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7

2000.06.08

스케일 큰 ‘로마인 대서사시’

  • 입력2005-12-23 1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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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면 어김없이 볼 수 있는 ‘초특급 스펙터클’이라는 영화포스터의 진부한 광고문구가 전혀 무색하지 않은 영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 ‘글래디에이터’는 드림워크스가 제작비 1억 달러를 들여 만든 초대형 스펙터클 영화로, 오랜만에 선보이는 로마시대 서사극이란 점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SF의 걸작 ‘블레이드 러너’와 ‘에이리언’, 여성영화 ‘델마와 루이스’ 등을 만들어 거장의 반열에 오른 리들리 스콧 감독. 주로 미래 사회의 어두움을 그려오던 감독이 이번엔 먼 과거로 눈을 돌렸다. 그는 “너무 오래된 것이라 신선하다”며 이 영화의 연출 제의를 받아들였다.

    영화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대형 사극을 만드는 작업이 예전보다 훨씬 수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20세기 후반에는 초대형 역사물이 제작되지 않았다. ‘타이타닉’만 해도 스펙터클보다는 멜로드라마에 치중한 작품. 이런 면에서 ‘글래디에이터’는 ‘벤허’ ‘스팔타커스’ ‘십계’ 이후 자취를 감춘 서사 장르의 영웅담과 스펙터클을 되살려 낸 작품이라는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영화는 사실적인 전투신, 장엄한 세트와 수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웅장한 콜로세움과 엄청난 스케일의 로마시대 건축물들, 철저한 고증을 통해 만들어낸 다양한 무기와 화려한 의상들은 시종일관 관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글래디에이터’의 초반 10분의 전투장면은 가히 영화사에 기록될 만한 명장면이다. 막시무스 장군이 이끄는 로마군대와 게르만족의 격렬한 전투신은 1만6000여 개의 불화살과 날아가는 불항아리, 투석기 등으로 엄청난 대화재 장면이 연출됐다. 이 장면을 위해 영국 한 지방의 숲을 몽땅 불태웠다는 후문. 재처럼 흩날리는 흙먼지와 눈, 강렬하게 타오르는 화염의 붉은 기운이 뒤섞인 이미지의 향연이 탁월한 이미지 세공사인 리들리 스콧의 장기를 그대로 드러낸다.



    로마를 위기에서 건져낸 위대한 장군 막시무스(러셀 크로). 죽을 날이 머지 않은 황제는 막시무스를 총애하여 아들이 아닌 그에게 황제의 자리를 넘기고자 한다. 이를 눈치챈 황제의 아들 콤모두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막시무스와 고향에 있는 그의 가족을 없애라는 명을 내린다. 간신히 도망친 막시무스가 집에 이르렀을 땐 이미 아내와 아들이 살해된 뒤. 모자의 무덤 앞에서 정신을 잃은 막시무스는 노예상에 팔려가고 검투사로 살아가게 된다. 장군에서 노예 신분의 검투사가 된 막시무스의 복수와 사랑,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권력 쟁탈의 암투가 숨가쁘게 펼쳐진다.

    초반 전투신의 강렬한 느낌과 이미지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져 가는 것이 다소 아쉽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로마시대로 돌아간 듯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기엔 부족함이 없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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