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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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육담 진짜 야하구만!

  • 입력2005-05-26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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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육담 진짜 야하구만!
    지금부터 걸쭉한 육담을 시작하겠으니 귀를 세우고 들어주기 바란다. “금강산 일대 사람들은 예로부터 땅벌을 땡삐라고 부르고 있다. …한 농부가 장을 보러 가려고 고개를 넘어가다가 길가 숲에서 오줌을 누게 되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오줌을 눈 자리에 땡삐의 둥지가 있었다. 뜻밖에 오줌벼락을 맞은 성난 땡삐떼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농부가 쥐고 있던 털방치끝을 사정없이 쏘아댔다. 놀란 농부는 늬ㅇ큼 뛰면서 땡삐떼를 피하느라 도망을 쳤지만 땡삐에게 쏘인 쟁기는 삽시에 퉁퉁 붓고 저렸다. …물찜질을 하느라 부산을 피우기보다는 안해의 따뜻한 조개 우물 속에 잠그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농부는 찜질을 하고나니 아픔이 좀 멎는 것 같아 겨우 잠이 들었다. …뙤탕을 열고 내다보니 안해가 정화수 한 그릇을 떠놓고 정성껏 빌고 있었다. ‘땡삐님, 우리 주인을 한번만 더 쏘아주소서. 굵기는 그만하면 되였으니 길이만 더 늘씬하게 늘여주소서.’ …오늘도 금강산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전하면서 오줌은 아무데서나 누지 말라고 일러주고 있다.”

    금강산 사람들이라면 누군가. 바로 북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북한 말투 그대로 엮은 옛 이야기를 현암사가 펴냈다. ‘야담삼천리’는 북한 사회과학원 민족고전연구소가 ‘용재총화’ ‘태평한화’ ‘어우야담’ ‘청구야담’ ‘속어면순’ ‘어수록’ 등 30여종의 고문헌에 한자로 수록돼 있는 옛이야기 가운데 흥미롭고 교훈적인 것을 900여 편 골라 우리말로 번역하고, 민간에서 전해오는 야담 몇 편을 섞어 총 10권으로 엮은 것이다.

    96년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로 전래동화의 중요성을 알렸던 현암사측은 ‘야담삼천리’를 북한사회과학원과 동시출간하기로 계약을 맺고, 지난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남북한이 나란히 이 책을 전시했다.

    붉은 표지에 세로의 붓글씨체 제목, 간간이 곁들여진 옛날식 삽화에서 북한 냄새를 물씬 풍기는 이 책은, 원고와 삽화(제목 서체 포함)는 북한에서 디스켓에 담아 보냈고 책 편집과 제작은 한국에서 했다. 또 원문의 해학과 풍자를 충실하게 재연하기 위해 북한 ‘조선말대사전’ 표기법을 따른 것이 육담의 맛을 더해준다. 자, 또 다른 야한 이야기로 얼굴 한 번 붉혀보자.

    “열너댓살 잡히자 부모는 처녀를 시집 보내려고 혼인날까지 받아놓았다. 어느날 이웃집 젊은 사내가 농을 걸며 수선을 떨었다. ‘네가 며칠 안 있으면 시집을 간다지. 그런데 사내와 같이 자는 법을 미리 익혀두지 않았다가 갑자기 신랑을 만나서 어쩔 셈이냐. …녀자는 사내와 노는데서 여섯 가지 묘미를 갖추어야 하는 거야.’ …빠듯이 들어가는 좁은 구멍 첫째요, 동지섣달 온탕천 따스하기 둘째고, 자근자근 씹어주는 물어주기 셋째면, 요리조리 엉뎅이짓 요분질이 넷째요, 너무 좋아 숨 넘어간다 소리치기 다섯째, 가죽방아 요맛이야 얼른하기 여섯째….”



    이쯤 하면 북한의 민족통일여성위원회 이지숙 위원장이 이 책의 원고를 건네주면서 했다는 말, “웃으면서 통일합시다”의 의미를 저절로 알게 된다. 물론 온통 야한 이야기로만 채워진 것은 아니다. 첫편 ‘김안국’은, 아무리 가르쳐도 글자를 익히지 못해 부모로부터 내쫓긴 판서 대제학의 큰아들 안국이, 똑똑한 아내 리씨의 도움으로 글공부를 하고 장원급제해서 효도한다는 줄거리다. 이야기 말미에는 이런 교훈이 첨부돼 있다.

    “무릇 도덕에 밝지 못한 사람이나 문리가 트이지 못한 사람은 모두 빈집의 닫긴 대문격이건만, 세상에 열린 옆문으로 들어가 닫긴 대문을 여는 사람이 몇몇이나 될고. 그래서 문장과 도덕에 밝은 사람을 얻기 어려운 것이리라.”

    그들도 우리처럼 술 한 잔 돌면 자연스럽게 터져나오는 ‘야한 이바구’가 있고,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고 교훈 삼아 들려주는 선인들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55년 분단의 거리감이 한결 좁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야담 삼천리/ 북한 사회과학원 엮음/ 현암사 펴냄/ 256쪽/ 7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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