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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플|메가와티 인도네시아 대통령

수카르노 후광…‘대권 쟁취’한 민주 여전사

수카르노 후광…‘대권 쟁취’한 민주 여전사

수카르노 후광…‘대권 쟁취’한 민주 여전사
7월23일 인도네시아의 제5대 대통령으로 전격 취임한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54) 부통령은 이제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대통령궁으로 돌아가게 된다.

메가와티 대통령의 아버지인 국부(國父)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이 16년 간의 통치 끝에 수하르토 장군의 쿠데타로 권좌에서 물러난 게 1966년. 당시 19세의 어엿한 숙녀인 메가와티는 45년이 지난 지금 국가를 책임지는 ‘대모’로서 대통령궁에 재입성한 것이다. 사실 ‘수카르노푸트리’라는 말도 ‘수카르노의 딸’이라는 뜻이다.

메가와티가 정치에 눈뜬 건 1983년 민주당(PDI)의 자카르타 지부장으로 일하면서부터. 그가 입당한 뒤 82년 총선에서 PDI의 지지율은 6%에 지나지 않았으나, 87년 총선에서 11%, 92년에는 15%로 급등했으며 이를 발판 삼아 93년 메가와티는 당 총재에 선출되었다.

이어 95년 4월 PDI의 ‘98년 대선후보’로 뽑힌 그는 수하르토 독재정권하에서 민주화 투쟁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식민 수탈의 대상인 인도네시아 서민층에게서 절대적 신임을 얻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수십 년 계속 되는 경제위기의 가장 큰 피해층인 서민층이 그의 정치적 지지 기반을 형성했다. 30년 동안 철권통치를 해온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98년 5월 물러나고, 다음 달 치른 총선에서 메가와티 여사의 민주투쟁당(PDIP)은 34%의 지지로 원내 제1당으로 부상한다.

하지만 그는 그해 10월 여당 후보가 빠진 채 치른 국민협의회(MPR) 대선에서 압두라만 와히드 국민각성당(PKB)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1000만 명의 세계 최대 회교국. 범이슬람권과 구여당인 골카르당, 군부로 대표되는 MPR 내 보수 기득권층은 기독교도와 화교, 민주화 세력에 바탕을 둔 메가와티 여사의 대통령 선출에 불만을 가진 것이었다. 그러나 메가와티 여사는 곧바로 부통령직에 출마, 당선됨으로써 와히드 대통령의 국정 파트너가 됨과 동시에 차기 대권을 예약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메가와티 신임 대통령은 반둥대 재학시절부터 민족학생운동에 가담하는 등 아버지의 투사적 기질을 그대로 빼닮았다는 평가를 많이 들어왔다. 민주세력을 이끌면서 수하르토의 하야를 이끌어내는 등 뚝심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보기와 달리 카리스마가 있고 결정적인 고비에서 기다릴 줄 아는 정치적 감각도 갖췄다는 것이다. 물러난 와히드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했지만 ‘대권 쟁취’ 가능성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지난 4월부터 정쟁을 격화하며 대통령 탄핵의 선봉에 섰다.

반면 선친의 후광만 업었을 뿐 단순하고 과감하지 못해 대통령감으로는 모자란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토론을 싫어하고 언론을 기피해 공인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 부각에 실패했다는 얘기다. 한 정치분석가는 “메가와티는 국가 경영에 관한 전략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 중에는 그가 통이 크지 못하며 정치·경제·안보 문제를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메가와티 체제는 일단 가시밭길을 걸을 전망이다. 군부와 여야의 초당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탄핵으로 축출된 와히드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인 이슬람교도들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국 안정, 경제 회복 책임 무거운 발걸음

아체, 이리안 자야 주의 분리독립운동 해결과 경제회복 문제는 가장 시급한 국가적 현안이다. 일단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각종 개혁 프로그램을 신속히 집행하고 고질적인 치안 불안을 해소해 외국인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군부 지도자들과 정기적인 만남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군부의 지나친 영향력 확대와 함께 그가 분리독립운동 지역에 군대를 투입해 강경 진압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많은 부패 의혹에 연루된 사업가 남편 타우피크 키에마스로 인해, 뇌물로 얼룩진 관료제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국 안정과 경제 회복을 동시에 이뤄내야 하는 메가와티 대통령의 어깨가 한없이 무거울 것 같다.



주간동아 2001.08.02 295호 (p8~8)

  • < 이종훈/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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