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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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의 새로운 해석… 보는 재미·읽는 재미 “동시에”

  • 김현미 khmzip@donga.com

    입력2005-07-21 13: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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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성두씨(41·서울대 미학과 강사)는 강의가 없는 날이면 온종일 집에서 공부하고, 번역하고, 글 쓰는 일에 매달린다. 매일 운동을 하는 이유도 글쓰기를 위해서라 할 만큼 저술작업에 학자로서 일생을 걸었다. 특히 그가 관심을 두는 것은 원전번역. 돈도 되지 않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지만, 학술번역이야말로 학문이 발전하는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94년 독일 쾰른대 철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뒤 한눈 팔지 않고 글쓰기에 매달린 덕분에 그는 다산의 작가가 됐다. ‘문명 속으로 뛰어든 그리스 신들’(사계절 펴냄·공저), ‘보티첼리가 만난 호메로스(한길사), 그리고 최근 ‘천국을 훔친 화가들’(사계절) 등 세 권의 책을 썼고 ‘도상학과 도상해석학’(사계절) ‘정치적 풍경’(일빛) ‘알베르티의 회화론’(사계절) ‘예술의 재발견 시리즈’ 전8권(마루) ‘피지올로구스’(미술문화) ‘예술가의 전설’(사계절) 등 결코 쉽지 않은 번역작업을 마쳤다. 지금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회화론’을 번역중이다.

    이번에 쓴 ‘천국을 훔친 화가들’은 르네상스 시대 성화에 담긴 숨은 의미를 파악해 보는 작업이어서 흥미롭다. 단순히 성서적 관점에서 그림을 보는 게 아니라, 종교화의 기능과 역할, 회화적 관례와 사회적 제약, 예술적 창의와 교회의 감독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며 새로운 미술론을 실험하는 화가들의 고심을 독자들에게 설명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알브레히트 뒤러와 루카스 크라나흐가 그린 ‘아담과 하와’를 비교해 보자. 저자는 뒤러가 수학에 기반한 비례론의 과학으로 아담과 하와를 그렸다면, 크라나흐는 아담과 하와를 통해 관능을 뿜어내는 인체, 즉 인간의 알몸을 그리려 했다고 말한다. 아담과 이브의 ‘낙원추방’ 장면도 화가마다 성서를 달리 해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창세기 3장23절에는 하느님이 이들을 에덴동산에서 “내보내셨다”로 돼 있으나, 같은 장 24절에는 ‘내쫓으셨다”로 기록돼 있다. 마사초의 ‘낙원추방’에는 천사가 손을 뻗어 문 밖을 가리키는 것으로 ‘내보내심’을 묘사했다. 같은 장면을 미켈란젤로는 불의 칼을 휘두르며 아담을 위협하는 것으로 ‘내쫓다’는 쪽에 의미를 두었다. 성화의 새로운 해석과 함께 올 컬러 도판이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를 한꺼번에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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