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4

2001.12.20

수만 관객 웃기고 울리는 ‘경마 심판’

  • < 황일도 기자 > shamora@donga.com

    입력2004-12-13 14: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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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만 관객 웃기고 울리는 ‘경마 심판’
    문제 하나. 간발의 차이로 2등을 달리던 경마 기수가 결승선 앞에서 손을 쭉 내밀어 선두마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면 누구의 승리일까.

    한국마사회 경마팀의 착순 담당 권태록 과장(36)의 말에 따르면 정답은 No. “무조건 말의 콧등을 판별기준으로 삼습니다.”

    경주 때마다 초고속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말들의 도착순위를 매겨 발표하는 것이 권과장의 임무. 경기도 과천에 있는 서울경마공원 관람대 6층 사진실이 그의 일터다. 하루 570억원, 경주당 50억원이 넘는 돈이 그 판정 결과에 따라 오간다. 원형경기장을 가득 메운 채 그의 결정을 지켜보며 엇갈리는 희비를 경험하는 관객만 하루 평균 4만명. TV를 통해 전국마사회 지사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까지 합치면 13만명이 넘는단다. 이쯤 되면 대통령 부럽지 않은 ‘주요 결정과제 담당자’다.

    “부담이 많죠. 1000분의 1초까지 정밀하게 판정할 수 있는 장비를 갖췄지만 그래도 판정에 애먹는 경주가 자주 생기거든요.” 지난 10월 흑백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장비를 바꾼 뒤에는 판별 사진을 그대로 전광판에 공개한다. 덕분에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거의 사라졌다고.

    주말에 큰 경기가 몰려 있는 까닭에 그의 휴일은 화요일이다. 일요일에 식구들과 시간을 보낸 게 언제인지 모른단다.유치원에 다니는 두 아이도 아빠와의 나들이를 위해 간혹 결석한다고. “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애쓰는 것밖에 길이 없지 않느냐”며 웃어 보이는 직장생활 10년차. 가슴 한구석에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숨어 있지만 일터에서는 늘 최선을 다하는 ‘대한민국 평균 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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