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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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의 감동적 ‘성공시대’

  • 입력2005-06-2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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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혼모의 감동적 ‘성공시대’
    ‘성공시대’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성공했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인물들의 인생을 ‘성공’의 관점에서 재조명해온 이 프로그램은 97년 11월 시작해 지금까지도 평균 15, 16%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금은 어느 재벌그룹 회장, 기업체 사장, ○○대표 등의 이름을 달고 떵떵거리면서 사는 사람들이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해서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됐는가 하는 이런 류의 이야기가 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걸까.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이유는 성공지상주의를 내세운 성공담이 아니라, 성공의 과정 속에 배어 있는 인간의 땀과 눈물을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절망의 밑바닥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을 길어올리는 이들의 성공 과정을 지켜보다보면 고단한 삶에 지친 우리의 어깨에도 어느새 힘이 들어가고, ‘나는 어떻게 살아왔나’ 하는 반성과 함께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 바로 이 프로의 장점이다.

    영화를 봐도, 유독 그런 이야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름하여 ‘감동적인 휴먼 스토리’. 영화 기술의 발달로 눈이 휘둥그래지는 볼거리로 치장하고, 심지어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영화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고난을 극복하고 성공에 이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계속 영화로 만들어질 것이다. 또한 이런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고난에 함께 가슴아파하고 역경 끝에 성공한 그(그녀)에게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 역시 계속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위대한 인물의 잘 알려진 성공담’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사실 ‘보통 사람들의 숨은 성공담’이다. 영화 ‘노블리’의 주인공 노블리(나탈리 포트먼) 역시 딸 하나를 두고 사진작가로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

    5년 전, 17세의 노블리는 가수를 꿈꾸는 건달의 아이를 임신하고 그와 함께 캘리포니아로 떠나기 위해 자동차 여행길에 오른다. 다섯살 때 부모에게 버려져 가족이라는 이름을 가져보지 못한 그녀는 태어날 아기에게 좋은 가정을 만들어주고픈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여행 도중 오클라호마의 ‘월마트’에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남자 친구의 낡은 자동차는 사라져 버린다. 생전 처음 와보는 곳에 혼자 남겨진 노블리. 손안에는 단돈 5달러55센트와 폴라로이드 카메라 한 대가 전부. 가진 것도 머물 집도 없는 그녀는 할 수 없이 ‘월마트’에 숨어 살기 시작한다. 월마트의 음식과 물건들을 빌리며(?) 하루 하루를 연명하던 어느 날 밤, 드디어 아이를 출산하게 된다. ‘월마트 베이비’를 출산한 노블리는 순식간에 유명해지지만, TV를 보고 찾아온 엄마는 지원금을 챙겨 달아나 버리고, 그녀는 다시 혼자가 된다.



    상처뿐인 그녀를 감싸준 이들은 마을의 별난 이웃들. 우연히 만난 친절한 ‘시스터’(수녀), 거침없는 성격의 명랑한 간호사 ‘렉시’(애슐리 주드), 그리고 사진작가 ‘모세’…. 가족과도 같은 따뜻한 사랑을 나눠주는 이웃들의 우정 속에 노블리는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자신감과 자부심을 지닌 강인한 여성으로 다시 태어난다.

    영화에서 기막히게 불쌍한 미혼모 노블리의 이야기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결코 가족이 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들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다. 언뜻 불행한 인생으로 비칠 수도 있는 이들은 따뜻한 심성과 솔직함, 그리고 삶의 기쁨을 나눌 줄 아는 지혜로 노블리의 눈물과 고통을 넉넉히 감싸준다. 삶의 온갖 가시덤불에도 굴하지 않는 여성의, 그리고 어머니의 아름다운 성공에 박수를 보내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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