 직원을 폭행하기도 했으며, 어떤 의원은 골프장 로비에서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또 모 방송국 기자는 K골프장에서 부킹을 해주지 않는다며 카메라를 들이대고 협박까지 했고, 모 일간지 사회부장은 A골프장에서 제대로 회원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며 해당 골프장의 비리를 캐라고 지시한 적도 있다.

    B골프장에서 검사, 언론사 간부, 국회의원, 부장판사가 한 팀이 돼 골프를 쳤을 때의 일이다. 라운딩을 마치고 로비에 앉아 담소를 나누기만 할 뿐 누구도 계산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프런트 직원이 “손님 계산해주십시오”라고 하자 이들은 서로 얼굴만 바라봤다. 우여곡절 끝에 언론사 간부가 계산하면서 “망신을 줬다”며 책임자를 불러 항의까지 했다.

    골프장은 주말 부킹의 10% 정도를 특권층용으로 빼놓는 경우가 많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골프장에는 먼저 부킹해주는 직업별 목록까지 있었다. 관할 파출소, 소방서, 인근 부대 등도 부킹을 해줘야 하는 주요 기관에 속한다. 부킹을 해주지 않으면 골프장 앞길에서 음주측정을 하거나 소방 관련 지적사항이 쏟아지고, 인근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과거보다 ‘억지 부킹’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부킹 잘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뼈 있는 농담’은 여전하다. 분명한 사실은 특권층이 누리는 혜택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수억원의 돈을 주고 회원권을 구입한 사람들이 피해를 봐선 안 된다. 타이거 우즈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마스터스오픈이 열리는 오거스타GC에 예약하지 않고 갔다가 골프를 치지 못한 일화가 전해진다. 미국의 원칙주의가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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